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에너지, 식량의 연결점 - 인
우리 연구실은 연구재단 기반생명 분야 개인기초 연구로서, 글로벌 중견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량 생산에 중요한 위기 요소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인(P)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식물이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비료의 3요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질소, 인산, 가리 - 이렇게 부르는 분들이 많은데, NPK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저는 종종 질소는 밥, 인은 임산부 영양제라고 비유합니다. 질소는 작물이 성장하는 데 그 효과가 크게 보이는 반면에, 인은 꽃이 피고 과실을 맺는데 그 효과를 더욱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 개의 중요 영양소는 어느 하나 빠질 수 없고 대체 불가능합니다. 식물의 신체를 구성하고, 핵산을 합성하며, 세포벽과 세포막을 포함한 구성물의 필수요소이고, 각종 호르몬 대사를 포함한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데 매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질소는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죠. 하버가 개발한 하버법으로 공기 중 질소를 많은 에너지를 가하여, 고체의 비료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은 무기질로서만 식물이 이용이 가능한데, 그것은 광물로서 채굴됩니다.
광물로서 채굴되기 때문에, 그 이용량이 제한됩니다. 또한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이 녹조라테를 일으키는 오염원으로 여겨지지만, 여기에는 부분적인 인식에서 유래한 '인의 결핍'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은 5개 정도의 나라에서 전체 생산량의 85%를 생산하는 것으로 그 지리적 편중도가 매우 큽니다. 대표적인 생산국은 모로코인데, 유럽정상회의(EC)에서 세계적으로 희귀 광물에 대한 지도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그림의 지도 참조).
여기에 웬 인산(phosphate rock)이 모로코에 표시가 되어 있는가 할 것입니다. 그것은 금속도 아닌데. Rare metal은 첨단 전자산업 등에 쓰이는 다양한 소재를 일컫는 것이라고 볼 때, 인광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https://www.etnews.com/200805280207
중국도 중요한 인광석 보유국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원물에 대한 기사가 나온 것이고, 언제나 중요한 관리 산물로 봐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생산량의 대부분은 비료가 되어 식물이 씁니다. 극히 일부가 전자산업의 배터리나 광산업의 소재에서 순도 높은 무기 인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와 맞닿은 면이 하나 있습니다. 당시 발생한 식량위기의 주범으로 바이오에너지가 있었는데, 많은 곡물, 특히 옥수수와 콩을 이용한 바이오에탄올을 선진국들이 사용하고, 개도국에서는 식량으로 사용할 곡물이 매우 부족한 적이 있었죠. 이 시기 이후, 미국은 자체 콩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배터리이고, 대체에너지의 경우에도 배터리나 광산업이 핵심일 것입니다. 여기에 인산 사용량이 급증하게 되는 것이죠. 그 사용량은 2009년에 추정된 양으로만 봐도 2070년 전후에 세계 생산량과 채굴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투기를 사전에 유발하겠지요. 세 번째 그림은 2000년 이후 기름값, 인산비료값 변동과 식량가격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특히 2008년 식량위기 당시, 세계 오일 가격, 인산 가격, 식량 가격이 모두 폭등한 것을 보여줍니다. 네 번째 그림을 간단히 해석하면, 인산비료값의 비중이 곡물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2배로 증가했다는 의미입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pii/S0301420723002994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와 광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농업은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리스크와 에너지 리스크 모두 위기의 유발자로서 매우 중요합니다. 인산은 석유만큼, 아니 그 이상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는 인광석 채광에 대한 보고에 대하여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전부 수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촌에 가면 음식물 쓰레기, 농산물 잡물, 분뇨 등을 묶어서 퇴비를 만듭니다. 퇴비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비료라고 볼 수 있지요. 보통 무기질 인산은 동물과 인간의 소비에 의하여 유기질 인산으로 바뀝니다.
문제는 유기질 인산을 식물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다른 잡물과 모아서 묵히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무기질 인산이 되는 것이죠. 잘 숙성된 퇴비는 충분한 양의 무기질 인산을 공급할 테니, 작물 생장에 매우 유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이 '자원의 선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도시에서는 식량을 수입하고, 농촌은 식량을 수출합니다. 세계적으로는 농업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식량을 수출하는데, 인산도 함께 수출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이 인산을 원래 생산지로 돌려줄 마땅한 방법이 부족합니다. 그것도 유기질 인산을 무기질로 바꿔야 하는데 말이죠.
필요 식량의 80%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인산도 수입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땅에 유기인산을 화장실이나 음식점 등등의 장소에서 계속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과량으로 비료를 투입하거나, 농지가 인산을 잡아서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하천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 유해 미생물을 급격하게 증가시켜, 오염원이 됩니다.
이 상황을 방치하게 되면, 한쪽은 결핍으로, 다른 쪽은 생물 독성으로 괴로움을 당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식량산업과 연관 첨단 산업이 고비용 구조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인산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요? 다섯 번째 그림은 1960년대 이후, 8배에서 10배 정도의 가격까지 상승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자본가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인산 채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2. 유기인산을 무기화하는 저렴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3. 분산된 유기인산의 수집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도시 하수, 음식물 쓰레기 등)
4. 관련 산업에서 인의 사용효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농업에서 인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인이 부족하면 식물이 성장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실을 맺지 못합니다. 따라서, 농학자 입장에서는
1. 불량한 흙에 잡혀 있는 인 원소를 식물이 떼어낼 수 있도록
2. 식물에 흡수된 인이 고효율적으로 필요 부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한 식물 유전학, 종자개량(육종학), 토양학, 비료학, 생화학, 미생물학, 미기상학 등에 대한 선진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 중에서도, 식물이 토양에서 인산을 더 많이 흡수하는 것과 흡수한 인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유전학과 분자생리학적 연구를 진행하며, 이러한 기능을 가진 식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렇게 알게 된 지식은 벼뿐만 아니라, 많은 식물들의 비교 연구에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유전체학과 생물정보학 협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량된 식물은 개발도상국이나 식량 수출국에서는 불량한 토양에서 인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 비료를 적게 사용해도 식물 생산이 충분하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은 단지 환경을 지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부와도 직결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비료량을 반 이하로 줄여도 생산성이 유지되는 벼를 일부 개발하였습니다. 현장 실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농업인들이 비료를 줄이지 못하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생장이 과다하게 진행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인이 적을 때에는 이용효율이 좋으면서, 토양에 인이 많을 때에는 선택적으로 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