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랑의 기억을 되찾는 과정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기만한 것은 아니다.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힘듦을 이길만한 무언가가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분명 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감정에 대한 가치를 크게 두는 편인 나는
아이를 낳기 이전에도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곳을 향해 좇아가는 인생을 살아왔었던 것 같다. 출산과 육아는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나와 배우자를 닮은 토끼같은 자식들을 낳으면 얼마나 예쁘겠냐며 출산을 권장하지만
나는 사실 그런 이유로 출산과 육아가 할만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아이가 예쁜 것과는 별개로 육아를 하면서 난생 처음 겪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가장 강렬했던 감정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나의 부모가 주었던 사랑의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느낄 때였다.
그간 엄마 아빠가 내게 준 사랑의 큰 부분들은 사실 나는 기억도 못 하는 시절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잊고 살았던 사랑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우리의 부모도 나에게 지녔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편으로는 나의 아이도 내가 주었던 사랑의 기억을 잃어가겠지 하며 아쉽고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이 육아의 번아웃 요소가 되기도 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생각되게 만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남는다고 한다.
아이가 사랑받는 그 감정이 하루 하루 조금씩 쌓여나가 연속성을 만들어가다보면 사랑을 주고 받을 줄 아는 아이로 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억은 없을지라도 행복한 감정으로 옹골차진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기를 바라며
아직 알아듣지 못할 아이의 눈을 보며 괜히 사랑해 라고 말해본다.
마치 화답하는 것처럼 환하게 웃는 아이와 자연스레 마음이 벅차오르는 나의 모습.
형용할 수 없지만 육아는 어떤 면에서 눈물나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