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아침 10시 50분경
뺴애앵하고 우는 아이의 울음 소리에 아이방으로 달려가봤다.
생후 50일차밖에 안 된 녀석이지만 부부의 밤잠과 일상도 중요하다는 입장이었기에 우리 부부와 아이의 분리수면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깼나보다 하고 졸린 몸을 일으켜 아기방에 가보니 어른도 마주하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 아이 얼굴을 쏘고 있었다.
너무나도 강한 햇빛에 당황한 나머지 아이를 옮길 생각을 못 하고 블라인드를 부랴부랴 내렸다.
강한 햇빛과 더불어 울면 얼굴에 혈압이 올라 금방 새빨개지는 아기들의 특성 때문에 아이의 얼굴은 마치 화상을 입은 듯 빨개져 있었다.
'내가 왜 이 시간까지 자고 있었을까'
'왜 이 방에 하필 햇빛이 내리쬐는 이 곳에 아이 얼굴이 놓이도록 두었을까'
'왜 분리수면을 했을까'
'왜 나는 울음소리 단번에 달리지 않고 느긋하게 걸었을까'
'왜 블라인드를 꼼꼼히 안 내렸을까'
나에 대한 자책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과연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하루종일 아이의 얼굴 피부만 보이고
왠지 모르게 전보다 그을려진 아이 피부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태열같은게 올라오면 피부병에 걸린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맘카페에 '햇빛' '아기 피부' '화상' '햇빛 화상' 등의 각종 키워드를 검색했다. .
홈카메라를 돌려보며 몇 분동안 그런 강한 햇빛을 쐰건지 지켜보고
네이버와 유튜브에도 신생아 햇빛 이란 키워드로 비슷한 사례를 검색해봤지만
마치 '너 같은 엄마는 처음이다' 라고 온 세상이 어이없어하듯 그런 사례는 없었다.
저녁에는 목욕할 때 얌전하던 애가 세수를 해주자 유난히 아파했고
아이가 분수토를 하고 얼굴을 손으로 부비는데
모든 원인이 그 햇빛 사건을 방치한 나에게 있는 것 같았다.
무던한 성격의 남편이 눈치 채지 못하게 나혼자 눈물을 닦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리라 다짐했다.
이 일로 부부싸움은 안 했냐고? 부부싸움도 당연히 있었다.
아침 8시에 햇빛이 훤한데도 아이를 거실에 두지 않고 밤잠용 침대에 눕힌 주범인 남편에게 당신 탓이라며 쏘아댔지만 사실은 나에 대한 죄책감을 덜려고 그랬다는 것을 나 스스로 안다.
아직 분리수면은 이른가 싶어 또 비슷한 실수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당분간 아이를 거실에 두고 재웠다.
아이가 겪을 아픔이 내게 배로 찾아와도 좋으니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해야하는데.
내가 이 세상으로 아이를 불러왔으니 그에 대한 책임져야 하는데.
햇빛 사건이 나에게 준 공포는 어마어마했다.
나는 고작 따사로운 햇빛 마저도 아이에게 독으로 만든 바보 엄마가 된 것 같아 육아에 대한 마음가짐이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