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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는 쌀밥

블랜드와 어울림의 미학

by 진중현

오사카-교토 투어, 쌀의 가치를 찾아보자.

소비자가 찾는 쌀은 뭘까. 밥이어야 할까? 난, 일단 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이 가공품이 되면 참 매력 없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원가도 비싼 소재요, 대체제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비자가 찾는 쌀은 밥과 밥이 아닌 것, 두 개로 나눠 보자. 우리는 먼저 밥이 아닌 것부터 생각해 보자. 가장 가치가 높은 쌀의 변신은 술. 보통은 청주다 막걸리다 하겠는데, 우리는 교토의 '키노비'를 찾았다.

일본 공항에서도 이미 프리미엄 진 시장을 흔들고 있는 키노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매장을 찾아 시음과 경험을 하면서, 쌀의 변신에 대한 가장 높은 경지 중 하나를 만나지 않았나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보다 동행자들이 더 잘할 것이다. 다만, 술 문외한으로서, rice jin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 흔한 쌀 품종과 쌀을 준비하는 과정에 몇 번을 깎았다는 식의 쌀 중심 내러티브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원료가 비싸도 프리미엄 진의 원료로 가장 훌륭한 품질을 만드는 것이 쌀이었기 때문에 고집을 부린단다. 이제 10년을 바라보는 키노비가 짧은 역사를 가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키노비의 미학은 블랜딩에 있다. 섞는다. 섞어서 맞추어 나간다. 섞기 위해 하나하나 그 원료의 순수성, 개성을 탐구한다. 블랜딩의 미학인 셈이다.

자, 밥으로 가면 어떨까. 교토의 '하이치다이메'. 8대째 밥집을 한다. 쌀과 밥의 진심, 쌀이 나오고 밥이 되는 과정을 식사와 함께 가슴으로 느낀다. 이삭을 먹고, 밥이 막 되어서 뜸을 들이기 전에 살짝 '알덴테'의 밥을 음미하고, 잘 지어진 밥과 의도적으로 잘 만들어진 누룽지까지 먹는다. 두 시간 향연의 주인공은 쌀밥,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중요한 또 다른 식재료, 생선과 각종 채소들과의 조화를 빼지 않았다. 쌀밥이 왜 식사의 중심인지를 깨닫게 하는지, 식사와 자연, 생산 과정과 또 그것의 생태학이 촘촘하게 느껴진다.

대번 나올 질문이 그렇다. 이 쌀의 품종은 무엇입니까? 오사카를 도착하자마자 52층에서 먹었던 덮밥의 쌀은 단박에 답변이 나왔다. '기누히카리'였다. 역시 고시히카리 친척이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하이치다이메는 달랐다. 세 개의 품종이 섞인 것만 알 수 있다. 아니, 세 개의 품종인지, 세 개의 소스인지도 모르겠다. 철저히 어떤 축적된 노하우로 쌀밥의 맛과 풍미, 그리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비언어적 감각으로 최고의 밥을 구성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쌀밥을 먹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는 왜 이런 밥 하나 제대로 먹지 못했을까'라는 자성을 끌어낸다. 그래, 가장 먼저 나올 질문은 주어진 정답지에 대한 반응, 반항, 그리고 체화의 과정을 통하여 고쳐야 한다.

스스로 이름 붙여진, 품종 이후의 품종, 그들의 '블랜드쌀.... 호', '오키나 카스미'는 소비자들에겐 그야말로, 농민의 정성으로 재배되고 자연을 머금은 순도 100% 우수 품종이 밥 짓는 자의 기묘한 재주로 태어난 이 집에서만 나오는 밥 식재료가 되었다.

둘째 날, 미쉐린 원스타 일식당, '아지키초 분부 안'. 역시 쌀밥이 빠질 수 없다. 마지막, 아마도 초당옥수수일 것이다. 잘 지어진 밥과 달게 씹히는 옥수수알은 오래전부터, '쌀'이 단지 '볍쌀'만 의미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켜 준다. 좁쌀, 보리쌀, 옥쌀, 수수쌀,... 볍쌀이 옥쌀과 이루는 조화에 문득 반성이 든다. 우리는 쌀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세상 빛도 못 보게 하고 방에서 혼자 청상과부가 되게 하였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소비자가 찾는 쌀'이 아니라, '우리가 찾는 밥'이 되었다. 최고의 밥은 쌀이 밥솥에서 고매하게 순결을 지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최고의 요리사가 최선의 혼합으로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자연, 기술, 그리고 철학이 빚어내는 역사와 문화로 가치를 극대화한다.

교토 하이치다이메
알덴테 느낌의 막 지어진 쌀밥
하이치다이메의 쌀밥
키노비의 라이스 진
키노비에 들어가는 교토 지역의 식물 첨가물 지도
아지키초 분부안의 옥수수 쌀밥
단출한, 그러나 쌀밥에 어떤 요소가 있어야 하나를 알게 하는 밥. 조화와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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