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이 끝나기 전 하는 일

by 바나바


한 학기 수업이 끝나기 전에 편지를 쓰는 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제가 지키고 있는 배려이자 감사 표현입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가 익숙한 20대의 학생이지만, 수업이 끝나면 교수님께 짧든 길든 편지를 씁니다. (참고로 글을 손으로 쓰는 건 오직 시험과 시험공부가 전부입니다) 편지를 쓰고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은 적도... 많아서 마음과 성적은 큰 상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대면으로 만나지 못했던 코로나19 때가 아니라면 꼭 했던 이 일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요즘에는 부족한 게 지식이 아니라 '마음'인 거 같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교수님의 모습이 멋지고, 대단한 순간이 훨씬 많습니다. 모든 수업에서 배운 점을 다시 상기시키고, 이 분야를 왜 배우는지 배워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잘하지 않습니다. 질문이 문득 들더라도 당장 앞에 있는 시험에 멈추고 맙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편지의 내용은 무엇을 배웠는지를 주로 적습니다. 교수님의 삶과 수업 내용을 통해 배운 걸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긍정적인 요소'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태도' 중에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거죠. 모든 교수님께 편지를 쓰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분이 있다면 스스로 생각해도 수업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한 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일은 고된 작업입니다. 1-2명이 아닌 30명에서 60명이 넘는 학생들 앞에서 75분의 수업 시간을 쓰는 건 진이 빠지는 일이죠. 대학에 오면서 '배움‘에 열정을 가지는 이가 몇이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고, 심각한 취업 시장에 헐떡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생들은 '배움'보다는 '경쟁과 생존'을 택합니다. 개인적인 어려움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배움의 기쁨, 성장의 행복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는 다른 삶을 살아가리라 봅니다.


이 기쁨은 나누어야 알게 됩니다. 혼자 간직하면 1인에서 끝나게 되는 거죠. 기쁨을 나누면 2배가 됩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이제는 "슬픔을 나눴더니 약점이 되고, 기쁨을 나눴더니 시샘이 되더라."라고 바뀌었습니다. 참, 이런 사회에 살아간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너에게 빚진 마음이었어


이 글은 한 번에 써진 글이 아닙니다. 브런치에 있는 <작가의 서랍>에 넣고 묻혀두었습니다. 글을 다시 꺼낸 건 대학 교수님의 한 마디 덕분이었습니다. 이번 학기 들어 대학을 다닌 지 3년을 다 채워갑니다. 6학기 중에서도 이번 학기는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분주하고 바빠 수업이 아니라면 교수님을 만날 일은 드뭅니다. 집순이는 아니지만 틈틈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람들과 마주하며 인사하는 일도 적죠.


틈이 생겨 샌드위치라도 먹을까 하며 가는 길에 저번 학기에 책 선물과 편지를 써서 드린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먼저 저를 기억하시고 만나자마자 저에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너한테 빚진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다시 감사인사를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오피스에 있는 책을 볼 때면 그 마음이 들었다던 교수님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빚진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건 고마운 일인 거 같습니다. 짐을 가진 게 아니라 그 빚진 마음이 다른 이에게 흘러 보내는 통로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은 이가 있나요?










이전 04화대학을 가지 않는 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