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민우 Aug 19. 2019

제품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팔리는 콘텐츠가 완성된다.

SNS로 어떻게 제품을 팔 것인가 - 11

콘텐츠 반응과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결과치(트래픽, 회원가입, 매출 등)는 과연 비례할까?(쉬운 설명을 위해 결과치를 매출로 가정하여 이야기하겠다.) 과연 수많은 좋아요, 댓글을 일으킨 콘텐츠들이 수많은 '구매'를 일으킬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높은 콘텐츠 반응과 거대한 매출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콘텐츠 반응이 높더라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일들을 매우 빈번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제품과 연관된 콘텐츠에는 반응하는데 정작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일까?


<출처 : 인사이트>


당시 판매를 진행했었던 제품은 시계였다. 이제 막 론칭한 따끈따끈한 브랜드여서 사람들이 시계를 살 때 가장 많이 보는 브랜드력을 어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SNS를 통해 무언가 이슈화를 시킬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때 해당 쇼핑몰의 콘텐츠 발행을 담당하던 현동 매니저님이 제안했던 콘텐츠 소구 포인트는 바로 '여성들이 반응하는 손의 특징'이었다. 남성들이 주 구매층이었던 시계 브랜드여서 남성 타겟을 손쉽게 설득시킬만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현동 매니저님이 영감을 얻었던 콘텐츠와 더불어 손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보면 여성분들이 반응하는 손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바로 '손이 크다'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손에 있는 힘줄'이었다. 


* 소구 포인트 : 쉽게 말하면 영어로 appeal point라고 이해해도 좋다. 국어사전에는 소송에 의하여 권리를 행사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마케팅, 특히 콘텐츠에 있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가장 어필하고 싶은 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SNS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어젯밤에 꿈으로 그렸던 콘텐츠 가설을 그 다음날 콘텐츠 성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 타겟들이 손에 반응하는 2가지 포인트를 고려하여 '최대한 남자 손이 커 보이고', '최대한 힘줄이 부각될 수 있는' 촬영을 진행했다. 사실 촬영 시간도 그리 길지도 않았다. 30분 정도의 촬영 끝에 여러 촬영 컷을 확보할 수 있었고 즉시 광고를 집행했다. 설계한 콘텐츠 가설은 우리의 노고를 배신하지 않았다. 꽤 괜찮은 콘텐츠 반응을 확보했고 예상대로 광고 콘텐츠를 마주한 여성 타겟들은 콘텐츠에 녹인 남자 손에 반응했고 이를 주변 친구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었다.



손이 예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손이 큰 남자친구를 태그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쿵해버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지각색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태그 하며 이 콘텐츠를 여러 사람의 뉴스피드로 전송하고 있었다. 과연, 앞서 던졌던 것처럼 이 콘텐츠는 활발한 콘텐츠 반응 확보라는 기분 좋은 시작을 활발한 매출이라는 결과로 잘 매듭지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해당 콘텐츠에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은 달았지만 그들은 결국 '구매'까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높은 콘텐츠 성과와 거대한 매출이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에 있음을 증명하는 콘텐츠 중 하나였다. 물론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브랜드력으로 승부 볼 수 없었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타겟들이 반응하는 포인트를 분석하여 자연스럽게 제품을 넌지시 인지시키는 역할은 수행했다. 하지만 모든 사업자, 광고주가 그렇듯 광고비를 지속적으로 투입시키려면 매출이 발생해야 했다. 우리에겐 '팔리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이 콘텐츠는 왜 '팔리는 콘텐츠'가 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했다. 왜 팔리지 않았을까?


콘텐츠 담당자들이 아마도 SNS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잘 만든 콘텐츠 사례들을 저장하거나 모아두는 일일 것이다.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고 터진 콘텐츠들을 약간만 응용해도 나름 나쁘지 않은 콘텐츠 성과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 현장에서 잘 만든 콘텐츠 사례들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실패한 콘텐츠들을 관찰해보는 일이다. 잘 만든 콘텐츠들을 분석하면 벤치마킹할만한 포인트를 발견하게 되지만 실패한 콘텐츠들을 관찰하다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접근법들을 배우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실패한 콘텐츠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이었다.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호텔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랑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화면이 등장하고, 둘은 호텔에 들어간다. 그들은 마치 지금 썸을 타고 있는 남녀처럼 수줍게 침대 위에 앉는다. 이때, 한동안 유지되던 침묵을 깨는 여성의 한 마디가 등장한다. "할까?"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 썸을 타는 남녀가 주인공인 웹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하는 것은 남성의 뻗친 머리를 케어해주는 다운펌 제품이었다. 그러고 나서 여자는 남성의 머리를 열심히 케어해주기 시작하고 제품의 장점이 여러 가지 나열된 후 영상은 끝이 난다. 반응은 어땠을까?


콘텐츠 반응은 좋았다. 꽤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과연 왕성한 판매로 이어졌을까?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제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로 댓글은 도배되어 있었다. 콘텐츠 반응은 확보했지만 '팔리는 콘텐츠'가 되지 못했던 시계 콘텐츠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왜 인기몰이는 했지만 판매는 되지 않았던 걸까? 바로, 제품과의 연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손에 반응하는 포인트 2가지, 손이 커다란 것과 힘줄이 보이는 손이라는 부분은 '메탈 시계'와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손이 커다란 부분에 매료되어 유입된 사람들은 그 부분에 대한 내용만 소비하고 떠나가버리는 것이다. 므흣한 남녀의 상황에 매료된 사람들도 역시 그 부분만 소비하고 떠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즉, 제품을 먼저 드러내지 않고 연관성 없는 '스토리'를 등장시켜 '스토리'만 팔리고 '제품'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제품을 먼저 드러내는 일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중 하하는 사람들이 콘텐츠라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광고임을 알았을 때 느끼는 '배신감'은 제품에 대한 이미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제주 여행 팁이라는 블로그를 소비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결국 어떤 여행 패키지 광고를 소개하는 글임을 알 때 드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결국 시계가 팔리는 콘텐츠도 힘줄이 보이는 손, 큰 손이라는 포인트에 기댄 콘텐츠가 아니라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였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전면에 제품을 내세우고 제품과 연관성 있는 어떤 스토리를 콘텐츠에 녹일 것이냐도 충분히 고민을 해야 한다.


콘텐츠 예시가 카드 뉴스였지만 영상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다운펌 광고 영상처럼 제품과 연관성이 없는 상황들이 차지하는 영상 시간 지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제품과 연관 없는 유저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진다. 성공한 영상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초반부에 스토리가 전개되더라도 제품과 연관성이 있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으며 제품과 연관 없는 스토리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3초에서 5초 길이로 임팩트 있게 이목을 끄는 용도로만 활용을 하고 본격적으로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넣는다.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되지 않은 내용이 길면 길어질수록 제품과는 연관 없는 사람들이 영상을 조회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영상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많은 맛집에 숨겨진 파워콘텐츠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