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식탁은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하여 자연과 건강한 먹거리, 그리고 그 사회의 변화가 나타나는 집합이기도 하다.
우리의 식탁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도전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먹거리는 열량을 충족시키거나, 영양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식량안보와 생산자 보호가 중요한 목표였었다. 이에 비하여, 현재는 건강한 먹거리와 삶의 균형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농식품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소비자 중심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주식의 소재인 '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 크게 경험하고 있다.
모든 먹거리 소재 중에서도 가장 기계화된 생산 방식을 거지고 있고, 그러한 다른 작물에 비햐 보다더 정교화된 생산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쌀은 농업기술 개발 측면에서, 과연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최첨단 정밀 융복합 기술을 적용해 볼 최고의 시험 작물이기도 하다.
한편, 기후변화에 의한 글로벌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 대두, 다양화된 소비자 취향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식소재로서의 쌀, 여전히 50% 이상의 열량원으로서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식량으로서의 위상 제고, 수자원 및 환경보전적 가치로서의 논 생태계 보전 및 탄소순환체계에서의 가치 제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쌀, 벼,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논의 가치를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야 될 때가 왔다.
올해 나는 내가 어떻게 우리 쌀과 벼, 논, 그리고 식량을 바라봐야 할까를 고민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은 전라남도 곡성에 위치한 미실란과 해남의 땅끝황토친환경 영농법인.
전자는 '미래의 로컬' 관점에서, 후자는 '글로벌 농업 소재 산업' 관점에서, 각기 나에게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고, 이에 발맞춘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 보기로 계획하였다.
기후변화, 친환경, 지속가능, 로컬, 글로벌, 디지털, 저탄소, 소비자 친화, 문화, 지역특화, 길, 위안, 반농반X, 참여 농업, 종자, 플랫폼, 국제화, 수출, 경축순환, 수확후가공, 소재, 부산물 등등 다양한 키워드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보고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취향에 대하여, 먼저 유통업자가 반응한다. 당연히 식품의 포장, 유통, 저장이 우선. 그러다 보니, 브랜드 전략이 선행된다. 브랜드라니, 가장 쉬운 지역브랜드로 진행되는데, 몇 개의 지역 브랜드는 전통성을 무기로 하며, 그것은 기존의 가치를 고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시장에서 일등 브랜드가 된 많은 농식품 브랜드가 사실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특별한 점이 없지만, 전통과 익숙함의 가치는 그렇게 힘이 강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러한 추세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되었고, 오히려 2등, 3등 하던 브랜드, 아니 아예 기존의 경쟁에서 많이 밀려있던 새로운 브랜드들이 올라서게 되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여 그것을 전략적으로 잘 구사한 경우에 해당되는데, 쌀에서는 시드피아의 '골든퀸3호'나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참드림', 그리고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의 '빠르미' 등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곡성에서 골든퀸3호 품종을 이용한 백세미 브랜드는 '품종'과 '자연'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잘 결합되어 성공한 브랜드 유형이 되겠다. 기존에 누가 곡성의 쌀에 가격을 매겼겠는가.
그런데, 실은 곡성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또 있다.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는 쌀을 가공하여 발아현미를 만들고, 그것을 좋은 식소재로 하여, 직접 차별화된 건강밥상을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발아현미에 적합한 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품종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박사 농부'다.
이동현 대표를 만난 지 1년, 사실은 그전부터 알았던 인연이 있었지만, 함께 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보였다. 곡성의 미실란만 가질 수 있는 쌀은 없을까? 아예 개발하는 단계부터 '미실란다운' 쌀과 밥을 만들어 보자.
모든 시작은 '다앙성'이다. 품종은 곧 다양성의 시작을 담당한다.
다양성의 시작은 '종자'. 그들만이 갖는 종자에 대한 요구도가 커지고 있다. 결국은 그만그만한 품종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다양성의 크기가 이토록 커진 상황에서, 생산자들은 기존의 '재배 x지역'의 가치에 '품종',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와 즐거움, 위안을 포함한 '인문사회적 요소'의 결합이 효과적인 '미래적 로컬'의 기회로 보였다.
그러나, 품종의 다양성은 품종의 개발 단계를 거치고, 그에 대한 적합한 '종자법' 내의 인허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단순한 것이 아니다. 민간에서 품종을 더 많이 개발하고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품종출원과 관계된 다양한 법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가 만든 품종을 사용할 경우에는 배타적 권리를 득할 방법은 사실상 없고, 민간 개발 품종을 로열티를 주고 사용할 경우나 직접 개발하여 품종출원을 할 경우에만, 쌀 생산자로서 '품종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지속가능성. 이제 우리는 다양한 위기에서도 '최적 생산을 추구하면서도 다음 세대에 우리와 같은 수준의 소비가 가능한 수준으로' 우리의 세상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는 기후변화와 친환경이다. 이 두 이슈에 대응하면서도, 우리는 꾸준히 식량의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 '쌀이 남는다'라는 말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현재 쌀은 의무수입물량 정도만 남는 상황이며, 그나마도 기후변화 때문에 최근에는 계속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다.
농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에, 쌀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다 보니, 품종에 대한 이해와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가 나타날 경우, 과연 생산성에 대한 '회복력'이 있을까 우려된다.
아세미에 건조에 강한 특성을 강화한 솔찬미(왼쪽)는 아세미보다 밭 조건에서 더 이삭이 크고 종자도 많다.
비를 차단한 온실에서 밭 조건으로 위에서 물을 간단 살수만 하는 방식으로 재배한 두 개의 벼를 비교해 보았다. 우리 연구실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공동 개발한 '솔찬미'는 밭의 이랑에 심어 물빠짐이 좋게 하고, 표토에 물기가 남지 않게 살수하여 길러서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 조건에서 기존의 아세미의 이삭은 솔찬미보다 작고 종자의 수가 적다.
우리 연구실은 지속가능성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서, 고온, 건조, 염해, 홍수, 영양결핍, 도열병 등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였는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간척지에 강한 것, 직파에 좋은 것, 바이러스 등의 질병에 강한 것 등을 계속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위기에 강한 특성에 더하여, 일반적인 환경에서 보통 품종보다 더 좋은 품질과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홍수가 5년에 한 번 오는 지역에서, 그 한 번을 대비하려고 맛없는 쌀을 생산하는 벼를 심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하기 위하여, '정밀 육종'이 필요하고, 그것은 유전자와 유전체를 이해하는 기술적 진보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이렇게 개발된 품종은 광활한 땅에서 대량 재배되고, 그것을 해외의 우수한 품종으로도 개발하여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술적 패키지'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대량화된 쌀 산업은 술, 음료, 사료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식품소재로도 개발될 수 있도록, 부산물의 경제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될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연구실의 다양한 벼 자원을 미실란과 함께 길러보고 좋은 것을 보자고 했다. 박사과정의 두 학생이 자기 논문과 별도로 '지속가능성'을 몸소 체험하고 증명하고 있다.
누구나 행복하고 편안하고 위안을 받는 공간에 항상 있는 '그것'. 그것이 갖는 속성이 누구나 담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것'이 될 수 있을 떼, 그것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 김탁환은 미실란의 이동현을 주인공으로 논픽션을 썼다. 그가 지키고 싶은 아름다움이란? 그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지속가능성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나는 박사과정으로 두 명의 학생이 있다. 요즘 세상에 20대-30대의 시절을 모든 사람들이 '남는다'하면서, 왜 공부하냐며 질문을 하는 '벼'를 선택하였다.
어찌 보면, 나 또한 되지도 않을 논리로 두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못난 선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동현을 바라보는 작가 김탁환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과 내가 말하고 싶은 '지속가능성'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저 두 학생은 자라나서 위대한 두 명의 '육종가'가 되고, 세상 어느 곳에서나 필요한 쌀 한 톨을 전달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세상의 반이 넘는 사람들은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쌀은 열대지방에서 기후변화 등의 피해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로 곤란하게 되면, 이미 열대지방은 더 큰 위기를 겪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위기를 몸소 경험할 세대가 직접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지속가능성'의 한 가지 방편이다.
'미래의 육종가와 지리산'
두 학생과 다양한 벼 품종들과 육종 계통들을 곡성에 심고 그것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대부분의 벼를 수확했다. 저 많은 벼 중에서 쓸모가 있는 벼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분석되고 검토되고 대부분 다 폐기된다. 그러면, 또다시 개발하고 도전한다. 미실란에서의 작업이 특별한 것은 이 모든 개발과정을 미래의 세대가 진행하며, 그것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미실란의 청년 사원들이 함께 베고 옮기면서, 세대적 느낌을 함께 하였다.
그리고 '친환경'.
친환경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친환경 농업이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섬세하게 계획되고, 정밀하게 측정되고 관리되는 '정밀농업', 그리고 그것이 확장된 '정밀 농식품(?)' 체계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오늘은 농장을 돌아다니다가 재미있는 것을 봤다. 한 후배가 사진을 보고, '이달의 포토'라고 했다.
무슨 사진일까?
농장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세상의 작은 기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메뚜기들도 사랑을 한다는 것쯤은 알겠지만, 그것을 미디어가 아닌 직접 본다는 감동은 각별하다.
그것이 내 눈앞에서, 심지어 내가 그것을 건드리고 만질 수 있다는 감동은 이제 정말 '고급진' 것이 되었다.
생명이 잉태되어 다시 살아가는 과정은 모든 생물에게 기적 같은 일이며, 엄청난 공이 들어가는 일이다. 메뚜기 몇 마리쯤 있어도, 내 육종 포장에 그렇게 큰 피해가 없는 것도 참 신기하지만, 그것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