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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경종농업을 하게 되었을까

인문과 여행, 농학을 짬뽕하여 '썰'(점잖게 말하면 '가설') 생각

by 진중현


드라마 '낮과 밤'을 보고는 발전된 과학기술을 독점하여 영생을 하려는 부자와 권력자들의 음모론이 떠올랐다.


AKR20210119050700005_01_i_P2.jpg 뒷부분은 좀 서운했지만, 재미있는 모티브였고 끝까지 보게 된 '낮과 밤'


많이 들어본 가설인데, 과학기술이 여러 가치 기준에서 중립을 선언하고 그 위상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있어서, 회의론도 있다.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은 현존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과학으로 성장하여, 국가와 대기업의 지원 없이는 수준 있는 연구가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된 과학기술의 혜택을 일반인들이 체감하고 누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자본주의적으로 유리한가라는 명제에 다시 심사를 받아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야기가 영생을 추구하는 의학 분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인류에 있어서 농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토론이 다수 있었는데, 다윈주의자의 시각에서도 여럿 제안되었다.


8993166412_1.jpg '에덴의 종말'은 인간이 농부가 왜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다윈주의자의 생각을 쓴 책이다


집약 농업, 특히 곡물 농업과 같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업을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회의적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할 논리가 필요하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진화론자들의 이야기에 역사적 관점을 가미하여, 개체 관점이 아닌 '유전자 관점'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경종농업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개체는 글자 그대로 '개고생'을 하지만, 그것이 유전자의 카피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전략이기 때문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서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 결정해?'


사회생물학적 질문들이 다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사회적 요구와 유전자 선택이 연관되어 있는가 하고.

KakaoTalk_20230212_161244182.jpg 에티오피아는 Origin의 나라다. 최초의 인류 Lucy.
KakaoTalk_20230212_161313328.jpg 에티오피아는 축산의 나라다. 특히, 당나귀와 말의 여러 종류의 세계 기원지다.

에티오피아에서 극빈층과 사회 지도층을 동시에 만나고 나름 생각해 보게 된 것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방목으로 축산을 하는데, 그 생산 두 수가 어마어마하다. 비록, 통계적으로는 에티오피아가 축산 소비량이 낮게 잡힌다 하더라도.


한편, 사람이 생존하고 후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식품의 질과 가격은 그렇게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그것은 개도국이나 선진국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후대를 인간답게 더 나아가 성공적으로 키우는 비용이지.


어찌 되었든, 사람을 낳는데 필요한 비용이나 에너지는 방목 등으로도 충분히 커버된다고 본다면, 아이들을 열 명을 낳아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 식량 생산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의 수준이고, 평화가 찾아오거나 자연재해가 적다면, 언제나 인구는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현재 공식인구만 1억 2천만이다.


평화가 찾아온 에티오피아의 인구 성장은 엄청나며, 그것이 바로 지도자들에게 찾아오는 첫 번째 도전이다. 보통은 어떻게 자원을 공급할까, 식량을 공급할까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건 공식적인 이야기이고, 실제 고민은 따로 있다.


바로 '어떻게 일자리를 줄 것인가.' 1년에 1천만 명 가까운 새로운 신규 인력이 생겨난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으니, 하루종일 물 긷는 일이나 시켜야 한다. 허드렛일을 하는 청년들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폭동의 이유가 되며, 사회불안정의 요소가 된다.


작은 일이라도 '운명'이라고 가르쳐야 하고, '신의 사명'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는 달래고 교육은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데, 당장이 시급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엄청나게 노동 집약적인 일을 시켜야 할 뿐이다. 그것을 좋아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적합한 이유는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야 한다. 부족의 부를 위하여, 국부를 위하여, 신을 위하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안된다. 모두가 공감할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먹고사는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것은 식량이다. 그런데, 왜 곡물? 곡물은 식료, 사료, 비료, 원료, 의료, 연료, 약료, 염료 등 모든 다른 산업의 기반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다.


그래서, 사회지도층은 처음에 그리 어려운 경작 농업을 서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강요'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양적으로 충분히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반항 없이 한다고? 쓸데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 무엇일까?

KakaoTalk_20230212_161403584.jpg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 대표적인 주식 곡물. 'Tef' 또는 'Teff'라고 한다. Poaceae에 속하므로, 밀, 보리, 옥수수, 기장처첨 벼과 식물이다.


양적 성장은 분명히 사회 계층 간 불만의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분배'에 있어서 불평등은 상존하며, 그것을 목격하는 계층 간 위화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배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가치는 바로 '맛'과 '중독성'이다.

KakaoTalk_20230212_161347042.jpg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중 하나다. 그 비밀은 아마도 약효성분과 중독성일 것이다.


나는 조개, 어류, 육류를 이어서 사람들이 어떤 특정의 맛을 열량과 연관 짓고 진화하지 않았나 하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여전히 김치, 치즈 등에도, 수많은 술과 디저트에도 있다. 감칠맛의 정체는 글루탐산. 어쩌면, 그래서 세상의 모든 식량은 벼과인지도 모른다. 벼과 식물의 종자에 가장 많이 함유된 것은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다.


XL 우리의 음식들의 소재가 되는 생물과 자연, 인간의 진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식소재들을 관통하는 맛에 대한 조심스러운 가설로 '감칠맛'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신분이 어떻든 간에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분배가 불가능한 가치는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로서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렇게 맛있는 곡류를 만들기 위하여, 정성스럽게 작물을 기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고, 증가하는 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곡물 생산량 증가에 따른 인구증가를 설명하는 이론은 근세적인 이론이며, 초기 수렵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수렵에서 농경으로 넘어오는 사이에 일어난 일은 기록에도 없으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추론을 가능하게 할 실마리 하나쯤은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봤다.


일단 '맛있는' 곡물의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먹고 싶어 하고, 곡물산업의 질적 팽창과 더불어 양적인 팽창에 동의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농경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최초의 농경은 열대우림이나 온대몬순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반건조 또는 건조 지역에서 간헐적 침수나 집중 강우가 있던 지역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종자의 크기가 커지고 뿌리가 단단하게 벋으려면 그런 땅이어야 한다는 것이 더 적합한 설명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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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농경의 시작에 대한 이미지는 이미 상당 수준의 집약 농업이 시작된 상황일 것으로 추측한다. 어쩌면 그것을 우리는 중국의 신농씨나 치우 씨 정도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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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에서 주어진 대로 먹던 채집의 시절, 에덴에서 쫓겨나 유목과 농업을 하였다가, 결국 추방된 가인의 후예인 우리는 농경을 하고 있다. 신의 축복을 받은 자는 살해당했고, 최초의 살인자는 평생 밭을 갈며 먹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성경의 기록에서 농경은 '고되고', '죄를 갚는' 과정으로 묘사되어 있다.


성경이 비유라면, 이것은 최초 농경이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이 아니라, 지배자의 논리에 따라 강요되고 결정되며, 상당 수준 윤리적 요소로 치환된 개념이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봤다.


마지막으로, '낮과 밤'에서 지배자들이 영원히 사는 약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초기 농업 시스템에서는 지배자들이 곡물을 포함한 몇 가지 식량으로 그런 논리를 갖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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