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헬퍼 출장 나가서 깨달은 점
며칠 전, 출산한 친언니가 가족 단톡 방에 독박 육아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우리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있기도 하고 코로나 19로 조심히 지내던 터라 나는 한번 보러 가고 싶었다. 나는 정말 이번 연도 여름은 발리에 가야지 하면서 상상 속의 여름휴가를 꿈꿨는데 코로나가 찾아와 휴가 계획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그렇지만 육아현장 속 언니 집에 갈 계획은 추호에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혼자 어디 조용한 곳으로 여행 가는 것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았고, 집에 있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래, 가족이 뭐야 이럴 때 돕는 거지
육아 그까짓 거 도와주러 가마!!!
그렇게 단톡 방엔 막내 이모와 할머니가 신생아 육아를 위해 출격하게 되었다.
문제는 체력이다. 좀 쉴 만하면 아기가 똥을 싸고...
좀 쉴만하면 설거지거리가 쌓였고 좀 쉴만하면 애기가 안아달라고 울었다.
언니는 3시간마다 진행되는 모유수유로 인해 3시간마다 예민해졌다. 우리 모두가 예민한 상황은 맞다.
그래도 모유 수유할 때나 아기가 잘 때, 조용하게 신이 나게 떠들어댔다. 그러니까 분위기가 육아 현장의 질을 좌우하기에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맞춰가고 있었다.
나는 첫째 언니의 애기를 꽤 봐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이 후달리는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 그러니까 조카의 할머니는 가끔 너무 급해서 보는 나도 조급 해지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하루는 엄마와 언니가 외출한 상태에서
아이를 데리고 잠시 나오라는 전화를 받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앞에 나가는 거라도 아기 기저귀부터 분유 등 챙길게 많았기 때문에 나는 신경을 곤두세워서 빠짐없이 챙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나를 도우려 들어와서 우당탕탕 하더니 정신을 쏙 빼놓았다.
아이를 데리고 빨리 나오지 꾸물대느냐고.
아이가 울면 빨리 데리고 일층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엄마를 보며
나는 자연스레 인상이 팍 써졌다.
엄마는 정말 유모차가 엄마를 밀고 가는 건지
엄마가 유모차를 미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나도 안다. 엄마는 미혼인 내가 아이며 준비물이며 내가 어려울까 봐 나를 도우려고 왔다는 걸
그리고 잠시 나가서 쉬고 있는 언니에게 빨리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걸
근데 왤까 왜 이렇게 엄마는 급하고 위험하게 빨리 가야 하는 걸까. 성격인가. 당연히 성격이지.
나는 3박 4일 육아 출장에서 느꼈다. 육아가 힘들지 않으려면 파트너로서 남편, 도와주는 사람도 부모도 침착함이 기본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딸들과 엄마는 그날 조용한 저녁시간에 아무리 바빠도 여유를 갖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게 잘 안 되는 엄마가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삶도 여유롭게 지냈으면 한다고.
고군분투 육아 출장은 무사히 끝이 났다.
우리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