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네, What's wrong?

by 김트루

가끔 나도 내 감정이 주체가 안될 때가 있다.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 그냥 눈을 감고 한 숨 잤던 적이 있다.

아이를 낳고서는 그게 안된다. 그때 자면 재앙이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평화를 찾아야 제때 육퇴를 하고 그제서야 잠에 들 수 있다.


요즘에 특히 아이는 짜증을 많이 낸다.

전문가에 의하면 3살에서 4살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슬픔, 분노, 답답함 등의 감정을 모두 '짜증'과 '투정'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 말이 뭔지 정확히 딱 알아차렸다.


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온집안을 누비고 다녔다.

좋아하는 색깔의 색종이를 꺼내고 가위와 풀을 준비하더니


"Mommy! Look at this!"

(마미! 룩 엣 디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라며 신나게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색연필로 색칠도 하고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를 반복하며 본인만의 미술 활동에 심취해있다

그런데 5분도 안되어 찌익— 하고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은 아이의 짜증과 칭얼거림이 섞인 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What's wrong?"

(왓츠 우롱?

무슨 일이야?)


비상사태, 아이의 예술 작품이 찢어졌다.

찢어진 종이를 주방까지 들고와서는 집이 떠나가라 울면서 종이를 보여준다.


"엄마, 찢어..졌..흐흡끅..어요.."


"It's okay. Tell me. What's wrong?"

(잇츠 오케이. 텔 미. 왓츠 우롱?

괜찮아. 엄마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야?)


"내가 그린.. 그림이 찢..어..졌어요.."


익숙할 때쯤 다시 낯설게 다가오는 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을 배경삼아

서랍에서 테이프를 꺼내 아이 손에 쥐여준다.


"Mommy will help you. You can fix this."

(마미 윌 헬프 유. 유 캔 픽스 디스.

엄마가 도와줄게. 넌 고칠 수 있어)


"Let's tape it."

(렛츠 테이핏.

테이프로 붙여보자.)


이내 아이는 훌쩍거리면서 꼼지락 꼼지락 작은 두 손으로 테이프를 뜯기 시작한다.

테이플르 떼면서 자기 손가락에도 붙고 그 손으로 종이를 바닥에 두고 테이프를 붙이기 시작한다.

그 작은 손이 엉성해보이지만 일부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붙여볼 수 있도록, 그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다 결국 종이를 붙이는 데 성공하면 나는 아주 세상이 떠나가라 크게 박수친다.


"Well done! You did it!"

(웰던! 유 디딧!

잘했어! 너가 해냈어!)


칭찬을 들은 아이는 방금 전 울던 건 이미 잊은 듯,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환하게 웃는다.
붙여놓은 종이를 보여주며 가장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다시 평화를 되찾고 아이는 마저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정말이지 회복이 빠르다.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하도 빠르게 격변해서
어쩔 땐 감당이 안 되지만, 또 그만큼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게 가끔은 조금 부럽기도 하다.

우리는 어른이라서, 엄마라서 찢어진 하루를 보고도 모른 척 지나칠 때가 더 많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아이의 마음은 찢어진 종이처럼 금방 망가지지만 또 테이프 한 줄이면 금방 회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를 달래며 건넨 그 수많은 말들,
“괜찮아. 말해봐.”
“엄마가 도와줄게.”
“너라면 할 수 있어.”
그 말들은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한 말인지 모른다.


나는 아이의 감정을 다독이며 오늘도 내 하루를 겨우겨우 테이프로 붙여 가는 중이다.


누군가 말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미숙함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그 미숙함을 견디는 일이라고.


그리고 나는 오늘도 견디는 중이다.
테이프는 아이의 종이를, 커피는 내 멘탈을 붙여준다.

어쩌면 찢어진건 아이의 종이가 아니라 내 인내심이었지만, 일단 오늘도 급하게 붙여본다.

대충 붙여놓은 하루라도 일단 붙으면 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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