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준비를 시작하면서

교수의 헛발질이 도움이 될까

by 진중현


이번 학기에는 전공 기초교과목 1개, 교양과목 1개, 대학원 영어 강의 과목 1개를 해야 한다.


Covid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니,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대학 교육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그러나, 사실 그 이전부터 온라인 교육으로 옮아가는 추세였다. Covid-19은 이런 방향성을 좀 더 가속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대학에서의 온라인 교육이 진정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많다. 대학이 취직 학원을 지향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교육서비스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라면, 표준화된 지식과 지식을 쉽게 습득하는 방법론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이 기본 교육과 달리, 지성인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라면, 오히려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한' 또는 '성공자들과 연대하고 있는' 교수들의 삶과 경험을 강의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 PPT는 교수법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키워드와 줄거리로 반복할 뿐이니까. 그리고 집중적인 지식 전달 체계니까. 그러나, 그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체계를 스스로 만들 줄 아는 학생을 양성하자면, 교수가 서판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의식의 흐름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심지어 실수하거나 틀리는 부분도 학생에게는 이면의 지식이 될 수도 있다.


몇 년 동안 강의를 하자면, 밤을 새워 PPT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을 해야 하니, 녹화를 하고 학생들이 다분히 수동적으로 보게 하였다.


Covid-19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아닌 교수라는 인간이 범하는 실수와 말투, 표정조차도 교육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교육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이후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영역이었던 기술도 이제는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정규 과학'의 영역에 들어온 것들이 많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대학원을 다녀야 배웠던 PCR법(핵산증폭법)을 요즘은 농고(농생명과학고)의 학생들도 배운다 한다. 복잡한 교육 내용이 빠르게 정규화되고 필수적인 것이 되어, 시험의 일부가 되는 것만큼, 새로운 지식을 발굴해 가는 선배들의 '헛발질'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강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학기에 새롭게 강의하게 되는 '생물통계학'은 카메라 앞에 작은 서판을 놓고, 버벅거리면서 문제를 푸는 교수의 개고생을 실시간으로 방영할까 생각 중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여전히 수강 후에도 암기한 내용을 복기하는 공부만 할 것 같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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