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라고, 어쩌면 공생일지도

벼의 '키다리병'이 주는 단상

by 진중현
KakaoTalk_20220509_103032120.jpg 벼의 싹이 나오는 모습. 벼는 전형적인 외떡잎식물인데, 사실 떡잎이라기보다는 초엽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벼를 모판에 파종하면 아래처럼 삐죽 나온 모가 있다. 전부 뽑아줘야 한다. 키다리병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종자소독이 필수인데, 약제를 덜 쓰고 하려면, 따뜻한 물을 활용하는 온탕침법을 병행한다


KakaoTalk_20220509_102501524.jpg 자도라는 보라색 잎을 가진 벼를 보니 더 명확해진다. 삐죽 튀어나온 잎을 보라. 키다리병에 걸린 것이다.


Giberella fujikuroi라는 곰팡이에 의한 것으로, 곰팡이가 식물로 하여금 생장촉진을 하는 물질인 Giberellin을 과잉 생산하게 해서 저렇다.


키가 일찍 크게 되면 식물의 생육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꽃이 안 피거나, 아주 불량하여 생산성 감소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키다리병에 걸리면, 이삭과 꽃이 일찍 생겨서 적은 수라도 종자를 빨리 흩어놓는다.


병에 걸린 식물 종자의 종피에 숨어 있던 곰팡이는 이삭과 종자 세포에 파고들어 다음 세대의 종피에 파고들어 함께 전달된다.


더욱이 꽃가루를 타고 다른 벼에 수정되어 곰팡이가 퍼지게 된다. 꼭 퍼지는 양상이 동물의 성병 같다.


키다리병은 환경에도 민감하다. 저온이 많고 종자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더 잘 보인다. 그런데, 식물이 과연 이 곰팡이의 피해자일까? 사실, 불량한 환경에서는 식물의 입장에서 빨리 성장하여 자리 잡고 다름 세대에 종자를 퍼뜨리는 편이 더 유리하다.


그렇게 보면, 우리 눈에 병원체이지, 식물 입장에서는 공생 인지도 모른다. With Corona. 다른 의미에서 봐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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