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단은 쌀밥, (주로, 나물과 약간의 육류, 생선이 가미된) 반찬, 그리고 (역시 주로 채소가 주재료인) 국으로 되어 있다. 아무리 우리 식생활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들을 중심으로 대부분 가정식은 많은 부분 이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도 줄고, 총소비량도 줄고, 이제는 육류 소비액은 물론이고, 소비량도 쌀을 능가하였다.(가독성을 위하여, 구체적인 수치는 거의 쓰지 않겠다. 검색하면 다 나오니). 그런데, 이렇게 줄어든 쌀소비량은 쌀과 함께 구성하는 주요 채소류의 소비 감소를 동반하였고, 심지어 육류나 생선도 쌀밥과 어울리는 것들은 죄다 감소 추세가 될 수밖에 없다.
종자를 이야기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시장의 변화'다. 어느 시장에서 얼마나 그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소비량이 급감하면 생산량도 급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우리는 소비량 감소에 따른 생산량 조절을 쉽게 진행하지 못했다. 생산자를 보호하는 정서도 한몫했다. 어찌 되었든 자발적 소비량 감소->생산량 감소 시장은 종자를 포함한 농자재 시장의 위축도 동반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 왜 쌀밥의 소비량이 줄었을까. 육류 소비량 증대, 서양식단의 우세를 말하는데, 일차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육류가 중심이 된 식단은 전통적인 '김치와 국거리' 작물을 '샐러드' 작물로, 사과와 배 같은 온대성 과일을 수입 열대성 '주스' 과일로 바꾸었다.
덩달아 스마트팜을 보자면, 스마트팜은 에너지 효율과 작물의 생산 가격, 작물의 재배 난이도 측면에서 볼 때, 주로 밭에서 재배되어 온 전통적인 김치 작물보다는 주로 샐러드, 주스에 적합한 작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컨대, 모두 육식 문화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고, 그렇게 정부도 지원을 집중해 온 것이다.
그런데, 식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된 것이고, '식량안보'를 논할 때에는 전통적인 식문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아무리 새롭고 세련된 것이 나서더라도 대부분의 서민들과 보통 사람들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식품은 전통 기반 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면밀히 검토하면 좋겠다. 전통 식문화를 섬세하고 정의하고 그에 대하여 전체 비용적, 가치적 측면에서 우리 생활에서 어떤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식문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 싶다. 하나는 습지, 다른 하나는 건조지역의 식문화다. 습지는 상시 담수 또는 물공급이 가능한 지역이고, 이곳에서 주로 쌀과 채소, 양념을 중심으로 한 작물이 재배되고, 이것이 식문화의 중심을 이루었다. 고기와 과일 등은 이 지역에서 간식 또는 디저트, 잔치 음식으로 구성되었다. 건조지역은 물이 제한되고 초지를 중심으로 하였기 때문에, 주로 초식동물을 사육하거나, 밀과 메밀, 귀리, 기장 등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다. 어떤 이는 동양/서양 등의 구분을 하지만, 이 구분이 어떤 특징을 설명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이렇게 두 개로 구분하고 싶다.
습지와 건조지역의 식문화에 따라서, 대표적인 중심 식재료를 설정해 보자. 그것은 '벼'와 '소'다. 사실 벼의 기원지는 인도, 네팔, 동남아, 중국 등으로 생각되는데, 모두 강을 따라 움직인다. 그 사이에 산과 들을 따라 형성된 다양한 채소와 양념과 장류가 곁들여진 음식 문화가 형성된다. 많은 인구가 부양되어 도시화된 지역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소의 기원지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이며, 들판을 따라 움직이고, 고기, 낙농 및 발효 제품, 그리고 아주 약간의 곡류가 곁들여진 식품군을 형성한다.
이 둘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만나지만, 소의 주된 역할은 고기를 제공하기보다는 힘든 일을 수행하는 '농기계' 같은 역할이 더 중요했고, 조선 등에서는 한 때 도축을 금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남미와 미국 등에서 대량의 소사육이 가능해지고, 그것이 유럽의 식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꾼 이후, 엄청난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의 식품 원조에 동원되었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을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쌀밥과 고기 몇 점을 주로 먹는데, 이 식문화가 형성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보면, 당연히 쌀과 매칭이 되는 채소(그게 오크라 수준 밖에 안되더라도) 등이어야 하는데(태국, 베트남 같은 곳만 가더라도 금방 이해가 된다), 어느 나라는 이렇게만 먹는다. 각 나라들의 지형과 자연환경을 통해 보면, 쌀 중심으로 채소, 양념과 장류가 중심이 된 식단이 주로 되었을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이는 유럽, 아메리카, 호주 등의 산업화된 축산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양의 발전된 경제 상황은 그들의 식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이루어지기도 했거니와, 귀한 음식을 대접받고자 하는 생각이 어우러져, 소고기를 먹는 것은 성공의 상징처럼 묘사되었다. 돈 잘 벌고 효도하려면 소고기쯤은 먹어줘야지 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급속한 경제 발전은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는 데 기여하는데, 이 엄청난 소비가 '세계화'에 따른 자유무역에 의하여 가능했던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축산을 하기 위하여, 사료 또는 축산물 그 자체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사료 필요량의 90%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나라다. 따라서, 식량안보를 고려한다면, 축산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환경은 여름이 매우 고온다습하여, 많은 사료 작물의 자급을 위하여 노력하지만 녹록지 않다. 워낙 우수하고 값싼 사료가 외국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식량자급률 상승을 위하여, 육류 소비량과 곡물 소비량의 어떤 균형점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호도와 영양균형, 품위 있는 소비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관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 기후변화, 국내 농축산 생산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더 유리한 자연환경과 생산시스템을 고려하면서, 농축산물 소비 포트폴리오를 섬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분석을 통하여, 어떤 곡물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장기간에 걸쳐 제시하고, 이에 대한 지원정책과 기업화를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내용을 다시 돌아보건대, 현재 우리 식량자급률 문제는 농축산물 소비 성향의 변화에 깊은 관련이 있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치작물'인 고추, 무, 배추, 양파, 파 등의 퇴조가 종자 산업의 위기를 가져오지 않는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쌀 중심 식단의 퇴조와 관련이 있고, 그것이 결국 쌀 소비량 감소와 직결된 것이다.
쌀의 품종을 개선하고, 더 맛있게 만들고, 더 기후변화에 강하며 친환경적으로 재배를 하면, 그것이 쌀소비 촉진을 가져올까? 나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그런 기술적 측면의 성장은 그에 대한 정당한 답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노력을 하는 사이, 쌀과 더불어 밥상의 반찬과 국거리, 장류의 소재까지 모두 그 길을 잃고 있는 것 아닐까.
오히려, 육류 소비량이 현재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 우리의 지속가능한 식량 소비를 담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높은 지대와 비용을 감내하면서, 많은 사료를 수입하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을 개발하는 노력의 비용을 생각해 본다면,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육류가 탄소증가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야기는 어느덧 진부해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하여, 소비량 관점에서 얼마나 논의되고 있는지 거의 보지 못했다. 축산 자체가 탄소저감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에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봤고, 그것이 큰 비중이 아니다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위하여 보다 정량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식량안보적 측면과 사료와 육류(정확하게는 '단백질원')를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탄소발자국 측면에서는 좀 더 검토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스마트팜 기술이 발전해도, 열대과일과 커피를 우리나라에서 의미 있는 생산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난 오히려 기후변화에 의한 열대화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봤다. 자연력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저렴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모든 것을 다 폐쇄적으로 통제하며 기르고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스마트팜으로 (앞으로도 그렇지만), 육류와 소비 생활에 맞는 샐러드 채소, 몇 가지 과채류 생산만으로, 곡류와 과수, 사료작물 등의 수입 대체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왜 구태여 태양과 토양의 직접적인 혜택을 거절할까? 그것을 위한 소위, '스마트노지농업'을 제안하며 로봇을 제시하는데, 사실 적절한 인적관리 시스템과 물, 비료 조절에 대한 약간의 조정 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종자산업은 굉장히 오랜 시간 훈련을 받는 육종가의 양성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AI가 육종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나본 AI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No'라고 한다. 육종가의 작업에 내려지는 문제정의가 통상적인 AI 기술 적용 범주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AI 육종가의 출현을 기다리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농민들은 로봇을 이용해서 재배를 하면서, 열대화된 농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육종가는 대체될 수 없기에 여전히 뜨거운 현장을 나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종자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종자 산업이 얼마나 큰 시장을 갖는지에 달려 있고, 육종가의 소득과 근무 환경 개선도 육종가가 얼마나 큰 벌이를 할 수 있는지(아니면, 사회가 그만큼 적절한 보상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현실은, 육종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냥 '식당의 셰프 같은' 또는, '공장의 공장장' 같은 존재라고 말해 주곤 한다.
많은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연구 제안서를 제출할 때, 육종가의 역량을 디지털화하고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서론에 제시한다. 그런데, 그것은 어쩌면, 부모를 대체하겠다는 말과 같다. 부모가 집에서 하는 일은 주부로서, 보육자로서, 교사로서, 매우 복잡한 일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육종가가 하는 일은 단순 결정자가 아니라, 섬세한 기술적 작업을 포함하기 때문에, 아마도 세상 사람들이 휴대폰처럼 모두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할 때쯤이나, 육종가가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육종가가 창의성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대하여 사람들은 AI의 능력을 낮춰 보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 봐서는...)
말이 길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줄여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육류/쌀밥 소비에 대한, 균형적인 소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지 않으면, 식량자급률에 대한 회의적인 예측을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무너지는 전통적인 생산 기반에 의하여 야기되는 각종 농자재 산업, 특히 종자 산업은 회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종가가 대체되기 힘든 직업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