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ADHD일 때 무엇이 힘든가 (Part 1)

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다름’을 견디는 일이다.

by Haro adh


결혼 후, 남편과의 다툼은 전쟁 같았다.

연애 시절에도 자주 싸웠지만, 그때는 ‘전쟁 같은 사랑’이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 열정 속에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부터의 다툼은 달랐다.

이제는 그 전쟁이 진짜 현실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그에게도, 아이에게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를 조여왔다.



다툼이 컸던 어느 날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그날,

나는 나의 정서적 안전지대인 드레스룸으로 숨어 울었다.

원피스 벨트를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멍청하고 바보 같다.

용기도 없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더 역겹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남편의 잔소리와 비난은,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내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소소한 실수들이 다 이유 있는 행동이라고 믿었고,

그도 같은 상황이라면 나처럼 실수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나는 왜 늘 이렇게 되는 걸까”

하는 자책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실패할 때마다, 그 결과가 곧 나의 ‘가치’로 연결되었다.

결국 나는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실패하면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길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생각이, 내가 누구를 위한 쇼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진짜 멍청해서 이런 생각을 반복하는 건지,

아니면 너무 지쳐서 자기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조차 ‘패배자 같은 마인드’라는 낙인을 찍으며,

점점 무너져갔다.



결혼 후에는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내가 선택해서 결혼했는데,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그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결혼은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정답’이어야만 한다는 압박이 나를 옥죄었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관계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이건 단순히 남편과의 갈등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그가 내 기질을 이해하지 못했듯,

나 또한 내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에도 우리는 싸웠다.

그럼에도 서로의 열정과 다름을 ‘특별함’으로 여겼다.

그 다름을 붙잡기 위해 애썼고, 그게 사랑의 증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리고 아이가 생긴 뒤부터는 달라졌다.

우리의 다름은 더 이상 사랑의 한 부분이 아니라,

가정의 균형을 흔드는 불안 요소가 되었다.


그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매번 다툼이 나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말 한마디조차 조심스럽고,

감정 하나조차 숨기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때 내가 느낀 ‘부족함’은

남편의 평가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가 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결국 나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원피스 벨트는

죽음을 향한 도구가 아니라,

내 감정이 어디까지 밀려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신호였다.

그 벨트를 바라보며 울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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