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식량안보, 그 대안은 기술개발과 국제협력

기후변화와 식량에 대한 단상 (2)

by 진중현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식량작물, 특히 벼의 개발 현황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려다가, 우선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까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후변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탄소연료를 과하게 사용하고, 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자연적 환경의 파괴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 같다.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내린 결정으로, 파리협약에서 정해진 룰대로 살게 되면,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https://www.ipcc.ch/report/ar6/wg1/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위원회'가 발족되어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탄소중립에 대한 전략적 실체가 있는지 궁금하다. 외국에서 이러이러하다고 하여 선언한 것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 정당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이나,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 사회, 문화 등을 고려한 실천적 방안에 대하여, 현실성이 제대로 반영되어 결정된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국제질서의 국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국제벼연구소의 부소장이었던 Achim Dobermann은 세계 쌀 수량성 증가에 대하여 그래프로 요약해 보여 주었는데, '목표-기술-전략'의 3박자만이 이러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한 노력으로 우리 인류는 1960년대의 1ha당 2톤 정도의 쌀 생산성을 2010년대의 4톤 정도로 2배 가량 증가시켰고, 이것이 우리를 '멜서스트랩' (인구가 증가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정체한다는 이론)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지속적인 생산성 증대는 식량 공급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 현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육종전략.jpg 과거 IRRI의 Achim Dobermann 박사가 제시했던 벼 연구개발에 의한 쌀생산성 증가에 대한 설명.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닌 '목표-기술-전략'의 3박자를 강조하고 있다.

위 표를 보면, 1960년대 중반에 IR8이라는 품종이 개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품종은 '기적의 볍씨'로서, 생산성을 40~60%까지 끌어올린 sd1(반왜성) 유전자를 활용하여 개발되었다. 이 유전자가 도입되면, 벼의 키가 약간 작아지고 대가 강해지며, 등숙률도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 생산성을 올려 주었던 '통일벼'도 이 품종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생산성은 해당 벼품종의 왕성한 식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엄청난 양의 비료를 필요로 하였고, 당시 우리나라 비료산업을 포함한 중화학 공업의 발달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쌀 생산 측면에서 식량자급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이후의 쌀 생산성 증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워낙 통일벼의 후광도 컸지만, 1980년대의 냉해와 도열병으로 인한 급격한 쌀생산성 감소의 트라우마로 그 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러나, 저 그래프가 보여주는 내용은 좀 다르다. 사실상 3톤에도 못미치던 수량성이 4.5톤까지 올라가는 이유는 환경스트레스와 병충해 저항성, 재배법과의 조화, 새로운 유전자원의 확보라는 기술력의 확보에 따라 가능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요약하자면, '다양성'의 도입과 '환경과 식물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증대가 가능했기 때문에, 인간의 기술력으로 인구증가에 따른 소비 증대를 커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력의 증대로 우리의 미래는 낙관적일까? 2010년의 예측치이지만, 사실 지금과 별 차이가 없어서 인용하였다. 아래 그래프에서 실제 필요한 쌀 수요 예측량을 감안하면, 1.2~1.5% 정도의 쌀 생산성 증대가 필요한데, 우리는 현재 기술력으로 1% 정도 수량증대만 예측된다고 한다. 결국, 0.2~0.5% 정도의 추가 생산량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Covid19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 식량 수급 불균형 문제와 기후변화에 의한 추가 감소 요인, 이에 대응하는 각 국가와 국제기구의 전략의 변화에 따라, 실제 상승률은 1%보다 낮을 수 있고, 결국 추가 생산성 증대 요구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GRiSP, 2010. 세계적으로 매년 1% 정도의 생산성 증대가 있어 왔는데, 실제로 필요한 수요량을 감안하면, 1.2~1.5%의 생산성 증대가 필요하다. 더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과 많은 인구로 농업의 생산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고, 특히 식량작물의 경우에는 더욱더 생산비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우리나라 쌀가격은 그나마도 정부의 보조금이 없다면 그 가격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그 높은 가격의 수혜자가 반드시 농민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세계는 2000년대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종자개발-재배방법개발-재배환경개선-국제협력-기술보급'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우리나라도 농촌진흥청의 국제협력국이 주도적으로 해당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민간 차원의 협력은 단지 인적교류와 단순 관행기술 전수 등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종 업무가 체계적이지 못하며, 충분한 효과를 내는데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쌀에 있어서 국산종자 활용, 국내 식량자급률 증대 등의 슬로건을 제시한 바가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절대적인 가치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정말 '국산+애국적 가치'의 방법으로, 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 그림을 한번 보자. 나의 직관에 따라 대충 그려본 그림이니, 이견이 있으면 댓글을 바란다.


슬라이드1.JPG 재배법과 환경 연구에만 의존하고,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혁신기술이 없고, 국제관계 의존성을 배제하면 어떻게 될까?


국산종자를 만들되, 실제 혁신적 기술개발이 아닌, 그저 한국의 육종가나 정부기관이 만든 품종을 사용하는 것에 국한하고, 국내의 식량생산량을 증대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최적치를 찾는 재배법 개선, 친환경 기술개발에만 국한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식량생산이 감소하게 된다. 우리는 진작 볼 수 없었던 기후위기의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쌀 품종들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데, 국제협력이 원활하지 않고, 더욱이 외국의 사정이 우리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 되면, 식량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기회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정부는 가뜩이나 쌀생산보조금에 탄소보조금을 지급(쌀농사가 탄소배출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데, 농민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상황에서, 추가적 가격 상승을 감내해 줄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이러한 '악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 변화를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 그림을 한번 보자.


슬라이드2.JPG 붉은색- 종자개발과 유전다양성 도입, 하늘색-전략(종자+다양성+국제협력)의 효과로 인하여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재배법 개선(절수재배, 직파재배, 농지-농법 재구성전략, 스마트모니터링)과 친환경농법(무화학비료, 무농약, 절수재배, 전기활용 기계, 노동력 절감, 로봇)에 의한 전략 이외에, 이에 맞는 혁신적 종자개발과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 전략(유전자다양성, 소비 다양성 등)이 함께 하면, 비록 식량생산량이 줄어들더라도, 국제협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식량안보의 선순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자나 유전자 등은 산업재산권적 가치가 있어서, 외국과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이며, '재배법-환경요소 데이터-소비취향 패키지'는 그 자체로도 상품적 매력과 함께, 정책적으로도 응용될 가치가 다분하다. 우수한 ICT 산업환경과 '친한적'인 문화교류 환경을 십분 활용하면, 안될 것도 없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가치 전환은 국내 식량자급률을 '식량공급률'로 바꿔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며, 그 식량 수급을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 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질 것이다. 열대지방은 더이상 사람이 살 수도 없을 지경일 것이고, 혹시 냉대/한대 지역이 농사가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시장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다. 관행적으로 생산되던 화학비료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해 개발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따라서 농자재의 가격도 급상승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시스템의 활용도가 증가하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우리 식량산업은 심지어 '비트코인'과도 유용 자원을 경합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우수한 기술, 종자, 유전자, 융복합기술개발, 인력지원, 현장 인프라 구축 등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이에 걸맞는 적절한 보상을 받는 형태로, '국제신용'을 쌓아야 한다. 아래 세계식량안보지수(2019, The Economist)를 보자. 자기 나라에서는 쌀 한 톨도 날 것 같지 않은 싱가폴이 1위다. 우리나라는 29위다. 경쟁력의 차이는 affordability다. 간단하게 말하면, 돈주고 사올 수 있느냐는 능력을 말한다. Affordability 면에서는 45위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Global_Food_Security_Index


말이 길어졌다.


요컨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식량안보의 개념을 '국가적'인 수준에서 '국제적'인 수준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기여를 통하여 식량수급 안정성을 꾀하며, 우리는 종자/유전자/기술 등을 혁신하면서, 세계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우리나라 국토를 더 친환경적으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과 비료를 덜쓰면서 여타 산업과의 상생적 발전도 가능하고, 탄소세도 적게 내면서, 보다더 고급진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밖에서 이것을 얻을 기회는 '없다'.


기후변화를 이기는 종자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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