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깃값이 틀리면, 미래도 틀린다

연구자들에게서 어서 빨리 행정적 부담을 지워내라 - 그것이 먼저다

by 진중현


R&D는 '연구개발'이 아니다. 미래의 일을 '미리'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미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행정 서류에 파묻혀 있다. 과제 신청, 중간보고, 결과보고, 정산, 위원회, 평가 대응. 연구는 그 틈새에 낀다. 고뇌할 시간이 없다. 철학을 세울 시간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AI 시대가 PI와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확히 그 고뇌와 철학이다.

AI는 질문의 질만큼 자란다. 좋은 프롬프트는 깊은 사유에서 나온다. 사유가 없으면 AI는 그냥 빠른 복사기가 된다. 쓰레기 데이터가 양산된다. 낭만적인 PI 하나가 연구실 전체의 물을 흐린다. 그 연구실이 모이면 분야 전체가 흐려진다.


학생들만 가르쳐서는 절대 안 된다. 이건 오히려 노인이 젊은이에게 배워야 할 형국이다. 그런데 배워야 할 사람에게 시간이 없고, 가르칠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는 권한이 없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도구가 나와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30년을 공부했다. 그동안 많은 학생이 졸업하며 떠났다. 그들이 가져간 것은 학위만이 아니다. 20년 넘게 쌓인 현장의 감각, 실패의 이유, 논문에 쓰이지 못한 관찰들 — 암묵지가 함께 사라졌다. 그것은 개인의 손실이 아니라 사회의 손실이다. 그리고 그 손실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위기다.


AI는 그 암묵지를 살릴 수 있는 최초의 도구다. 더티 데이터, 현장의 날것 데이터,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변수들 — 이것들에 도메인 전문가의 직관이 결합하는 순간,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 가능성이 지금 열려 있다.


그런데 그 도구를 제대로 쓰려면, 연구자에게 먼저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과학기술계, 산업계, R&D 전 분야에 걸쳐 — 농수산 분야 빼먹지 말고 — PI와 교수들의 행정적 짐을 걷어내야 한다. 어서. 최대한 빨리.


초깃값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 연구실이 지금 어떤 데이터 철학을 세우느냐, 어떤 방식으로 암묵지를 기록하기 시작하느냐 — 이 초깃값이 10년 후 연구 생태계의 질을 결정한다. 잘못된 초깃값은 복리로 틀려간다. 안 그러면, 우리는 정말 엉뚱한 세상으로 드라이브할 것이다.


정부에 묻고 싶다.


지금 PI들에게 고뇌할 시간이 있는가.


Gemini_Generated_Image_8axffg8axffg8axf.png 내 원글을 Claude가 blog용으로 작성하게 한 후, 그 글에 맞춰 이미지용 프롬프트를 쓰게 한다. 그것을 Gemini에 붙여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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