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수술날, 안녕 갑상선

by 팥님


의사 선생님이 한 발자국 떨어져 계셨다.

그토록 바라던 첫 수술이다.

내 목을 살피시고 가셨다.

의사 선생님께 단호한 말투로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소심해서 말은 못 꺼내고

속으로 수술 잘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팥님 오늘 첫 수술 들으셨죠? “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기다려주세요.”

짱짱하게 머리를 묶어두고 셀카도 찍었다.

왠지 찍어둬야 할 것 같아서

수술 안 한 목은 이랬습니다하고..


갑상선암 수술은 크게 절제술과 로봇술로 나뉜다.

내가 선택한 수술은 목에 흉터가 남는다.

의사 선생님이 절제술을 추천하기도 했고

직접 눈으로 봐주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수술 후 흉터가 떡하니 남게 될 것이다.

그 흉터를 보면서

나는 물어볼 것이다. 나를 돌보고 있는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잘생긴 남자 간호사분이 나를 데리러 오셨다.

몸이 불편하지 않아도

휠체어에 탄 뒤 장소를 이동해야 한다.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지나서

어느 복도를 지나는데

간호사님이 물어보신다.


“보호자분 없으신가요?”

“네..”

“아.. 있어야 되는 걸까요?.. “

“아뇨. 여쭤본 거예요.

있으시면 여기서 인사하실 수 있어서요”


복도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면 어떨지 생각했다.

글쎄.. 난 이 상항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드는 듯했다.

“아 없어요..”

휠체어를 타고 수술하러 가는 중

무거운 마음과 달리

잘생긴 간호사님의 안전 운전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수술 대기실에 도착했다.


그곳엔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수술 대기자 분들이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하나 둘 들어왔다.


한 두명은 울거나 슬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모두 담담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슬픔보다는 긴장과 두려움의 감정이 지배했다.


내가 어떤 수술을 받는지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시더니

휠체어를 밀어주셨다.

수술방으로 이동했다.


그쪽으로 가는 길이 너무 춥고 떨렸다.

대망의 수술 침대가 보인다.

“여기 누워주실게요 “


나는 몸을 눕히자마자

내가 얼마나 바르르 떨고 있는지 느꼈다.

이렇게 떨어본 적이 있던가

내 몸이 자꾸 들썩거렸다.

생각보다 수술 준비할 것들이 있는지

한참 수술 침대에 누워있던 기억이다.


나와 상반되게 여느 출근한 직장인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장비를

준비하는 간호사분도 있었다.

“아.. 나를 빨리 마취시켜 줘..”


눈치 없이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선생님 저 지금 화장실 가도 돼요?”

“다녀오시지 않았어요?”

“네..”

“긴장해서 그러실 거예요”


화장실 가기 실패.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속으로 찬양을 불렀다. 그냥 아무거나.

평안하고 싶었던 마음에

평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찬양을 속으로 되뇌었다.


부르르 떨리던 내 몸이 신기하게도

조금은 진정되는 듯했다.


이내 나는 마취에 들어갔다.

‘하나 둘.. 세엣..‘


이렇게 누우니 죽음이 생각났다.

이대로 생명이 끊기면 나는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너무 슬퍼진다.


아프다..

아프다..

“환자분~~”

희미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

회복 대기실인 듯하다.

양 옆으로 많은 침대들이 놓여있다.

모두 수술받은 환자다.

목 통증이 느껴졌다.

아팠지만 기뻤다.

‘와 나 살아났다!‘

그리고 갑상선이 없어졌다.


참았던 화장실도 신호가 온다.

간호사님께 말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갈 수 없는 몸인지

바가지를 놓아주셨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셨지만

아무래도 이건 불가능하다..

양 옆으로 침대가 많이 놓여있다 하지 않았는가..


이번엔 침대에 실린 채 병실에 도착했다.

내가 병원에 올 때 지나가다 보던 장면.

병원 침대가 왔다 갔다 하던 그 모습이

이젠 내가 주인공이 되었다.


목구멍에 무언가 낀 듯

침을 삼킬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보니 하얀 테이프로 목이 가려져있다.

배액관이 달려 있어 피주머니도 하나 차고 있다.

이 피주머니에 피가 조금 고이면 빨리 퇴원한단다.


나는 목소리가 당연히 안 나오겠지 생각했다.

몇 달 전, 갑상선 수술을 받은 언니는 수술 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엔 제대로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 아..‘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작아서 안 들린다.


간호사님이 오셔서 몇 가지 체크해 주실 때

나도 모르게 대답대신 수화처럼 손동작을 했다.

“목소리 안 나와요?”

“ㅇ ㅔ에..”

“어~? 나오시는데”

‘… 아니 안 나요.. “

엄살 부리는 아이처럼 괜히 민망하다.

아예 안 나온다고 하기에는 조금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냥 목소리를 크게 내볼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한 없이 아픈 척을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젠 정말 아플 준비가 되었다.

이 고통이 계속되지 않으니

지금은 마음껏 아파도 된다.

지금은 마음껏 누워서 쉬어도 된다.

그래야 나아진다.


병상 위에서

회복 이후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누군가는 수술받고 나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 하더라.

나도 다짐해 본다.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살자.‘

‘다시 수술대에 올라가지 말자!’


첫 회진 오신 날





깁스한 것처럼 다니니

목을 아예 안쓰면 안된다고 해서

이후로 작게나마 목운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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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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