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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an 15. 2019

Frankenstein,네가 알던 괴물이 아냐

감히 인문학 건드리기 # 1 누가 진짜 '인간'일까? 박사? 아님 괴물?

몸에 박힌 대못, 2m가 넘는 거대한 몸집과 온몸의 흉터 자국.

프랑켄슈타인은 내가 아는 외국 문학 중 가장 흉측하게 생긴 괴물이었다.

그가 사실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고 심지어 과학자이다.


그럼 대체 괴물은 누구냐고 묻는다면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그저 이름 없는 괴물(Monster)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해 낸 과학자로서 정확한 이름은 Victor Frankenstein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실제로 내가 진행했던 중학생 대상의 영어 인문학 수업 당시 대다수의 학생들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Classic Starts.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친 좀 더 쉬운 내용의 <프랑켄슈타인>.


그렇다면 대체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이라고 잘못 알고 있을까.

원작이 영화화되고 뮤지컬화 되면서 포스터에 괴물 사진을 넣고 그 밑에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게 오해가 조금씩 생기지 않았을까 예측해본다.

(사실 개인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괴물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있다.)


누가봐도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뜻하는 것 같은 포스터.


인간의 공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괴물 때문일까 <프랑켄슈타인>은 오늘날까지도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탄생되고 있다.

괴물을 영웅화시켜 선과 악에서 정의의 사도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원서에 기반하여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의 갈등과 비극을 노래와 춤으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대체 어떤 점이 <프랑켄슈타인>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미디어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한 걸까.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에 이토록 주목하게 만든 것일까.


프랑켄슈타인은 인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소설이다.

"인문학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대답해주고 싶다.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다.

좀 더 자세히는 인간과 관련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역사학, 철학, 문학, 종교학 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인문학 연구를 통해 인간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감정과 생각들을 그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문학 작품으로서 지금까지도 소개되고 있다.

박사와 그 박사가 만든 괴물 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그들이 보여주는 감정과 생각들은 독자로 하여금 흥미로운 철학적 및 인문학적 질문들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가령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괴물을 보며 '인간의 정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어겨가며 생명을 창조한 박사를 보며 '과학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등을 말이다.


그런 점이 나로 하여금 <프랑켄슈타인>을 졸업 논문으로 쓰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도 대표적인 이 두 가지 질문들을 통해 한 번 자유롭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어렵게 갈 건 없다. 인문학은 오직 사람을 향한 것인지 고상한 철학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Q.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일까?

#진정한 의미의 '인간(human)'은 누구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인 동물이다' 말했다.

세상에 혼자는 없으며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그 개인이 유일적(唯一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하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달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과학에 빠지기 시작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엘리자베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마저 등을 돌린 채 연구에만 몰두한다. 

자신이 살아온 모든 환경과 사회를 거부한 채 과학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 생명을 창조시키는데 집중한다.


그렇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누군가와 깊은 연대감을 생성해보지 못했는데 아뿔싸,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마저 괴물처럼 흉측한 모습을 지녔으니 있던 정마저 사라졌으니 어떻게 그 생명체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만든 생명체가 움직이는 순간, 얼굴이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유기하고 떠난다. 앞서 말했듯이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크리처(creature)'는 이름이 없다. 그냥 '괴물'이라는 이름이 전부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끝까지 그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으며 사랑은 물론 동정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버림받은 괴물은 프랑켄슈타인과 달랐다.

인간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감정과 연민을 호소하지만 외면당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외모가 흉측하다는 이유만으로 돌을 맞고 버림을 받을지라도, 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의 정서와 사상을 배워 인간이 되어 그들의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애쓴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아이를 살려주고, 식량이 없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몰래 사냥을 하여 식량을 가져다주는 등 선의의 행동을 한다.  또한 괴물은 결정적으로 언어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아성찰을 그 누구보다 깊게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 읽어 나갈수록 나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돌아보게 되었소. 나는 내가 읽거나 엿듣는 대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소. 나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했지만 나 자신의 자아 같은 것은 형성되어 있지 않았소. 내게는 의지할 사람도 없었고 핏줄도 없었소....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지? 내 운명은 무엇일까?

As I read, however, I applied much personally to my own feelings and condition. I found myself similar, yet at the same time strangely unlike to the beings concerning whom I read, and to whose conversation I was listener. I sympathised with and partly understood them, but I was unformed in mind; I was dependent on none, and related to none.... Who was I? What was I? Whence did I come? What was my destination? (131)


괴물은 결정적으로 자신과 똑같은 형태를 한 여자 생명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괴물이 자신이 인간 사회에 편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사회 즉 공동체를 만드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괴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분노와 복수로 증폭되어 많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괴물과 박사의 행동은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지만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한 박사 프랑켄슈타인과 온전한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이 되고 싶었던 괴물.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한 채 생김새가 흉측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린 박사, 괴물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자 괴물을 만들어주려고 하지만 괴물이 보는 앞에서 여자 괴물을 죽여버리며 괴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회피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끝까지 괴물을 죽이려다 생을 마감한다.


자신을 만든 박사 프랑켄슈타인에게 창조주로서 사랑과 연민을 호소하지만 생김새가 흉측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은 괴물, 하지만 인간 사회에 들어가고자 부단히 언어와 문화 그리고 감정을 배웠고 자신만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자 괴물을 원했지만 결국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여자 괴물은 사살되고 영원한 복수를 결심하며 프랑켄슈타인의 주변 사람들을 처참히 살해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 마음이 움직일까? 아무리 빌어도 당신은 자기 피조물에게, 이렇게 당신의 친절과 연민을 애원하는 나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오?... 하지만 나는 혼자, 처절하게 혼자가 아니오? 내 창조자인 당신조차 나를 미워하는데 나에게 아무 빚도 없는 당신의 동료 인간들에게 내가 무얼 바랄 수 있겠소?

How can I move thee? Will no intreaties cause thee to turn a favourable eye upon thy creature, who implores thy goodness and compassion?... but am I not alone, miserably alone? You, my creator, abhor me; what hope can I gather from your fellow-creatures, who owe me nothing? (103)


"과연 누가 더 진정한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 Shelley, Mary.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Ed. Maurice Hindle. London: Penguin, 2003. 을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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