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Different, Human Deep.

ADHD는 결핍이 아니라, 다르고 깊은 방식이다

by Haro adh


그렇게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던 어느 밤,

아이를 재우고 나오니 남편은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

억울함도 남아 있었지만, 그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


“자기야, 나 할 말 있어.”

“뭔데?”

남편은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미안해. ADHD 공부해 보니까…

오빠가 진짜 힘들었을 것 같더라.

내가 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어.

오빠가 화내고 나를 비난할 때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오빠가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남편은 하던 게임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눈이 동그래졌다.


“알코올중독자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너를 알코올중독자 같다고 생각했어.

어쩔 수 없다는데, 왜 어쩔 수 없는 건지 몰랐거든.

반복되는 실수가 마치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어.

네가 ADHD여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라고 했을 땐…

솔직히 절망적이었어.

‘아, 이 사람은 나아질 생각이 없구나.’ 싶더라.”


그 말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나를 암환자라고 생각했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아픈 나 때문에 힘들다 그러고,

자꾸 의지로 버티라고만 하니까 더 힘들었어.

난 자기가 ADHD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날 몰아붙인다고 생각했는데…”


내 말을 들은 남편은 잠시 고개를 숙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싸움 속의 웃음이 아니었다.

그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언어가 얼마나 달랐는지를 알았다.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한대?”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소아당뇨 같은 거라고.

인슐린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인슐린을 충전해줘야 하는 거랑 같대.

밥이 필요하니까 먹는 거지,

밥에 중독되는 사람은 없지 않냐고 설명해 주시더라.”


남편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조용한 순간, 무언가가 서로에게 닿은 듯했다.

그의 눈빛에는 미안함과 안도가 동시에 비쳤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늦은 새벽 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엔 피로 대신 상쾌함이 비쳤다.



ADHD — Always Different, Humanly Deep.

다르다는 건, 조금 더 깊은 방식으로 느끼는 삶이라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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