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3
첫 날 브랜드 대표님을 만났던 때는 대략 20년도로 기억합니다. 한창 화장품 회사에 덜컥 본부장으로 되면서 힘들었던 시기라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시점 기준으로 내년에 뷰티 브랜드를 해보겠다고 외친 엔터 대표님이셨는데 작년 5월쯤 다시 만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작년에는 몇몇 대행사를 거치시고 뭔가 종합적으로 광고쪽을 케어해줄 사람으로 제가 간택이 되어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시작할 때는 대략 2400만원 정도인 매출이 전달 기준으로는 1.68억 그리고 이번달은 아마 2억이 조금 안되어 마감이 될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억씩 하는 브랜드들은 많지만 대표님과 함께 거의 바닥부터 영업 이익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지금까지 온터라 제게는 뭔가 나름의 애착감이 더 있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그간 운영해오면서 느낀 생존 회고록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브랜드가 생존이지 에이전시가 무슨 생존이냐라고 하실 수 있지만 다음 내용을 계속 봐주시기 바랍니다.
1. 온라인 매출 수익쉐어, 나는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나?
2016년도부터 대행 사업에 눈을 뜨고 4년 정도 동업으로 대행사를 한 뒤에 브랜드사 본부장으로 일을 하며 느낀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내가 보던 시장이 다가 아니었구나.", "브랜드는 대행사를 계속 갈아치우는게 이 시장의 어떤 관습중 하나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미 매출 규모가 있는 브랜드들은 크고 작은 대행사보다 결국 그들을 맡겨주는 담당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성과 안나오면 바꿔였습니다. 그러면서 대행사의 시선만 있던 제게 브랜드의 시선을 가지는 좋은 시기였습니다. 물론, 주말까지 욕먹어가며 일한 나날들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을 확장해나가는 매우 귀중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난 뒤 그 전과는 다른 모델의 에이전시를 진행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대행사의 구조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대행사의 구조는 심플합니다. 첫 번째는 광고비의 수수료 베이스만 가져가는 대행사 두 번째는 고정비와 광고비 수수료 둘 다를 가져가는 대행사가 가장 큰 두 종류입니다. 첫 번째 경우에 일을 맡기시는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결국 "여긴 우리를 왜이렇게 신경 안써줘?"라는 이야기를 하고 두 번째 경우에 일을 맡기시는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고정비용이 계속 커져서 걱정이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브랜드사 대표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매우 당연한 이치입니다. 광고 수수료만 가져가는 곳은 광고비 1000만원을 집행해도 버는 돈이 100~150만원(통상 수수료 10~15% 감안)이기에 대행사 입장에서 돈을 벌려면 이런 브랜드를 최소 5개 이상 10개까지는 맡아야 생존이 가능하며 자연스레 집중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고정비와 광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집중도는 확실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 또한 오래 존속할 수는 없게 됩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브랜드와 에이전시가 관계의 지속성을 가져가려면 어떤 구조가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결론을 낸 것은 고정비는 최대한 낮추되 온라인 매출에 대한 수익쉐어를 받는 구조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한 첫 달 위의 캡쳐화면 처럼 2400만원의 매출이 나왔을 때 사실 큰 현타와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하나의 광고 매체가 아니라 두 세개의 광고 매체를 운영하면서 상세페이지 기획 그리고 제품 컨셉까지 터치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리소스가 방대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브랜드에만 좋은 구조를 내가 바보같이 이게 맞다고 밀어나가고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일단 3개월만 해보고 판단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일단은 갈아넣었습니다. 과연 3개월 뒤에 매출이 나왔을까요?
2. 유명한 연예인보다 브랜드의 고객 페르소나와 적합한 B, C급 연예인 효율이 좋다.
저희가 갈아넣는다는 것을 신이 알아서인지.. 3개월만에 9천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기가막힌 ROAS는 아니었지만 메타에 영상 소재를 수십개 갈아넣으며 결국 매출을 견인하는 소재들이 나와주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액을 해나갔습니다. 당시에 곧 1.5억도 갈거라고 밤중에 예산을 만지면서 대표님께 전화드렸던 기억도 나네요.
처음에 업무를 맡았을 때 브랜드에 메인 모델로 있는 연예인을 봤을 때 이게 과연 효율이 좋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물어봤을 때 모르는 사람도 매우 많았고 저조차도 연예인 컷으로 폭발적인 매출이 난 경험은 드물었기에 반신반의 하면서 사실 초반에는 아예 콘텐츠 소스로 사용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기 미팅을 하면서 브랜드의 구매층이 4050에서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4050 타겟에게는 이 모델이 먹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 광고 소스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00% 전후를 왔다갔다 하면서 도무지 뚫리지 않던 성과들이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거의 해당 모델 소스로 만든 영상만 대략 50건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능성을 보면서 열심히 광고에 매진하던 어느 날 대표님과 술자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런 광고 상황임에도 브랜드의 영업 이익 상황은 좋지 않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원가율이 그리 높지 않은 카테고리인데도 어떻게 이런 이익률이 날 수 있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매출에 대한 수익쉐어는 받지만 영업이익이 나지 않을 때의 조건도 있었던 터라 제게도 생존 스위치가 켜졌던 순간이었습니다.
3. 건강한 판매 채널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온라인 매출의 주요 판매채널은 자사몰, 스토어팜, 오픈마켓, 쿠팡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자사몰 스토어팜에 비해 오픈마켓 그리고 쿠팡이 수수료가 높은데 오픈마켓의 경우 행사시기 때마다 들어가는 할인율 그리고 해당 시기에 몰아서 지출하는 광고비를 고려하면 결국 수수료가 20~25%에 육박했고 쿠팡의 경우 타임할인 때의 할인율 그리고 기본적으로 쿠팡에서 요구하는 수수료를 고려하다보면 대략 30~35%가 수수료로 빠져나갔습니다. 여기에 부대비용(세금, 인건비, 연예인 비용, 각종 체험단 제품비용, 사은품, 쿠폰)을 고려하면 영업 이익에 타격이 있는 상황이 분명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구성 상품 전략이었습니다. 자사몰은 광고로 수요를 만들어서 판매를 일으켜야 하지만 이미 트래픽이 존재하는 외부몰(오픈마켓, 쿠팡)은 수요보다 타 제품보다의 비교우위만 잘 만들어주면 꽤나 매출이 손쉽게 만들어질 수 있기에 수수료가 많다고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쿠팡에서 1개입 자체에 배송비까지 무료로 그리고 빠른 시간안에 받는 고객들에게는 그렇게 1개입을 제공하되 자사몰과 스토어팜에서는 1번 경험한 이들이 2개 이상 구매할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셋팅해서 높은 객단가의 매출을 자사몰과 스토어팜쪽으로 견인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잔 기술들이 있었는데 팔고 싶은 구성을 맨 위에 배치하는 전략, 개입 수가 올라갈 수록 상품 네이밍 자체에 더 큰 효능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네이밍 컨셉을 잡는 전략, 아이센드(crm툴)를 통해 1개입을 구매한 이들에게 비밀 쿠폰을 지속적으로 푸쉬하는 전략 등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작업은 지금도 병행중입니다. 자사몰 매출 비중을 70~80%, 외부몰에서의 매출 비중을 20~30% 정도 잡는 목표로 이것 저것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4. 또 한 번의 위기, 메타 광고 계정 비활성화
메인 매체였던 메타가 비활성화되면서 매출 그래프는 요동을 쳤습니다. 꼼수로 하나를 더 만들었지만 꼼수인 것을 알았는지 시스템 회피를 명분으로 또 정지를 당하고 그 전에는 소극적으로 진행했던 구글 그리고 네이버 GFA에 힘을 더 쏟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통화로 대표님과 얘기하면서 오히려 메타 정지가 신의 한 수 였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구글 그리고 네이버 GFA에서 꽤 빠른 속도로 굳건한 효율이 나와주어서 매출 타격은 빠른 시간내에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해당 매체에서는 꽤 좋은 효율로 매출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소극적으로 진행했던 타 매체에서 빠른 기간내에 성과가 올라올 수 있었던 요인은 그냥 심플하게 메타에 몇백장의 소재를 집중해서 때려봤기 때문입니다. 이미 어떤 제품 그리고 어떤 컨셉의 상세페이지 그리고 어떤 콘텐츠 소스가 들어간 광고 콘텐츠에서 직접 전환이 나는지가 있었기에 타 매체에서의 공격적인 확장은 거의 2-3주 만에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도 진행해보지 않고 나중에 해야지라고 미뤄왔던 매체가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일단 소액으로라도 광고를 띄워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앞으로의 계획은 데이블 그리고 타불라와 같은 네이티브 지면 매체에 좀 더 공격적으로 실험을 해볼 예정입니다. 4050이 메인 타겟 효율을 해당 매체들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메타, 유튜브, gfa 이외에 서브 매체 역할을 톡톡히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5. 요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3가지
1) 왜 지금의 고객사는 우리에게 일을 주었는가?
2)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고객사와 협업을 할 것인가?
3) 고객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회고록의 마지막 내용은 아마 일주일에 제가 2-3번 정도는 생각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10개월 간 해당 브랜드와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기본적인 매출 성과도 나와서겠지만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영업 이익이 적자인 달에도 대표님께서는 제게 비용을 지불했고 저에게는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 들어왔을 때에도 공격적으로 리소스를 투자했습니다. 일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난 뒤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결국 고객사와의 건강한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위의 3가지 물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첫 번째, 고객사가 우리에게 왜 일을 주었을까를 고민해보면 광고쪽의 전략 그리고 실행에 관해서는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팅 때마다 대표님은 이야기 꺼내지도 않는 영업 이익에 대한 걱정을 해주는 제 모습을 그동안 매우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나 몇 개월간 성과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이 "진대표 느낌대로 계속 해봐요"라고 말하며 지켜봐준 대표님 덕분에 묵묵히 그리고 더 보답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고객사와 협업을 할 것인가? 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영업을 해서 일을 따야 하지만 결국 필터링을 하지 않으면 성과도 나오지 않으면서 관계 또한 망쳐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고객사의 조건을 나열하자면 수도 없이 나오겠지만 그보다 서로가 서로의 역량에 대한 믿음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씩 탑을 쌓아나갈 수 있는 곳이 서로에게 좋은 협력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 번째, 고객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은 절대 진실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직원분들에게도 고객사에서 온 이 카톡이 정말 이 내용만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느껴지는지 되묻곤 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해야할 질문이지만 대행 상품도 제품처럼 좋은 상품이 되려면 고객사가 직접적으로 내비치지 않는 간접적인 언어들을 알아차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절대 서로가 존속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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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쓰다보니 꽤 내용이 길어져버렸네요. 몇 백억대의 매출을 하는 친한 형님이 얘기한 내용중에 매출 그렇게 나와도 적자인데가 많아라는 문장이 기억이 나는데 그만큼 건강하게 영업 이익을 챙기면서 매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곳이 온라인 브랜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인스타에서 온라인 부업으로 얼마 벌기같은 콘텐츠들이 보일 때마다 할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감히 누군가의 인생에 지적질을 할 시간에 내꺼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참곤 하네요.
지금 이 시간에도 광고와 매출을 보는 이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양질의 정보가 되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