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디자이너들, 혹은 디자이너 지망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나 고민거리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취업 준비 / 이직 준비를 할 때 궁금했던 점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드는 생각들도 같이 정리했습니다.
1. 유럽 혹은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건 전반적으로 어떤가요?
이건 나라마다 혹은 회사 분위기마다 굉장히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같은 유럽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들 말로는 이탈리아가 업무 강도에 비해 평균 연봉이 네덜란드에 비해 훨씬 낮다고 들었어요. 저는 아직까지 두 군데의 유럽 회사밖에 다녀보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확실히 워라밸이 한국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삶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고 (아직까지는) 누구도 업무 문제로 남의 사생활에 터치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다녔던 독일 회사에서는 저희 팀 한정으로 월요일에 연차를 내는 것을 지양했었고 주말에도 슬랙으로 업무 관련 메시지가 오기도 했는데 이건 독일 회사라서 그렇다기보단 그 안의 팀 구성원에 의해 생긴 문화였습니다. (참고로 그 팀에는 독일인이 한 명도 없었음)
2. 네덜란드에서의 비자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저는 현재 파트너 비자 (5년)로 네덜란드에 체류 중입니다. 원래는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먼저 네덜란드 생활을 체험(?) 해보고 향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일하고 있던 독일계 회사와 일을 지속하기에 비자 컨디션이 걸림돌이 되어서 결국 한국에서 바로 장기비자를 받아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외국 출신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highly skilled migrant 비자를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네덜란드에 체류하기 위한 비자를 매우 손쉽게 해결한 편이기 때문에 (물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긴 했지만, 솔직히 유학 - 현지 회사 취업 루트를 밟아 거주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라고 생각함) 비자 관련 문제는 섣불리 조언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도 원칙적으론 취업 비자 스폰이 가능하고 만약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비자 타입을 전환할 생각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영미권 국가들을 제외하고 아직까진 비자 지원을 해 주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3. 유럽 혹은 해외취업하는 건 많이 어렵나요?
이건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서 확실하게 맞다 아니다로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건 사실이나,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 보여도 그에 대해 온전히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서 용기를 앗아가고 싶진 않더라고요. 남들이 다 안된다 어렵다 해도 결국은 해낸 사람들이 어디든 존재하고,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타 국가에서 네덜란드로 잡 오퍼를 받아 이주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분들은 대부분 코로나 시기, 혹은 그 이전에 건너오셨던 분들이라 지금 같은 불경기에도 그게 수월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해외취업이 목적이라면 물리적으로 그 나라나 근방에 거주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유럽 밖의 나라에서 리로케이션을 지원받아 오신 분들은 이미 그 업계에서의 경력이 꽤 많았고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이었기에, 본인이 그 정도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워킹홀리데이나 유학 등의 루트로 현지에 거주할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회사 입장에서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지원자가 자기네 나라로 이주해 올 거란 확신도 없고, 요즘 같은 어려운 잡 마켓에선 현지에도 일하고 싶은 인력들이 이미 넘쳐나기 때문이에요.
4. 해외취업 하고 싶은데 영어 때문에 고민이에요
일단 해외 취업이라는 목표가 생겼고 언어가 그에 걸림돌이 될 거라 판단되면, 최대한 디자인 혹은 테크 업계와 관련 있는 영어부터 접근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어로 된 관련 아티클이나 인스타 계정 글, 유튜브 영상 등을 자주 시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론 영어가 아주 서툴렀을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직접 맨 땅에 헤딩하며 실전영어를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유학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릴 때 영어를 잘했던 것도 아니어서 (대학생 때 그 흔한 토익점수도 없었어요 ㅎ), 사실 지금도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아직까지 잘리지 않고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언어에 대한 걱정은 너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스스로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심적으로 과하게 위축되어 오히려 많은 기회들을 놓쳤던 것 같아요. 원어민이 아닌 이상 언어가 완벽해질 날은 영영 오지 않습니다.
5.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취업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일했던 2017 ~ 2018년 당시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디자인 전공자를 우대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제가 체감하기엔 학교의 전공은 거의 고려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단, 관련 직무 경력자 한정). 이건 국가의 차이라기보다는, 인턴십이나 신입 채용 시에는 지원자가 보통 업계 경력이 많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 전공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생각에는 미드 레벨 이상부터는 대학 전공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고, 신입으로 지원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서 어필할 수 있는 관련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있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현재 일하는 디자인 팀에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거의 저뿐입니다.
6.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만들어서 지원하는 중인데 연락이 안 와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요즘 같은 상황에는 취업이 안 되는 것이 100% 지원자의 역량 부족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취업이라는 게 애초에 내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운과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싸움이잖아요. 저조차도 솔직히 가끔 "내가 여기 대체 어떻게 붙은 거지?" 생각할 때가 있으니까요.
조금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엔 소위 말하는 '양치기' 방법을 썼습니다. 이직 준비 당시에 함께 면접 스터디에 참여했었던 분들은 모두 본인들이 관심 있는 분야나 회사 유형이 뚜렷한 편이었는데, 전 그 와중에도 별 기준 없이 일단 냅다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물론! 그냥 아무 데나 다 지원한 건 절대 아니었고요. 제 이전 글을 보고 온 분들은 알겠지만 직무 면에서는 뚜렷하게 프로덕트 디자이너 or UX 디자이너 타이틀을 목표로 한 이직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전략이 통했고, 덕분에 여러 회사와의 면접 기회가 생기면서 영어 인터뷰 스킬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보니 멘토링을 할 때 포트폴리오의 비주얼적인 완성도도 어느 정도 고려하게 되는데, 많은 학생 디자이너나 엔트리 레벨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시각적인 디테일들이 좀 떨어지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선 디자이너들의 시각적인 퀄리티가 매우 높은 편이라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해외 신입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공통적으로 이런 부분이 많이 발견되어서 좀 놀랐습니다. 요즘 프로덕트 디자이너 롤에서 비주얼적인 측면의 중요성이 예전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design principles가 지켜질 때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지원자가 한 포지션에 수백 명씩 몰리는 상황에선 어떤 전략이라도 쓰는 게 이득입니다. 안 그래도 경력이 없는데 하물며 하이어링 매니저가 가장 관심 있게 볼 포트폴리오의 첫인상이 별로라면, 아무래도 그 회사가 지원자를 눈여겨볼 확률은 낮아지겠죠. 물론 UX 리서처처럼 비주얼 디자인을 딱히 손댈 일이 없는 포지션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좀 더 생각나는 게 있으면 다음에 추가적인 글로 적어보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