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엇인가를 자꾸 사면, 공허한 마음이 커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한글을 만화책으로 배웠고, 독서 습관도 만화로 했다. 과학 상식도 제일 기억나는 첫 번째 책이 일본 번역본 만화다.
계몽사판 학습그림과학을 참 좋아했다. 난 그림체를 좋아해서 한문도 좋아했다. 상형 문자가 글자가 되어가는 원리를 책으로 보며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이미지와 시각 정보를 참 좋아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처음 통계를 배우고 나서, 그래프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냥 선인데 그 안에 뜻이 있어서 그랬을까?
영어책을 아무 데나 펴서 한 페이지에 각 알파벳이 몇 개가 있는지 세었다. 그것으로 100m 달리기 하듯이 '바를 정'자로 5개씩 세었다. 그리고 평균과 표준편차를 내고, 여러 페이지별로 각 알파벳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T와 e, a의 각축장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알파벳을 응원하려고 특정 페이지를 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계산기를 꺼냈다. 2를 찍고 제곱근 버튼을 누르며, 0-9까지 각 수가 몇 개가 나오는 지를 세고 '바를 정' 달리기를 한다. 제곱근을 계속 눌러 0이 나올 때까지 그것을 반복한다. 유효숫자만 카운팅 한다. 그것을 3, 5,... 의 소수 별로 해봤다. 그렇게 하고 숫자마다 메달을 줬다.
그것들을 다 그래프로 그려서 시각화했다. 그것을 자주 하니 그래프가 빨리 그려졌다.
연구용 논에 나가면 한 집단에서 분리하는 개체들이 보인다. 그 출렁거림을 도수화하고 대체로 도수분포표가 떠오르고 바로 그 평균값과 중위수가 보일 때가 있다. 두 집단이 서로 다를까 같을까. 굳이 재어보지 않아도 수가 대충 떠오르기도 한다. 수를 죽 나열하여 대푯값에 가까운 수치를 잡아내기도 한다.
다 그림을 좋아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으로 가지고 있어도 그림책을 종종 산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Kin을 왜 샀냐고 한다. 읽다가 잊어버렸는데 마침 만화가 나왔다. 데이비드 보위의 전기도 만화다. 식물 사전은 페친의 글에서 봤다. 공감각적 이미지를 기대한다.
난 수집가다. 모으기 좋아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모으면 의미를 찾는다. 품종 개발의 과정도 그렇다. 끊임없이 모으고 측정하고 파악하고 버린다. 남은 것의 의미를 찾는다.
요즘 우주과학이 핫한데 잘 모른다. 그림이 많아 좋다. 난 이해를 하려면 조상부터 찾아야 맥락이 겨우 이해된다. 육종은 계보의 기술이다.
에피는 꾸준히 구입하는 생태과학 잡지다. 관점과 목표는 품종 개발자에게 철학적 안목을 준다. 식량과 기후변화가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샀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내 구입 도서 목록에도 패턴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