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의 시대, 컬렉터에 대한 찬가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

by 진중현

X세대, 91학번으로서, 음반의 시대, 컬렉터에 대한 찬가를 쓴다.

음반이 수천 장이 되면 세지 않게 된다. 음반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음반의 가치니까.


나도 아트록 매거진 과월호를 제본해 보고, 북유럽 언어가 궁금해 사전도 샀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음반은 거의 가 가지고 있으니 같은 성향의 사람이겠다.


장 한 장 사는 게 귀찮아, 시완레코드에 전화해서, 100장씩 사면 할인해 주냐고 했더니, 직원이 이제 한 반 사셨나 보네요 했다. 이 세계에 할인은 없다, 그냥은 줄지 몰라도.


나도 집이 어려워 음반을 처분해도 아트록, 프로그래시브는 그런 적이 없다. 표지도 이쁘고, 지금도 가끔 꿈에 수십만 장의 레코드샵에서 음반 고르는 꿈을 꾸는데....


음반을 좋아하려면 결혼 잘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혼당하고 음반 헐값에 팔린다. 그리고, 좋은 음반을 두 번 사는 실수도 수십 번 해야 하고, 음반 잘못 끼워 넣어 십 년쯤 지나 찾는 경험은 해봐야 대화가 가능하다.


일본의 아트록 서적 제본해 공부하고,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져 몇십 권 책도 보고 했는데, 이제 망각이 시작된다.


1-5권은 제본. 아트록매거진은 16호까지 나왔다. 언더그라운드 파피루스는 2개만 있다.


예전에 한창 립핑을 해서 내 수집 목록의 음악을 한 번씩 들어도 인생을 다 써도 못 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도 16년이 흘렀으니, 세상에 참 좋다는 것이 많은 것도 알고, 20대 초반에 들었던 음반의 마지막 곡도 다시 들어보게 된다.


익숙함 속에 살아있는 생소함은 쉽게 경험하기 힘들다. 그것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예술적 열정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내 안에서 타오르지 못한 그 열정을 음악들이 해주었고, 그 음악을 소개해준 성시완 씨에 대한 찬가를 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분 때문에 세상을 다양하고 새롭게 본 사람들이 많다. 나도 국제기관에 가서 처음 듣는 국가 출신 사람을 만나도 쉽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함과 그 안에 흐르는 공통의 언어를 미리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음악은 평화요, 공감이다.


1시의 음악 라디오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지만, 밤마다 내 머릿속 라디오는 켜져 있다. 수고 많으셨다. DJ 성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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