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의 힘
<기록의 쓸모>를 읽다가 떠올랐던 영감을 작성했던 글을 수정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기록은 달리기 같다. 꾸준히 할수록 근력이 붙어 ‘기록형 인간'이 된다. 기록을 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나를 객관화’ 하는 시간이 생겼고 (전보다) 성실한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효율적인 시간관리'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소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아 내 일에 활용할 자산이 많아졌다.
기록의 쓸모 중에서
이렇게 표현하면 어떠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 재수 없어 보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썼을 때는 괜찮았는데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니 어떤 이가 불편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게 되네요. 어떤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보입니다.
매년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 일주일에 못해도 2-3번의 약속을 잡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의 깊이를 바라보게 되죠.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가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의 과정에서 오는 깊이, 넓이는 그 사람을 빛나게 만들죠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배움의 장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도 이토록 많은데, 사회는 얼마나 심할까 싶은 생각도 한 적이 있습니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고시 준비, 시험 준비로 시간을 쓰는 이가 많습니다.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가도록 사회와 환경이 밀어붙이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라고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있다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공부를 몇십 년 한 분도 자부할 수 없는 게 넓이가 깊이입니다.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나는 작년에 비해서 다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생각이 삶에 잘 투영되는가?'라고 말이죠. 평생 교육이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삶의 끝날까지 시험을 치는 인생이 아닌 생각을 넓히고 깊어지는 거죠.
사람들과 대화를 기록하는 이유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는 아닙니다. 기록을 통해 미래의 내가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놓는 작업이라 봅니다. 모든 사람과 했던 대화를 기록하는 건 아닙니다. 오늘 먹었던 밥이 맛있었는지를 기록하거나, 구름 모양이 독특했다는 소소한 일상은 사진이나 기억 속에 저장해둡니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삶을 살 때 다시 펼칠 거 같은 이야기, 책을 쓰거나 글을 쓸 때 인용하고 싶은 이야기를 씁니다.
적다 보니 기록하는 기준도 까다로운 듯합니다. '그냥 적으면 될 것이지' 싶지만, 기록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기록하다 보면 그때 느낀 감정과 생각이 함께 떠오릅니다. 사진이 하지 못하는 걸 글이 할 수 있는 거죠. 기록은 실로 힘이 강합니다. 사소한 일에 의미부여가 가능하고 무가치하다고 넘긴 일에 가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좋아하는 교수님과 밥을 먹은 다음 날, 교수님과 대화했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특별한 대화가 없었지만 쓰다 보니 특별함이 글에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제 마음의 크기가 특별함으로 나타난 거였죠. 이야기를 다 쓰고 노트북을 덮으니 1시간 가까이 흘렀습니다. 실제로 이야기했던 시간과 유사하게 기록에 쓴 시간에 웃었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던 거죠.
대화를 기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좀 귀찮은 일이죠. 사서 고생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만 기록 좀 할게. 다시 말해줄래?"라고 말하고 있는 저를 볼 때면 웃깁니다. 작가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에 재밌으면서도, 나중에 모인 글에 기뻐합니다. 글을 쓰는 이라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록이라 두서없이 꺼내보았습니다.
잠깐만 기록 좀 할게, 다시 말해줄래?
이 말을 뻔뻔하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