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느프트 있다
영국 유학을 떠나기 전 3~4개월 정도 행복한 반백수 시절을 보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너무 정신이 없었던 나의 첫 직장을 나와 정신을 차려보니
나만 3년 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는 기분(=사실)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업무 특성 상 그리고 팀의 특성 상 일과 중에 카톡할 시간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심지어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없이 몇 년을 보냈다.
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비트코인으로 쉽게 돈을 벌어서 필요한 소비를 했다는 동료의 말에
와.. 너는 그럴 정신이 있구나;; 같은 속마음을 가졌던 나였다. (일을 제외하고 세상 만사에 관심이 많던 그 사람을 정말 싫어했다 ^_^)
비트코인이고 뭐고 일 똑바로 안하는 동료를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나와보니 이게 왠걸 회사 업무를 제외한 그 무엇에도 능력이 없는 나를 발견했다.
제조업 그 자체의 업무를 하던 내가 달라진 세상과 우물 안 개구리 같던 내 모습에 급 발진 행렬이 이어진 결과 지금의 내가 개발자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론이 길었지만 그 잠깐의 공백 기간동안 내가 회사를 다니며 포기한 것이 그저 3년의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첫 단추가 왜 중요하다고 하는 지 절실히 깨닫기도 했고.
사실 첫 nft 리셀에 성공하고 그게 너무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이 서론 9에 결론 1이 되어 버렸다.
코인은 정말 내 깜냥(?) 이 아닌 것 같아 남들 수억(?) 씩 벌어들일 때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몇 달 전부터 슬금슬금 코인도 좀 담아보고 nft 민팅까지 성공했다.
요즘은 nft 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하길래 안팔리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오픈시에 리스팅한 내 느프트가 팔렸다는 걸 확인한 순간 오늘의 피로가 싹 날아갔고..
(클레이 내려서 마이너스인거 메꾸면 딱이다.. ^_^)
내가 아직도 그 업계에 남아있었다면 직급과 안정과 연봉은 보장 받았겠지만
지금처럼 세상 온 갖 일에 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시도해보고 할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 먹고 새로운 거 한다고 만년신입에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내 길은 아닌 것 같다고 내심 징징대며
그 때 퇴사가 아닌 복귀를 선택했어야 했나 남모르고 찌질하게 혼자 미련을 가졌던 나를 돌아보며
선택에 대한 책임이 무겁겠지만 이런 즐거움을 알고 사는 게 더 행복이 아니겠냐고 되뇌어 본다!
그니까 하고싶은 말이 뭐냐면,
세상과 단절을 시켜버리는 회사는 하루 빨리 탈출하는 걸 강력히 추천합니다.
회사에서의 내가 전부가 되어 버리는 걸 꼭 경계하시고 세상과의 연결을 붙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