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의 축제
작은 마을 넬슨에는 매주 새로운 행사들이 많기도 하다.
한국에서 나는 SNS도 하지 않았는데..(귀차니즘과 무언가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소심함으로.. 캐나다에 와서 지나오는 시간들을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서 블로그에 도전해 보는데 지나고 보면 좋겠지?) 여기서는 사람들이 Face book을 활발히 쓴다.
구글 메일을 주로 쓰고 Face book으로 Nelson과 Kootenay지역에 관련된 행사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여름에 두 번 열린다는 넬슨의 나이트 마켓. 올여름 마지막 기회라고 해서 저녁을 먹고 나가보았다.
다운타운 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물건이나 간식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해가 지고 나니 북적북적 음악과 춤추는 사람들로 흥이 가득한 동네 축제가 열렸다.
바닥에 털썩 앉아 공연도 보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바에 앉아 시원한 맥주도 한 잔 마셨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북적북적대며 내가 마치 홍대 길거리에 있는 듯한 착각이 잠시 들었다.
오랜만에 시끌시끌한 밤을 느끼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오르막 길을 걸어올라 집에 갔다.
다음날 아침, 요즘 연어 산란기가 한창이라고 근처 Kookanee creek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해서 부지런히 가보았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캠핑장이 있고, 호숫가에서 사람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연어를 볼 수 있는 지점에 가보니..
연어 반, 물 반...
안전한 곳에 알을 낳기 위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있는 힘껏 앞으로 가는 연어를 보니 무언가 마음이 뭉클했다.
연어는 본능적으로 산란기가 되면 안전한 곳을 찾아 힘이 닿는 대로 거센 물살을 오르고 오른다고 한다. 알을 낳고 나면 암컷 연어는 생을 다 하고..
그 알들은 또 깨어나고 자라서 연어의 반복되는 삶을 열심히 살아낸다고 한다.
물속을 자세히 보니 연어들은 저 거센 물살을 온몸으로 버티고.. 견디면서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힘이 빠지면 힘들게 온 길을 지나 뒤로 뒤로 밀려나기도 하지만 다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러다 중간에 오리나 곰 등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힘이 빠진 연어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죽기도 하지만..
그런 연어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연어를 보며 나도 두려워말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다음 날은 Harvest farmers market이 열린다고 해서 구경을 나갔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 Famers market과 비슷한 상점들도 있고.. 재주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옷, 빵, 쿠키, 도자기 제품 등등 다양했다.
작은 마을은 maket이 자주 열리지만 판매하는 물건은 비슷비슷하다. 우리가 볼 때는 특별히 살만한 물건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시중에서 파는 물건과 다른 물건들을 구경하고 쇼핑하는 재미가 이곳에서는 소소한 즐거움인가 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손님이 있던 없던 밝은 표정으로 앉아 누군가 오면 이야기 나누고... 사는 사람도 여유 있게 둘러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골마을의 풍경.
가을이 오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뜨거운 한 낮.
일요일 오후,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선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날, 개학을 앞두고 아들의 학교 오픈 행사가 있었다.
한국 학교와 다른 점은 교장 선생님이 직접 메일을 밤낮으로 많이 보내신다.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에 대한 것과.. 스포츠 팀에 신청하라는 메일, 개인 라커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 전달까지.
한국의 선생님들이 참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구나.. 새삼 느껴졌다.
이곳 아이들에게도 설렘과 기대가 가득해 보이는 중학교 입학.
초등학교도 졸업을 못 한 아들이 중학교에 가서 내심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Grade 6 교실은 나름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남자아이들은(여자 아이들은 좀 더 성숙해 보인다) 우리 아들과 비슷하게 내 눈에는 애기얘기하고.. 얼굴엔 장난이 가득해 보인다.
씩씩하고 활달해 보이는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한국 학생을 맡아보셨다며 잘할 거라고 얘기해 주셔서 감사했다.
낯선 환경에서 아들이 어떻게 적응하며 지낼지 기대 반, 걱정 반..
9월에 개강을 앞두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초간단 김치도 만들어보고... 최소한의 재료로 간단히 만들어도 아쉬운 대로 얼추 비슷한 맛은 난다. 하다 보면 점점 더 나아지겠지..?!
여기서 파는 음식들은 대부분 간이 세고, 달고... 치킨도 많이 짜다.
예전 집 앞에서 먹던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이 생각나서 호기롭게 치킨 튀기기에 도전해 봤는데.....
결과는 눅눅... 치킨이 익어서 먹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며 맛있게 먹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하면 튀김기부터 사야겠다.
9월 3일.
아들도 학교에 가지만 이제 나도 학교에 간다.
이곳 사회에서 언어와 문화도 배우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과 돈은 좀 들지만 먼저 유학을 결정했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 42킬로미터 거리인데.. 차가 막히지 않으니 시간은 버스로 40분 정도 걸린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책도 보고, 얘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
여기에 오며 내가 다닐 학교 근처 동네가 아닌 넬슨에 집을 구하며 제일 걱정되었던 통학이었다.
운전을 직접 할까 버스를 탈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버스로 가는 길이 참 좋다.
계절이 좋을 때야 상관없지만 겨울이 되면 도로가 얼거나 눈이 쌓여 운전이 아주 어렵다.
운전에 대한 부담도 없고, 이 작은 동네는 버스를 타는 사람도 항상 비슷하다.
기사님이 정류장이 아닌데 세워주는 훈훈함도 있고.. 여유롭게 농담도 하시고..
버스에서 자꾸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들과는 더 반갑게 인사한다.
언젠가는 대화를 나누는 여유로움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나의 학교 생활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