육아, 내 삶의 블랙홀인가 우주인가? (1)

1. 난 어디로 갔지?

by 안지빈

"나 뭐하는 사람이지?"

하루 종일 울고 잠을 안 자는 아이를 바닥에 누이고 쳐다보고 있던 순간,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이게 내 인생의 전부야. 요새. 아기 쳐다보고 있는거."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은 주섬주섬 벗고 있던 정장을 벗어 옷걸이에 걸다 말고 빤히 나를 쳐다본다.

"힘들지? 집안일은 하지말고 이제 내가 아윤이 볼테니까 좀 쉬어"

나름 다정한 편에 속하는 남편은 퇴근 후 본인도 힘들지만 내 안위를 먼저 물어봐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속사포처럼 지난 새벽부터 쌓아온 나의 마음 속 먼지들을 털어냈다.

"어제 새벽4시에는 수유하는데 아윤이가 내내 우는거야. 오빠는 안 들렸지?

내 아이지만 미워서 모유 수유 내내 한숨을 쉬었어.

그런데 그러면서도 애가 들을까, 안 좋은 호르몬이 전이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드는거야.

그런 걱정이 드니까 더 짜증이 솟구치고. 왜 이 모든걸 나 혼자만 감내해야해?"

남편은 걱정하는 투로 "모유수유를 그만하고 완분(완전 분유 수유)을 하는게 어떨까?" 라고 답변한다.

모유수유를 해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이런 답변을 원한 것이 아니란 것을.

그저 온전히 나 혼자만 감내해야하는 이 상황이 지치고 답답한 것이었다.

완분을 하자는 남편의 말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완분을 할거면 진작 했어야지 모유가 이미 나오는 몸으로 바뀌어 버렸는데, 이제와서 포기하라고?

바깥 외출이라도 하면 모유가 가슴에 가득 차올라서 마치 돌이라도 되어가는 것 같은 통증이 몰려오고,

잠깐 아이 얼굴이라도 생각하면 젖꼭지 끝에 젖이 싸르르 핑하고 도는 느낌이 들면서 브래지어가 축축하게 젖어 버린다. 이 때문에 출산 후 생리대같은 수유패드를 차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은 나도 아이를 갖기 전에 몰랐고 미혼인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다들 신기해 했다. 외출을 하더라도 2-3시간 내로 돌아오고 커피나 술은 못 마시고 있다.

카페인, 알코올, 도파민 온갖 자극으로 연명해오던 나의 지난 날들이 임신 기간동안 단절되고

출산만 하고 나면 제자리를 되찾겠지 했지만 돌아온 건 온전한 엄마로서의 숙제들을 마주하는 외로운 나뿐이었다.

그동안 나라는 존재는

첫째딸로서의 나,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로서의 나,

언니로서의 나,

회사에서 팀의 대리로서의 나,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즐기던 나

여러가지 자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를 낳고나서는 '엄마로서의 나'가 매우 커지고 위에서의 나들은 다 없어져버린 기분이었다.

모유수유를 하다 한숨 쉰 것만으로도 그토록 다정한 남편과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몹시 싫었다.

'나는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