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생명과학 및 실습 교과목을 PBL로 운영하면서 느끼게 된 점
우리 학과 전공과목, '식물생명과학 및 실습' 과목은 PBL로서, 학생들이 문제 상황을 맞이하여,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 가는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렇다.
“여러분은 스마트팜 및 인공지능 농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회사에 막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대표님이 여러분에게 실제로 작물에 따라 스마트팜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그러나 가장 효율적인 기술과 재배방법, 생산성 증대를 꾀하는 생산 프로토콜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6주 동안 벼와 바질이라는 두 식물에 대하여, 인공기상환경 조절을 시도하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대표님이 ‘만족’할만한 과학적 매뉴얼을 만들어서 발표해야 합니다.”
6주간의 과정인데, 당초에 벼와 바질을 가지고 하려 하였으나, 학생들이 한 작물만 하는데도 쉽지 않음을 인정하여, 바질만 진행해 보기로 했다.
주어진 것은 6가지 다른 바질의 씨앗, 포트, 상토, 다양한 측정도구, 그리고 온실환경과 스마트팜용 컨테이너 환경(아직 건축 중이라 2주 차부터 가능). 학생들은 멕가이버처럼 주변의 도구를 활용해야 하고,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실험해야 한다.
1주 차에서 가설을 만들고, 그것을 검증하며 프로토콜에 필요한 내용의 범주도 자신들 스스로 설정한다. 교수는 듣고 학생들과 함께 조언을 주거나 질문을 할 뿐,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온실에 가서 서로 다른 종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 30분을 넘겼다. 종자를 만지고 보고 냄새 맡고 그것의 차이를 이해한다. 품종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흙을 만진다. 상토가 필요한 이유와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비료 봉투에 쓰여있는 정보를 해독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계산을 어떻게 할 지도 스스로 찾는다.
흙을 만져본다. 수분함량을 느껴본다. 왜 상토를 비닐에서 꺼내면 젖은 느낌이 있을까. 수분일까 공기일까,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학생들이 파종을 하는 것이 간단한 줄 알았나 보다.
좋은 종자를 구별하고 그것을 선종하여 파종을 해야 한다. 선종을 어떻게 할까, 바질은 종자소독을 할 수 있을까? 벼라면 어떻게 할까. 파종을 하는데 변수가 몇 개나 될까.
흙의 종류, 물성, 화학적 특징, 비료, 파종 깊이, 복토 방법, 하나하나 다 질문거리이다. 몇 개나 파종할지, 그리고 그것을 몇 개의 포트로 할지, 한 개의 포트에 여러 품종을 심을지 말지, 죄다 다 논란거리다.
물을 주면서 여러 팀이 실패하였다. 위에서 줄까, 아래에서 흡습 시킬까, 흙에 물을 주고 버무릴까, 말라죽이고 흙이 굳어버리기 일쑤다. 다 경험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1주일을 소비하고, 다시 하고.
온실에 숨어 있던 물받이를 찾아 아래에 깔고, 포트를 올리고, 흡습지를 쓰고, 컵에 천을 넣어 물을 자동 급수하게 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적정기술이 무엇인지 토의한다. 그러나, 착한 기술과 팔리는 기술에 대한 논의도 해 본다.
문제의 주인공, 회사 대표를 만족시키는 전략은 무엇인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돈이 되는 기술을 원한다, 또는 수익이 극대화되는 기술을 원한다는 것을 토론 후, 학생들이 캐치한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 기술개발자로서 즐기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맞다. 그것이 시작이다. 학생들이 이 과목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거리를 던지고 탈출 게임을 하듯이 북적거리는 온실에서 분주한 학생들을 본다. 학생들이 교실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인데, 온실에서는 눈이 빛난다.
능동의 20평 남짓한 공간에 있는 온실. 서울 한복판의 묘한 공간에서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기이한 공부를 한다. 컨테이너 팜에 전기공사를 하는 아저씨가 그런다.
"여기에서 식물재배를 공부한다고요? 에이, 그런 것을 왜 해요? 누가 한다고. 돈 많이 줘도 그런 일 안 해요."
그런데, 이 학생들은 한다. 교실에서 졸던 학생이 여기에서는 눈이 빛난다. 누가 학생들에게 꿈을 감히 이야기 하나. 이 작은 순간에도 그들이 주인공이다. 어른들의 세상에서 꿈은 그 결과물의 잣대로 평가되지만, 학생들은 즐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렇게 못 배우게 했던 컴퓨터, 학원에 가서 게임만 한다고 학원에 못 가게 했었다. 지금 게임만 하던 녀석들이 게임 세상을 만들었다. 두 발로 가는 로봇이 나오는 일본 에니메이션, 지금 로봇의 프로토타입은 인간형이 되어 가고 있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의 꿈은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도시 건설의 꿈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른은 놀이터를 던져주고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무제한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된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부족한 공간. 그 안에서 그것을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교육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후츠파'라는 책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놀이터.
불완전함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현대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