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pamine

감각의 자리

by Haro adh

바깥세상은 여전히 낯설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세상은 수많은 신호로 가득하다.

그중 어떤 건 내 안에 닿지 않고,

어떤 건 너무 깊이 파고든다.


어쩔 땐

내 안의 안테나는 주파수를 조금 엇나가게 맞춘다.

아무리 밝은 신호도 잡히지 않고,

어떤 희미한 떨림에는

불필요할 만큼 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나는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눈치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ADHD는 눈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내 도파민이 반응한 자극만 보이고,

도파민이 반응하지 않는 자극은

눈앞에 있어도 인지조차 되지 않는다.


반대로

도파민이 반응하는 순간엔

사람들의 눈빛 흔들림,

목소리의 온도,

공기의 미세한 변화까지

전부 한꺼번에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어쩔 땐 너무 세심한 사람이고,

어쩔 땐 너무 무신경한 사람이다.


예전엔 억울했다.

“난 분명 느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눈치 없다고 말하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둔함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느끼는 감각의 혼선이라는 걸.


나는 어쩔 땐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느끼고,

어쩔 땐

두 박자 늦게 이해한다.


그 시간차 속에서 오해가 생기지만

그 오해마저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완벽히 이해받는 나’보다

‘조금 덜 억울한 나’로 살아간다.


세상의 언어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조금 다른 속도로

번역하며 살아간다.


세상의 언어를 내 언어로,

그리고 다시 누군가의 언어로 옮기며.


그리고 요즘,

그 감각이

관계 안에서만이 아니라

관계 밖의 세계에서도 쓰일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작은 가능성이 조용히 스며든다.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나에게로 어떤 흐름이

가늘게, 하지만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준비 중이고,

아직은 이름도 붙이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표는 찍지 않는다.

이건 아직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의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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