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특허와 품종권을 생각하다가, 이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식물특허등록'과 '품종등록'은 무엇이 다를까요?
식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식량의 핵심을 파고들다가 보면, 우수한 종자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는 벼에 있어서는 매우 우수한 기술력과 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종자에 관련된 중요한 기술 인증으로서, '품종등록'과 '식물특허등록'이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다른 권리인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이 차이를 잘 모릅니다. 이것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실용적 가치 차원에서만 이야기를 해 보죠.
식물을 포함한 모든 발명은 '특허권'의 범주에 들어가고, 발명품을 활용할 때에는 특허권자의 승인을 얻거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식물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따라서 그것을 증식하거나 생물공학적으로 활용하여 파생 생명공학 제품을 만들거나 할 수 있습니다. 식물체나 종자 자체를 등록할 때, 보통 그 종자나 식물체를 활용한 모든 파생물도 보호하려고 하고, 대부분 특허청에서 인정해 줍니다. 따라서, 특허권을 얻은 종자는 아무나 함부로 가져다가 재배하거나, 변형시키거나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용하게 활용하는 작물은 식량으로도 쓰이므로, 각국에서 특히 엄중히 관리합니다. 식량안보와 밀접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작물 중에서도 몇몇 나라에서는 특히 식량안보와 밀접한 몇 작물에 대하여, 품종출원을 한 것만 재배 및 상용화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5대 식량작물(벼, 보리, 콩 감자, 옥수수) 및 중요한 과수작물, 채소작물, 버섯류에 대해서 종자산업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반드시 종자관리사를 보유한 종자회사에서만 취급 및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특용작물 종자를 판매할 때에는 종자관리사가 꼭 필요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품종을 국가에서 인증받고 또 외국에서도 보호받고 싶다면, 국제 품종보호동맹(UPOV) 가입국에 한하여, 품종출원 및 등록을 하면 좋습니다.
식물특허는 특허청에서 관리하는데, 서류심사만 하므로, 실제 식물을 재배해 보고 성능을 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의 우수성, 신규성 등을 검토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품종권에서는 재배되어 판매될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2-3년의 재배심사를 거쳐, 균일성, 구별성, 안정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최근에는 우수성과 신규성도 보완되어 심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식물특허의 주요 보호 범위는 아이디어와 실물 그 자체이므로, 어디에서고 발표되지 않은 것만 보호합니다. 심지어 논문, 학술발표, 기사, 품종보호 공보 등에도 실리면 안 됩니다. 따라서, 내 종자가 어디에서고 내 허락 없이 사용되고 싶지 않게 하려면 특허출원을 먼저 합니다. 출원을 하면 산업재산권이 생깁니다. 품종출원은 식물특허를 얻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재배의 안정성, 균일성 등 훨씬 많은 요소를 검토하기 때문에, 식물특허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식물을 개발하고 재배하는 재배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는 콩 심은 데 콩이 나는 우수한 종자를 사용하고 싶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 작물에 대해서는 품종출원/등록이 되지 않은 품종을 심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어느 한 식물체가 좋은 특성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이 엉터리 씨앗을 만들어 산업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자는 관리를 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농민이 직접 수확하여 따로 종자로 활용하게 되면, 처음의 우수한 종자가 아닌 엉뚱하거나 균일하지 못한 종자가 됩니다. 따라서, 보증종자를 구입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경우, 중요 식량작물은 정부가, 원예작물은 보통 기업들이 보급하고 있는데, 요즘은 식량작물 종자도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식량종자의 비중이 종자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큽니다. 원예종자보다 식량종자가 더 많은 나라에서 광역으로 활용되고, 전후방 산업체로 연결되어, 많은 가공품과 연관 산업을 파생시키기 때문에,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데이터는 관심 있으신 분들이 언제나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곡물을 80% 수입합니다. 거의 반은 사람이 반은 가축이 먹지요. 쌀을 제외한 대부분 곡물은 거의 다 수입하고 있으며, 당연히 그 종자도 외국 것입니다. 우리가 식량을 대량 생산하기에는 여건이 참 안 맞지요. 그러나, 많은 식량을 생산하도록 하는 종자를 우리가 대신 개발해 주거나, 그런 종자를 판다면 어떨까요?
그러려면, 우리부터 종자산업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산업재산권도 지식재산권처럼 처음에는 소홀하게 여기던 것이죠. 책, 음반이나 컴퓨터 게임을 복사해서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죠. 그런데, 종자도 그렇습니다. 지금도 조금 좋은 게 있다 싶으면, 여기저기 나눠 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여 종자 개발자의 의지를 꺾으면 싸구려 종자만 나오겠지요. 아니, 비싼 돈 내고 낮은 가치의 종자만 개발하게 됩니다.
무슨 말일까요?
종자를 개발해봤자 큰 소득이 안되니, 그 역할을 공공기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은 세금에서 나오는 연구개발비로 종자를 개발하지요. 공공기관의 종자는 당연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종자를 개발합니다.
그런데, 특수한 용도나 매우 높은 수준의 요구도를 만족시키는 종자는 개발될 수 있을까요? 구별되고 싶은 소비자를 만족시키거나, 해외에 수출될 정도의 뛰어난 종자, 그리고 어느 특수 시장에 맞는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종자들은 누가 만들 수 있을까요?
역시 답은 '경쟁'입니다. 종자들도 다수의 기업이 만들 때, 더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나옵니다. 최근에도 관세와 관련된 다양한 국제적 협약이 계속 체결되어 자유무역이 당연해졌습니다. 농업도 종자도 우리 식량도 먹거리도 다 관련이 있지요. 우리 안에서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제시장에서 종자는 경쟁의 대상물입니다.
식량을 80%나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좋은 시장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소비자의 수준이 갈수록 올라가는데, 다양성에 대한 가치도 있는데, 정부에서 그것을 다 감당할 리 만무합니다. 식량작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50년, 아니 2040년만 되어도 기온은 반드시 1도 이상 올라가겠지요. 2030년에 우리나라 남서부 지역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많은 지역이 곤란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히 다가오는 미래입니다.
그런데, 땅값은 비싸지고 농업에 종사할 사람은 적어지고, 그나마도 대부분 노인입니다. 누가 식량작물을 더 재배할 수 있을까요? 바깥은 누구도 나가기 싫은 미세먼지와 폭염, 그리고 기후위기 상황일 텐데요. 그리고 도시의 젊은이들이 광활한 농지에서 문화적 격리를 경험하고 싶을까요?
따라서, 식량농업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대규모화하고 정밀농업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각종 첨단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수한 종자를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수한 종자가 가지고 있는 좋은 '피'의 힘은 우리가 물도 적게 쓰고, 비료도 줄이며, 불량한 땅에서도 작물을 기를 수 있게 하고, 홍수와 가뭄도 이기게 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일일이 공학적으로 해결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우수한 종자를 만들고, 그것을 개발하는 '육종가'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종자를 값싸게 제공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보통 식량작물 종자 한 개가 만들어지는데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기후위기 예측은 20년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너무 짧지 않을까요?
우리는 마스크 이야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에, 요소수 이야기에, 벌들의 떼죽음 이야기에도 긴장하는데, 20년... 과연 우리는 좋은 종자를 가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해답은 관심, 그리고 그 관심만큼 적극적인 좋은 종자 찾고 써주기, 그리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재산권을 존중하기가, 희망의 씨앗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품종 개발을 하는 '육종가'가 되고 싶어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