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후 2년 동안의 시간
볼링은 참 재밌고도 어렵다.
누구에게도 정확히 배워본 적이 없지만 성인이 된 후 종종 볼링장에 들러 어정쩡한 폼으로 공을 굴려보곤 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볼링장을 방문했었는데 맘처럼 되지 않는 게임에 너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한 번 감을 잡고 방법을 터득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잘 치는 사람의 자세나 방법을 연구하기 보단 스크린에 찍힌 점수를 보며 부러워하기에 바쁜 내 모습이 우스웠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 까지 얼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있었을지 그 과정을 먼저 떠올릴 순 없는거니..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역시나 나는 겉으로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타인의 일상을 보며 질투하고 시기하기 바쁘다.
그리고는 멀쩡한 내 삶과 내 자신을 들들 볶기 시작한다.
질투는 자기 발전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 전혀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질투를 활용하지 못한다.
마치 볼링장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저 사람처럼 볼링을 잘 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 그저 전광판에 찍히는 부러운 점수들과 X 표시를 세기 바쁜 것처럼!
놀랍게도 나의 이런 모습을 마주하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다.
항상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내가 왜 이렇게 삶이 불만족스러울까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으로 스스로 괴롭혀왔는데 이유를 찾아버린거다.
메타인지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걸 요새 자주 느낀다.
영국에서 돌아오고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인생 가장 큰 목표이자 가장 간절했던 유학이라는 퀘스트를 깼을 때 생각지도 못한 여러 장애물들을 만났다. 20대 후반에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단 하나의 이벤트에 탕진해버린 사람의 일상이 그리 매끄롭게 흘러갈리 없다.
물론 그 이벤트로 인해 얻게 될 아웃풋이 보장되어 있었다면,
그렇게 만들 수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겠지만.
유학을 기점으로 20대에 쌓아둔 커리어와 돈을 모두 털어내고 개발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나간다. 그 동안의 내적 갈등은 나의 일기장에 뭍어 두는 걸로 하고
천천히 안정을 찾아가는 삶에 대한 기록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이려는 노력으로 글을 써나가야지.
볼링을 잘 치고 싶으면
누구보다 자주, 열심히, 성실하게 연습을 하는 게 우선이고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수일테고,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우는 게 가장 빠른 길일거라 생각한다.
나의 삶도 볼링과 다르지 않음을 크게 깨달은 이번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