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다름’을 견디는 일이다.
결혼 후, 남편과의 다툼은 전쟁 같았다.
연애 시절에도 자주 싸웠지만, 그때는 ‘전쟁 같은 사랑’이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 열정 속에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부터의 다툼은 달랐다.
이제는 그 전쟁이 진짜 현실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그에게도, 아이에게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를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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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이 컸던 어느 날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그날,
나는 나의 정서적 안전지대인 드레스룸으로 숨어 울었다.
원피스 벨트를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멍청하고 바보 같다.
용기도 없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더 역겹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남편의 잔소리와 비난은,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내 기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소소한 실수들이 다 이유 있는 행동이라고 믿었고,
그도 같은 상황이라면 나처럼 실수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나는 왜 늘 이렇게 되는 걸까”
하는 자책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실패할 때마다, 그 결과가 곧 나의 ‘가치’로 연결되었다.
결국 나는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실패하면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길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생각이, 내가 누구를 위한 쇼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진짜 멍청해서 이런 생각을 반복하는 건지,
아니면 너무 지쳐서 자기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조차 ‘패배자 같은 마인드’라는 낙인을 찍으며,
점점 무너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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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는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내가 선택해서 결혼했는데,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그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결혼은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정답’이어야만 한다는 압박이 나를 옥죄었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관계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이건 단순히 남편과의 갈등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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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그가 내 기질을 이해하지 못했듯,
나 또한 내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에도 우리는 싸웠다.
그럼에도 서로의 열정과 다름을 ‘특별함’으로 여겼다.
그 다름을 붙잡기 위해 애썼고, 그게 사랑의 증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리고 아이가 생긴 뒤부터는 달라졌다.
우리의 다름은 더 이상 사랑의 한 부분이 아니라,
가정의 균형을 흔드는 불안 요소가 되었다.
그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매번 다툼이 나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말 한마디조차 조심스럽고,
감정 하나조차 숨기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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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때 내가 느낀 ‘부족함’은
남편의 평가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가 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결국 나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원피스 벨트는
죽음을 향한 도구가 아니라,
내 감정이 어디까지 밀려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신호였다.
그 벨트를 바라보며 울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두려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