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감정을 잘 전달하는 일은 어렵기만 합니다. 대학 수업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감정을 언어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감정을 언어화한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감정’을 다른 이보다 무던하게 느끼는 저에게는 특이한 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를 살다 보면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울음 그치고 말해
싸움을 하다가도 울음이 나서 하고 싶은 말을 억울하다고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억울해하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살다 보면 ‘감정’이라는 걸 부정적이고 무의미한 걸로 치부하게 됩니다. 감정이 없다면 이성도, 무의미해지는 걸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대화의 희열 2>에서 나와서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부터 졸업할 때까지 ‘짜증 난다’라는 말을 쓰지 마라 그랬어요. 짜증 난다는 말로 너무나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작가가 되려면 감정을 섬세하게 읽는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며 그는 ‘짜증 난다’라는 말 대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다시금 생각하니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감정에 관련된 표현을 이야기하고 세어보라고 하면 많지 않을 겁니다. 대학 수업을 듣다가도 15개를 겨우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정을 언어화하는 연습이 되어있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감정의 언어가 많을수록 같은 감정에 대해서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쁘다’가 아니라 환희, 설렘, 활기찬, 발랄한 등 여러 표현으로 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죠. 곰곰이 바라보니 어떤 수업을 들어도 ‘감정’에 중점을 두고 말하는 수업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였고, 감정이 격해지면 그대로 분출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 적었고, 책임이 가지는 크기도 작았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커졌고 이를 감당해야 하죠.
그때, 감정을 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감정 중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잘 전하는 일은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가진 의미 속에는 ‘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반대로 돌리면 말로 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말이 칼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을 잘못 표현했을 때 나옵니다. 혐오 표현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퍼붓는 말이 이쁠 리 만무하죠.
잘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처 주고받는 일이 적어집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격해질 때 바로 전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미 뱉은 말을 담기는 어렵습니다. 저 또한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말로 한 일과 반대로 되는 일이 생겨서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죠.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루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겁니다. 실은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성인이 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예전이면 말을 칼처럼 썼습니다. 지금은 말이 칼처럼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조심하는 편이죠.
어떤 일이든 언어화하는 연습은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감정을 언어화하는 연습은 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감정이라는 건 ‘정의’를 내리기도 어렵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천차만별로 다르니깐요.
이 연습이 왜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였던 거 같습니다. 감정을 비추는 사람은 멀리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입니다.
나를 위해서 몰래 수고하는 어머니, 아버지일 수 있습니다. 작은 일에 꺄르륵 거리며 함께 웃는 친구일 수도, 사랑하기만 해도 부족한 연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한 일이기에 처음에는 어렵지만 더욱 고민하고 시도해야 하죠.
감정을 언어화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떠오르게 한 대학 수업은 말합니다.
감정을 무시하지 마세요, 당신은 생각보다 감정으로 살아가는 이입니다. 당신은, 감정을 언어화하고 있나요? 당신의 감정 언어는 다양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