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어떤 의미인가.

[ 자유로부터의 도피] , 내 인생의 마지막 회사생활을 정리하면서

by 전자특급

어떤 계기로 구매할 목록에 추가된 책인지는 모르겠다.


새롭게 읽을 책을 찾아 구매할 목록에 넣어둔 책 리스트를 보던 중 순간적으로 내 이목을 집중시키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조금 부끄러운 과거이지만, 나는 군대를 제대할 때 상황실 마이크를 켜고 내무실에 후임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저는 제대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라는 것은 군대보다 조금 더 큰, 사회라는 감옥으로 이송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후임들 입장에서는 역시나 기행을 일삼던 병장이 제대할 때도 한 건 하는구나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28살 때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게 될 때까지 나는 회사생활이라는 근로 형태를 통해 근로임금을 받고 지금까지 생활해 왔다.


그 사이 영상편집일, PD 생활, 욕실 시공, 보안일을 했었다. 하나의 일을 그만둘 때마다 이제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공포에 휩싸이거나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지금 회사도 정리하고 나가기로 했다. 올해까지 무사히 마무리한다면, 만 2년을 일하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퇴사는 불안이 덜 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제 회사생활을 통한 근로소득으로 먹고사는 일 자체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런 다짐을 하던 시기에 우연히 책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이 책이 지금 내 고민과 너무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기분 좋은 우연에 감사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

처음 취직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 말고 다른 형태의 소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내 견문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선생님이신 어머니, 공기업에 다니는 아버지와 공기업에 다니는 형을 보면서 나는 어느 그룹(회사)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것 외에 다른 소득 형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책은 1941년에 처음 발간된 책이다. 한참 과거에서부터 이미 개인의 파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중세시대가 끝나면서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할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다. 그것은 자유이면서 , 한편으로는 타인은 모두 경쟁자가 되었다는 뜻이며, 자유를 온전히 누릴 능력이 없다면 끝없이 도태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자유는 공포와 불안감을 만들어냈고, 사람은 그러한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특정 조직의 부품이 되어 개성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이 훨씬 더 견고해졌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내가 한 조직의 기계부품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퇴근 후의 생활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그로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나는 일주일에 5일 이상 부품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책이 출간된 지 8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여전히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문제라기보다는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공기업에 취직하고 (사기업과 같은 일반 조직보다 더 거대하고 조직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른 집단보다 강한 소속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유튜버 등에 목을 매는 것 같다.(자유라는 관점에서 일반 회사원과 유튜버는 사실 비교 자체도 안되기 때문)


사회의 정수를 관통하는 통찰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강력하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거의 제일 인상깊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P.S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고 다음에 읽으려고 구매한 책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대인, 1941이라는 출간 시기와 히틀러에 대한 언급만 봐도 히틀러와 파시즘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서 쓴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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