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녹색혁명', 그 중심에 허문회 교수가 있었다.
일단 아래 기사글을 인용해 본다.
https://www.hani.co.kr/arti/PRINT/452561.html
통일벼를 개발한 분은 나의 은사님이신 고희종 교수님의 은사, 허문회 교수님이시다.
서울대학교 농학과 교수이셨던 허문회 교수는 국제벼연구소(IRRI)에 방문하여, IR8이라는 기적의 볍씨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다수확 품종 'IR667'을 개발하고, 그것이 향후 '통일'이라는 품종이 된다.
IR667은 sd1이라는 유전자를 활용하여, 벼가 다수확이 가능하고 쓰러지지 않는 특성을 획득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열대형 장립종. 그래서, 개화기가 빠르고 저온에서 적응이 가능하도록 일본의 'Yukara'라는 품종, 그리고 이 두 가지 다른 생태형이 조합되는데 큰 역할을 한 대만의 재래종 'Taichung Native 1'이 교배 조합으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교배조합은 마구잡이 교배를 하여 우연히 작성된 것이 아니다. 벼는 장립종 인디카와 단립종 자포니카가 있는데, 이 두 가지 생태형의 벼를 교잡하면 불임이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삼원교잡법', 즉 중간에 교잡이 더 잘되도록 하는 '다리가 되는' 품종을 넣어서, 교배를 할 경우 불임이 되는 품종이 교배되어 우수한 후대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것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이후 서울대 작물육종연구실에서는 계속적으로 벼의 생산성에 관련된 형질 및 유전자를 연구하면서도, 잡종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허문회 교수의 업적은 크게 인정받아,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 되어 있다.
내 은사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허문회 교수님은 거대한 산 같은 분으로 경외의 대상이었고, 나 또한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손자 세대 학생으로서 나는 허문회 교수님의 강의를 단지 한 번 밖에 듣지 못해서 그런지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우리 내외의 결혼식의 주례도 해 주시고,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안아주시고 이뻐해 주셨다. 국제벼연구소에 포닥으로 나갈 때에도 '진중현=무엇, 무엇=진중현이라고 이름이 나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조언을 해 주셔서,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IRRI의 정규 스텝이 될 수 있었다.
마침 다림출판사라는 아동서적 출판사에서, 종자와 종자산업에 대한 책을 하나 써 달라고 했다. 그 책은 기존의 딱딱한 틀을 벗어나 아이들이 종자의 중요성과 품종 개발에 대한 이해, 작물 생명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 되게 하고자 한다.
그 책에 허문회 교수님의 오래된 사진이 하나 있어 첨부하고자 한다. 원래 사진의 질이 좋지 않아서 흑백으로 처리하였다. 사진의 제공자는 서울대 고희종 교수님(나의 은사님)이시다. 사진을 책에 활용하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맨 왼쪽이 허문회 교수님, 가운데가 당시 IRRI의 육종과장 Dr. Henry Monroe (Hank) Beachell, 오른쪽이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유명한 CIMMYT의 육종과장 Dr. Normal Borlaug이다. 이들이 IRRI 본부 가운데 연못에서 포즈를 잡았다(지금도 저 배경은 그대로 있다).
이들은 sd1(semi-dwarf 1)이라는 줄기를 짧게 만드는 중단간 유전자를 밀에서뿐만 아니라, Dee-Geo-Woo-Gen이라는 재래벼에서 찾아 활용하여 녹색혁명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이로 인하여 세계 밀과 벼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대하게 되고, 필요 비료량이 급증하여 화학산업이 발달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발전을 현재의 환경재해, 오염 등과 연결하여 설명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없었다면, 우리의 인구는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직면한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를 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시에는 굶주림 해방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리고 지금은 환경을 논할 수 있다. 환경을 고려하느라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면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동의받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