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그리콜라라는 게임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도움이 된다.
이 게임은 보드게임으로 내가 가장 추천하는 게임 중 하나다.
농사짓는 게임? 그래 내용은 그렇다. 그러나, 무시하지 말길. 이건 경영 게임이다. 노동을 하여 자산을 축적하고 번영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게임이다.
자원은 제한적이며 경쟁적이며, 노동력은 힘들게 성장한다. 그 와중에 경종, 원예, 축산, 가공, 판매까지 해야 하는 게임이며, 계절의 변화와 노동력을 직접 생산(출산) 또는 대여(고용)까지 해야 하는 게임이다. 급여도 줘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그 과정에 평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회와 자산을 운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며, 그것을 통해 균형적 성장을 하게 된다. 중간중간 농업기술과 가공기술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증대하게 되는 부분도 나오는데, 적절한 테크트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룰이다.
코로나 이전에 이 게임을 2주에 걸쳐 교양과목 강의시간에 같이 팀을 짜서 즐겼다. 5인이 하기 적당한데, 시간 관계상 4인이 하도록 했다. 첫 주 2시간 정도는 게임을 이해하는 수준, 다음 주 2시간은 게임을 통해, 융복합 생산 메커니즘과 지속가능적 발전에 대해 토론이 가능할 수준에 이르렀다.
각 아이템이 상징하는 바, 승리 전략이 주는 경영학적 의미도 토론이 가능했다. 교양과목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 자기 전공을 잘 살려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호텔경영학, 경제학, 예술, 생명과학, 법학 등 다양한 친구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대학의 현실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교양과목이 온라인이 되면서, 이 게임을 수업에서 직접 하면서, 그 의미를 토론할 수가 없다.
'지속가능 발전'의 핵심은 '즐거움'과 '노동의 가치', 그리고 '전략적 경영'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보드게임이 진화를 한다면,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의 국제적 관점이 추가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다른 게임으로 기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게임은 초보자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난 더 좋다고 생각한다. 농업이 그렇다. 워낙 융복합적이고, 현실은 팍팍해서 처음이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산업과 달리 경영자가 생산과 함께 생산수단인 자산을 획득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농민이 농업을 경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그마한 땅을 저이자에 장기 임대할 기회가 생기고, 시설과 기계가 생기며, 기술이 축적된다. 현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자원의 힘이 커진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에서 돈의 의미는 크지 않다. 실제 그렇다. 돈은 자산과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것을 잠시 치환하는 중간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을 너무 많이 모으지 말라는 것이다. 적절하게 투자하고 자산증식에 활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어릴 적부터 직업을 결정하도록 사고를 교육받는다. 중학교만 가도 '직업'에 대한 강박을 세뇌한다. 그런데, 대부분 현대의 '직업' 교육은 기술교육에 가까우며, 실제 어느 직업이든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인 논리력, 지적 능력, 계산 능력, 어휘력 등의 배양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한다.
기본 교육에 대해서는 점점 더 약화되는데, 직업은 강조한다. 이게 무슨 해괴한 상황이란 말인가. 기능과 기술은 자산의 바탕 없이는 평생 자신의 시간을 과소평가받아서 소진할 확률이 높다.
공교육은 사회의 기능적 구성원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특정 자격증이나 입사시험 등은 사교육이 더 잘한다. 공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학생들이 자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무엇을 위해 삶을 던질 수 있는지'
공교육이 이런 질문을 못하게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아니 우리 모두는 '돈'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산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세상의 모든 돈은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그리고 땅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심지어 우리의 미래 자산까지 끌어다가 다 박아 넣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과거의 자산을 탄소화하여 공기 중에 뿌리고 있다.
돈은 소중하지만, 돈이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본다.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뿐일까?
영화에서 말하는 수많은 공상 또는 망상들에,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수많은 실수를 용서받고, 아니 잠시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가족들이 이 보드게임을 즐겨 보기 바란다. 일단은 즐기고 그다음에 생각해 보는 것이다.
* 아래 사진은 필리핀에서 보드게임을 막 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민하는 중, 느티골 친구 Jae Kim(김재범)이 미국에서 공수해 준 보드게임. 그 덕에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똑똑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