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안 간다면 뭘 하고 싶었냐면요

by 팥님


"으아~"

폭싹거리는 이불속에 누우니 내 집임이 실감이 났다.

(역시 부모님집은 어쩌다 한번.. 흠..)


부모님 집에 있으면서 종종 생각했다.

‘집에 가면 이제 뭐 하지?’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과 달리

수술을 한 몸은 역시 체력이 바닥을 쳤다.


당분간 회사에 가지 않는 대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강렬하게 하고 싶은 게 딱 하나 떠올랐다.

백수시절이며 직장인이며

소소한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준 무언가!

바로 요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하철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게 아닌

아침 기운 받으며 요가 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로 슬리퍼 질질 끌고 요가원에 가기랄까!'

‘설레잖아...'

아침 요가를 하자

그러나 이 것이 직장인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소원인 것을..


아침 요가를 얼마나 좋아했냐 하면

출근하기 전 요가원에 간 적도 있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새벽 수업을 나가면 되겠지?‘

그곳은 매일 6시 30분에 하타요가 수업을 하는데

총 90분 동안 수업을 한다.

그만큼 쉬는 시간도 충분히 주신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그날은 작정을 했다.

서둘러 나가 1시간 30분을 걸려 요가원에 도착했다.

요가원을 가느라 지하철을 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아침을 요가로 맞이한 셈이다.


문제는 너무 피곤했는지

두 팔 두 다리를 벌린 채 휴식하는

사바사나 시간에 잠꼬대 같은 걸 해버렸다..

이 시간은 몸의 긴장을 풀고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자세라 자는 분도 더러 계시긴 하지만

소리를 내는 것은 흔하지 않다.


적당히 휴식을 했어야 하는데

피곤한 나머지 딥슬립으로 이어져버린 것이다.

내 기억에 웰웰웰(?) 뭐 이런 소리를 낸 것 같다.

(아무도 못 들었기를 바랐다..)

사람은 새벽에 자야하거늘..



재작년엔 일주일 휴가를 내서

혼자 발리로 요가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친언니를 만나 같이 다니긴 했지만..)


발리 골목길의 요가원에 쪼리를 쫙쫙 끌고

한국에서는 절대 안 입을 것 같은

푹 파진 나시를 입고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아침 조식을 먹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요가원까지 걸어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게 그리 행복했다.

여러 요가원을 예약해서 다양한 요가 수업 스타일을 익히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요가 수업에서 나는 한국인의 열심을 떠올렸다.

무언가를 하면 한국인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요가도 참 그랬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한국의 여러 요가원을 가 본 바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고

정말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하시는 분이 많다.

발리에서 갔던 요가원
수업이 끝나면 원하는 사람은 카드를 뽑는다
삶의 리듬에 따라 춤을 주시오가 나와부렸으

그러면 나도 그 분위기에 취해

잘하고 싶기도 하고 욕심이 생기고

안 되는 동작에 시무룩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당연하게 생기곤 했다.


각 국의 여러 나라의 요가러버들이 방문하는

발리 요가원에서 본 요가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불을 켜고 요가를 열심히 하는 자에게

'열심히 하는 거 아닌데? 요가를 그냥 즐겨'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열심히 하는 요가 수업으로

힘든 동작을 계속 시키면 회원 분들이

안나오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그 열심으로 하는 요가 수업이싫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동작도 정확하고, 잘 가르치시니까

그래도 너무 잘하려고 하면 다치기 마련이다.


각 국의 여행자에게 요가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운동의 한 부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행이 좋은 건 내가 보는 것이 전부였던 세상에서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사는 곳에서 책을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다양하게 느낄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깨달은 것들은 조금 다르다. 보고 듣고 말하면서 몸으로 체감하는 게 다르다.


갑상선암 수술 이후, 의사 선생님이 5주 정도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요가 수업을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5주가 지나고 곧장 요가원을 향했다.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드디어 바라던 아침 수업이다!‘

요가 선생님도 수술 이후 처음 온 나를 반겨주셨다.

"팥님~ 몸 어때요? 괜찮아요?"

'네~ 많이 굳은 것 같지만.. 조금씩 해보려고요~!'

큰 수술을 한 탓인지 나의 호르몬 영향인지

이 전에 잘 되던 동작들이 확실히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은 열정 가득한데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발리에서 느꼈던

자유롭고 즐기는 마음을 생각했다.

'잘되면 좋고 안돼도 괜찮아.‘

‘이 시간에 요가를 하는 것 만으로 행복해~'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요가수업을 가면서

예전과 비슷한 체력으로 회복하고 있다.


그리고 강력하게 내게 사인이 온 건

복직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이시간을 엄청나게 그리워할 것 같다는 것이다.






운동도 되고

정신겅간에도 좋고

일석이조 요가는 사랑입니다~


요가 끝나고 먹는 점심도 꿀이네요..









화요일 연재
이전 06화아빠 모임에 딸이 따라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