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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Sep 06. 2023

육아에 힘 빼기

"언니, 나 요즘 조울증 걸린 것 같아."

요새 내가 동네 언니들에게 자주 하는 소리다. 매번 힘듦과 회복이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이 요동치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도 오전에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보려 힘을 내본다. 새벽에 깨서 목놓아 울고 있는 아이를 케어하고 오늘 오전까지 아기안전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가 내린 미션도 군소리 없이 해주는 남편을 보면서 의무적으로 나도 같이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이켜보면 처음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 돌아와 육아를 했던 순간을 생각해 보니 '나 참 예민했구나' 싶다. 한 끼라도 분유를 먹였으면 편했을 텐데, 이유식은 구입해서 먹였으면 편했을 텐데, 산후도우미분이 아이를 케어하실 때 불안해하지 않고 푹 잠을 청했으면 편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그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오롯이 아이에게 좋다는 모유만을 고집했고, 이유식은 모조리 내가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산후도우미분이 집에 와계셨을 때에도 아이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내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겼다.


늘 아이를 향한 마음은 산처럼 높은데 내 체력은 눈앞에 있는 작은 우물 같다. 하루를 보내도 저녁시간만되면 힘이 쭉 빠지고 개월수가 차면서 아이가 몸무게가 늘고 움직임이 커질수록 나의 체력은 종이장처럼 감당이 어렵다. 육아에 힘을 빼자고 결심하기보다는 그냥 힘이 빠졌다고 하는 편이 좋은 표현인 듯하다. 이제는 시간과 체력을 벌어보려 이유식은 시판이유식을 하고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읽던 육아서적은 잠시 접어두고 소설책을 읽는다. 엄마로 보내는 시간은 여전히 8할이지만 이제는 2할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엄마가 기뻐하는 육아가 아이도 기쁠테니 말이다.

푸드케어 클레_시판이유식

오늘도 냉장고에 가득 찬 이유식을 보며 힘을 내어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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