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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03. 2020

음식이 먹는 것 그 이상인 이유

저의 가치관을 말하고자 합니다.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인간은 곧 그가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은 인간의 몸과 생명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이니, 음식을 먹는 것은 개인의 주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먹는 데 대한 욕구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이 속한 사회의 모든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 배고픔을 참는다거나 어떤 것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어떻게 요리할지를 정하는 등의 음식 소비 습관은 사회 계급, 문화, 국가, 역사, 젠더, 나이, 종교, 전통 등의 모든 사회적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음식을 나누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음식은 사람을 연결시켜주 나를 나타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인상 깊게 읽은 책 <맛, 그 지적 유혹>을 바탕으로 음식이 우리의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았다. ‘맛’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인 flavour는 혀로 느끼는 감각 이외에 냄새 촉각 온도 등 모든 것을 종합하여 느끼는 혀의 지각을 통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말했을 땐 일반적인 taste가 아니라 flavour에 가깝다. 그래서 플레이버는 음식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다. 음식을 먹은 때와 장소, 함께한 사람들의 정보가 맛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흔히 군대에서 먹던 라면이나 학교에서 몰래 먹던 초코파이는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심지어 어느 사회학자는 인간이 음식과 맺는 관계는 감정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험이며, 식욕은 감정의 플레이버가 들어간 허기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맛에 대한 기억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연결된 심리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여럿 있다. 그때의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다시 되돌아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이 느껴지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는 맛을 기억으로 밖에 느낄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음식, 식감이 다르고 누구나 편식을  번쯤은 경험해  적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피슐러는 인간이 편식을 하는 것을 '잡식동물의 역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잡식성이라 생물학적으로 다양함을 추구하고,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있는 반면, ‘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있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기피하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혐오와 거부는 혀의 권한이라기보다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주체적 의식의 권한이다. 내가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 것인가는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맛의 속성이 아닌, 나의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음식  자체가 아닌 내가 먹는 것에서 나의 가치관이 나타난다고 생각해   있다.

그러나 음식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겐 삶의  고비가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겐 삶의 즐거움이  수도 있는 것은 부정할  없는 사실이다. 음식이 단순히 우리가 살아가는데 영양소를 채우기 위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편식을 고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앞서 말했던 <,  지적 유혹> 책을 권하고 싶다. 맛과 음식이 우리의 삶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보단 훨씬 거대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데뷔작인 [키친]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그녀에게 부엌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 곳이다.  공간을 통해 그녀는 혼자가 아닌 삶을 꿈꿀  있고 그녀의 꿈은 현실이 된다. 음식에 대한 관점을 조금만 바꿔본다면 평소에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혹은 귀찮아서 끼니를 대충 해결했던 자신을 돌아볼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누군가에겐 꿈이기도, 행복한 수단이기도 했던 음식의 의미를 각자 생각해보는 것을 어떨까.


나는 가능한 많은 이들이 사람과 음식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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