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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Sep 20. 2023

게으른 육아

남편은 내게 늘 이야기한다. "한 템포만 낮춰줘"

남편에게 있어 나는 늘 성격이 급한 아내이다. 나는 쇠뿔은 단김에 뽑아야 하며 오늘 할 일은 지금 당장 끝내야 하며 미루거나 쌓아두는 일 없이 빨리빨리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그에 반에 남편은 늘 나보다 두 템포 세 템포 느리다. 어쩌면 한두 템포 느린 남편덕에 내가 조금 더 급한 성격이 됐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울면 나는 즉시 안아 올려 아이의 울음을 그쳐주어야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남편은 우는 아이를 느릿느릿 한참 바라보다가 손을 씻고 와서 안아주겠다며 화장실로 유유히 걸어간다. 그사이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고 둥기둥기하기 바쁘다.


당장 할 일을 미루지 못하는 성격 탓에 아이의 낮잠시간에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집안의 모든 살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야 맘이 놓인다. 뭐든지 제자리에 착착 정리해 두고 집안 곳곳 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여야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집에서는 쉴 수 없는 성격이다. 결혼 전에는 '사람들이 호캉스를 왜 하는 거지?' 하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혼해서 바쁜 육아의 시간을 보내는 지금은 집에서는 도저히 쉴 수 없으니 하루라도 호텔로 피신해서 뒹굴뒹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누워서 있으면 딱 좋겠다 싶다.


바쁜 육아가 연이어 이어오던 날들에 아이가 구내염과 감기가 겹쳐 컨디션이 난조다. 아이와 밖으로 나갈 수도 없이 집에 발이 묶여 아이와 단둘이 집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나의 영혼이 탈탈 털렸다.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체력적인 부담이 따라온다. 덕분에 나의 육아에는 자연스레 힘이 빠진다. 이유식은 사 먹이고 청소는 하루치를 몰아서 한다. 아이의 낮잠시간에는 나도 책을 읽거나 누워서 잠시 쉬어간다. 젖병소독과 집안필수적인 집안일은 퇴근한 남편에게 잠시 넘겼다. 덕분에 나의 체력도 조금씩 살아난다.


지금 할 일은 오후로 미루고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는 연습을 해가야겠다. 게으름에도 연습은 필요하다. 게으른 엄마가 되어 앞으로 아이가 커가는 동안 번아웃 없는 엄마가 되어봐야지.

늘 나의 육아에 번아웃이 오지 않게 도와주는 푸드케어 클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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