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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벼, 우리도 연구해야 한다

야생에 산다고 야생벼가 아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친구일 뿐이다.

by 진중현


야생벼는 본래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야생벼란 우리가 보통 잘 알고 있는, 우리가 먹는 벼와 같은 속인 Oryza 속이지만, 종이 다른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Wild rice가 아니고, Wild relatives of rice가 맞는 표현입니다. 보통 관용적으로 wild rice라고 하면, 종종 재배가 되지 않아 채집을 하는 벼의 일종인 재래벼나 잡초성 벼도 포함되어 이해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야생벼는 벼와 구분되어서 수백만 년(사실 1500만 년 전부터 분화되었다고 합니다) 동안, 지구의 수많은 상황과 격변을 통해 얻은 수많은 유용한 유전자를 획득하였을 것입니다.


기후변화, 병충해, 그리고 자원 부족, 다양한 환경 등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자들이 집단 안에 분포되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벼는 염색체 구조가 2n으로서 두 쌍을 갖는데, 야생벼는 2n 또는 4n(2개씩 2쌍)을 갖습니다. 4n의 경우에는 더 많은 유전자 정보를 함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식물체 한 개체는 한 유전자 자리에 한 유전자 쌍만 가지므로, 3개의 정보량(AA, Aa, aa) 밖에 갖지 못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올 수 있는 유전자 수는 훨씬 많고 그것은 A와 a(한 짝일 때의 표현)가 아닌 A1, A2, A3,..., An으로 표현되며, 그것을 우리는 allele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집단 구조를 분석하여 알 수 있습니다.


벼는 30만 개 이상의 좌위(loci)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야생벼는 벼와 아주 다른 좌위도 가질 수 있고, 각 좌위 별로 n개의 allele을 가질 수 있으므로, 실제 벼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유전자가 실제로 표현형이 되는 데에는 유전자 한 개의 효과뿐만이 아니라, 유전자 간 상호작용도 포함되고, 유전자와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포함되니까요.


결국, 어떤 잘 모르는 유전자가 야생벼에서 우수한 특성을 가지더라도, 그것을 교배나 다른 생명공학적 방법으로 분리하여, 벼에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벼에서도 동일한지를 알기 쉽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지요.


그래서, 중국의 한 연구그룹은 Genome editing으로 벼의 순화에 관련된 유전자를 조절하여, 진화의 속도를 가속화하였으며,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아래 동아사이언스 리뷰에도 소개되었네요.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3980


예전에는 야생벼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 분리하고 그것을 벼에 도입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런 유전자가 한두 개의 도입이나 변이를 가지고서는 도저히 활용되기 힘들었죠. 물론, 당연히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야생벼에서 유전자를 도입한 이후, 품질이나 수량성도 동시에 일반벼처럼 높은 벼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만약 기후변화나 병충해, 자원 부족, 물 부족 등의 상황이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아예 그것에 강한 벼의 친척이 우리에게 재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그것을 De Novo Domestication이라는 방법으로 제시하여 Cell이라는 잡지에 소개한 것이 위 논문이고, 이와 같은 방법은 특히 기존에 연구가 어려웠던 4 배체 야생벼에서는 특히 유용합니다. 6배체인 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Genome editing은 단지 미세하게 돌연변이를 유기하는 방법이어서, 일반 돌연변이와 차이를 밝힐 수가 없습니다. 돌연변이를 미세하게 유기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연돌연변이도 수시로 일어나고 우리 주변에 수없이 일어나지만, 보통 그러한 돌연변이는 유전체의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그것을 골라내기 위한 노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검토해야 할 숫자가 너무나 엄청나게 많아서 현실적이지가 않은 것이죠.


그래서 genome editing 후 만들어진 모본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것이 교배가 된다면, 교배를 해서 다양한 배경의 품종을 개발할 수 있겠죠. 교배와 genome editing을 같이 활용하는 것이 여러 기업과 대학, 정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개발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유전자의 기능을 명확하게 모르고, 유전자의 가치를 모르면 안 됩니다. 보통 유전자의 가치는 그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요구도에 달려 있습니다. 필요가 가치를 만드는 것이죠. 어떤 기법으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른 논쟁도 엄청난 필요가 있으면 무시됩니다. 논쟁은 이후의 일인 것이죠.


수량성을 높이고 비료를 많이 활용하는 유전자가 sd1(반왜성)유전자였고, 이것은 세계 식량 생산의 30-60%를 증가시켰고, 그 결과로 우리는 엄청난 인구가 되었습니다. 이 인구가 다 안정적으로 먹고살려면, 더 많은 생산성이 나와야 하는데, 늘어난 인구가 식량만 필요로 한 것은 아니죠. 더 많은 차를 타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배출을 하지요.


그래서 물과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는데, 발달된 기술로 더 많은 자원 활용 기술이 생겼지요. 그래서 더 많은 인구를 먹이게 되었지요. 그런데, 결국 이 모든 문제가 대기오염을 만들고 기온을 높이는 꼴이 되었다고 하지요.


이제 우리에게 가장 값어치가 높은 유전자는 극단적인 기후, 자원 결핍과 영양 이용효율, 물 부족과 홍수, 해수면 상승, 병충해에 대응하는 것과 관련되겠지요. 그리고 동시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메탄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농법에 맞는 식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린라이스'라는 사업이 출범하여 메탄 저감과 기후 농법에 맞는 유전, 육종, 생리학적 연구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목표는 수치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큰 챌린지입니다. 이게 만약 실패한다면, 기온 2도를 높이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 타격이 있겠지요.


http://www.mediapen.com/news/view/693212


어떤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우리가 개인 취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기르고 키우는 작물과 가축도 변하지 않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작물-가축 공동체는 기후변화의 파고를 못 이기고 쓰러지겠지요.


우리가 취향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후변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식량과 가축의 진화 속도를 가속화하면서도 현재의 맛과 품질, 수량성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은 얼마나 낙관적일까요.


이에 대해 지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뢰해야 할 데이터를 봐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추론의 영역에 있지 않은 것이죠. 모든 사이비와 유사 과학은 배척해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것은 국제적으로 강한 결론과 메시지를 내지 않았습니까.


이제 희망을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직관이나 감상적인 자세보다 실제로 위기의 크기가 얼마이고, 그것에 어떤 기술을 도입해야 할 가치평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처음에 국제벼연구소에 많이 보관되어 있는 야생벼 중 어떤 야생벼를 연구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 당대 최고의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Dr. Brar와 목록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중요하다고 여긴 것들을 우선적으로 모았죠. 그리고 그에 대하여 처음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한국에 도입하여 몇몇 연구팀과 힘겹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722-016-0368-1


아직 한국의 겨울을 완벽하게 견디지 못합니다. 종자도 건실하게 맺질 않아서 많은 야생벼가 유지하는 데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야생벼 200여 개를 계통별로 여러 카피를 만드시고 카탈로그를 만들어 주신 충북대학교 조용구 교수님이 조만간 은퇴를 하십니다.


오늘 조용구 교수님과 김미선 박사를 보면서, 그 많은 땀과 노고를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자생 유전자원을 연구하고, 그 기원을 밝히는 노력을 해 오신 분이기도 합니다. 야생벼는 그 실마리를 풀어줄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고요.


저에게는 보물 창고이기도 한 야생벼를 조만간 한 카피씩 되돌려 받고, 의지가 있는 분이 참여한다면, 야생벼를 분양하여 관리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공인된 연구시설이 있어야 하고요, 월동이 가능한 시설이어야 하고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유지하는 데만도 너무 힘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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