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당신보다 오늘이 더 커요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는 겁니다. 성취지향적인 삶을 살다 보니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흘러갑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꽉 채운 스케줄을 다 해내고 나면 느끼는 뿌듯함을 즐기기도 하죠. (그러나, 몸이 좋은 편이 아니라 잘 세워야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눈뜨고 감으면 개강이 오고 종강이 오는 걸 보게 됩니다.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현타(현실 타격) 시간이 오기도 하죠.
바쁘다는 말보다 알차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바쁘다는 말은 내가 잡지 못하는 하루 같지만, 알찬 하루는 잘 산 하루가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단어를 다르게 말하면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알찬 하루를 좋아하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는 편이었던 전 과거도 미래도 살지 못했습니다. 여름방학 무렵 힘든 시간을 보내다 졸업생 멘토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이상과 다른 오늘의 저를 마주하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목표는 높은데, 지금의 저는 초라하기 그지없었죠. 그런 저를 비난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미 높은 목표를 성취하고 있지만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최소 10년 가까이 혹되게 자신을 몰아가며 스스로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밀어 버리니 힘든 게 당연했습니다.
제 삶만 살았고 남들의 삶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옆을 보지 않는 경주마처럼 살았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남들의 이야기에 연연하지 않았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만족이 안 되는 타입이었죠. 그러나 홀로 만족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잘한다’는 기준이 높았고 빠른 피드백으로 칭찬해 주는 일이 드물었거든요. 지금 저와 만나는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신기해할 줄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사진을 찍든지 글을 쓰든, 캘리그라피를 하든 스스로 만든 작업물에 칭찬을 퍼부어주는 저를 보았을 테니 말입니다. 실은 그런 타입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 자기 비난에 똘똘 뭉쳐있던 저에게 졸업생 멘토링을 하던 선배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세요. 아마 글을 하나 써도 오타 하나에 마음이 어려워하고, 힘들어할 거예요. 높은 완벽주의로 자기를 비난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거예요. 감정적인 게 높지 않으니 감정적인 자기가 나오면 억누르기 급했을 거예요. 이제는 어제보다 나은 점을 발견하고 칭찬해 주세요.”
6개월 넘게 지난 멘토링의 이야기들이 여전히 생각나는 걸 보면,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의 마음을 깊이 공감해 주는 한 사람의 말이 저에게는 참 값졌습니다.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존재’만으로 가치 있다는 걸 보여주죠.
과거에 머물러있으면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과거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일입니다. 과거는 현재를 만든 산물입니다. 이를 부정하기란 어렵습니다. 칼융의 집단 무의식보다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가까운 이 이야기는 대부분 아는 사실입니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이 말을 믿으면서도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자신감을 줍니다' 이 말도 믿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과거의 어제를 그저 오늘로만 보는 겁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법은 잘 없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건 어제도 오늘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좋아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운동이 그런 일입니다. 앉아서 3-4시간은 보낼 수 있는데, 운동을 하는 10분은 힘들기만 합니다. 정적인 걸 더 선호하고 동적인 활동을 불편해하는 저의 특성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펼쳐진 요가매트에 가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합니다. 그리고 매번 고민을 하죠.
'5분이라도 운동을 할까?'
이를 성공한 날보다 성공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도 고민을 하다가 짧게 운동을 했습니다. 과거에 벗어나지 않으면 운동을 더 못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 오늘이었습니다.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어제 운동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생각하지 않아서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겠네요. 이 말의 의미는 '오늘만' 보자는 뜻입니다. 과거에 연연하면서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묶여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끊어내는 훈련을 조금씩 하는 게 필요하죠. 실은 글을 쓰는 저 또한 참 모난 사람입니다. 싫어하는 걸 끝까지 미루기도 하고, 게을러서 미루다 힘들었던 적도 있죠.
이 글을 쓰면서 먼저 저에게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과거에서 벗어나볼까?
내면의 목소리를 점차 바꾸는 법을 아는 게 매일의 성장을 향하는 첫 발걸음인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억보다는 기록이야.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기록을 시작했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 머리가 좋지 않아 기록하다 보니 기록의 효용성을 발견하게 되었죠. 성장과 성취를 자주 기록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MBTI 중에 J가 100에 가까운 인간이죠.)
성장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초반에는 성장하는 느낌을 발견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멈춰있는 것만 같죠. 그럴 땐 기록만큼 쓸모 있는 게 없습니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오늘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더 따스한 바람을 맞이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는 일을 더 할 수 있죠.
성장을 수치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치를 기록하며 성장을 바라보는 일도 필요한 듯합니다. 가끔 수치로만 보게 된다면 인간다운 '나'를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어제와 다르게 더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며 기록한다면 '성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의 성장을 쓴다면 뭐라고 쓰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