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약 2년 간 일하면서 배운 것들
독일 스타트업과 현재의 영국계 글로벌 기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배운 업무 팁들을 정리해 보았다. 나 또한 아직 주니어 티를 벗지 못했고 일잘러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되지만, 실무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함께 적어본다.
1. 디자인 시안 공유는 초반부터 하는 게 낫다
사실 지금도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괜히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공유했다가 너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와서 내가 거기에 함몰되어 버리고, 특히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공유를 하게 되었을 때는 팀 내의 제약사항이나 requirement들이 제대로 정립이 아직 안되어있을 때가 많아서 '아직 확실하지도 시안인데 이걸 벌써 보여주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자인을 공유할 때마다 백그라운드 설명을 늘 덧붙여야 하는 게 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반부에 보여주는 것보다 나은 이유는 사전부터 미리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서도 그를 고려사항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디자인을 보여주기 두려워서 숨기다가 팀 내에서 방향이 어느 정도 다 결정된 이후에 피드백을 받아서 전략을 바꿔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좀 투명하게 초반부터 공개하는 편이 차라리 리스크가 덜 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나중에 디자인 방향이 바뀌더라도 '우린 이미 그 사안들을 모두 고려했다'라는 핑곗거리가 생기는 듯.
2. 디자인을 공유할 때 웬만하면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시간이 없고 아주 캐주얼한 미팅이라면 상관없지만, 정지된 여러 화면들 보다는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는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훨씬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잘 모르고 그냥 날 것 그대로의 피그마 스크린들을 가로세로로 스크롤해가며 보여주곤 했는데 한 동료가 다음에는 프로토타이핑으로 구현한 걸 공유해 주면 더 좋겠다는 피드백을 줘서 그 이후로는 디자인 시안을 완성도 있게 보여주고 싶을 때 프로토타입을 러프하게라도 만들어서 보여주니 훨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적 혼란이 덜하고 인터랙션을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거창하게 이펙트 같은 걸 넣을 필욘 전혀 없고 어떤 인풋을 넣었을 때 어떤 아웃풋으로 이어지는지 정도만 대략적으로 볼 수 있으면 된다.
3. 모든 피드백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아주 이상적이겠으나, 디자인을 여러 번 해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모든 피드백을 다 수용할 수는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라 그런지 누군가 내게 피드백을 줬는데 그걸 곧바로 적용시키지 않으면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피드백에 강박이 생긴 사람처럼 하나하나를 짚고 넘어가려고 해서 전체 프로세스가 딜레이 되기도 하였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순발력 있는 개발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말 크리티컬한 부분이라면 빠르게 논의를 해서 결론을 짓고, 아니라면 일의 진전을 위해 타협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4.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아직까지 제대로 실천하고 있진 못한 부분인데, 우리 팀의 Product director로부터 배우게 된 업무 태도이다. 물론 디자이너가 PO, PM 만큼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잦은 롤은 아니지만 유저의 입장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다양한 외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고, 필요하다면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야 하는 것 같다. 난 우리 팀 외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아직 익숙친 않아서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진 못했으나, 예전만큼 처음 보는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의를 할 때 긴장하고 망설이지는 않게 되었다. 이럴 때 보면 UX 디자이너도 외향형 사람에게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팀 내에서 공유되는 모든 디테일을 다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다. 나는 이 강박 때문에 입사 초반에는 미팅에 들어갈 때마다 늘 괴로움에 시달렸다. 회사 특성상 디자인을 볼 때 업계에 대한 상당한 이해도를 필요로 하기에 동료의 디자인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너무 큰 난관이었다. 결국 미팅 때 말없이 그냥 앉아만 있는 역할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역할로 낙인찍혔다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괴로워졌다..ㅋㅋ 근데 어느 순간 이 사람들이랑 나는 애초에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그 강박을 내려놓았다. (어떻게 보면 뻔뻔함이 늘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동료의 디자인에 질문이나 피드백을 할 때 "앞에서 이미 나온 내용인데 내가 혼자 딴 소리 하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다 들통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미팅에서 말 한마디 내뱉는 게 너무 망설여지고 힘들었는데, 그런 걱정을 덜 하기 시작하니까 더 수월하게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됐고, 생각과는 다르게 아무도 내가 앞의 뭔가를 놓쳤다고 지적하거나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고 타박하지 않았다. 앞에서 나온 내용인데 내가 또 질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냥 "Sorry I might've missed something, but..." 이런 식으로 운을 띄우면서 말하곤 한다. 물론 그게 팀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는 미팅 때 최대한 숙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내 업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포인트들이다. 앞으로도 실무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공유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