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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l 07. 2020

유럽, 한국에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입니다.

아일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한국과는 다른 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된 몇 가지 불편한 것들을 소개한다.


1. 가전제품을 직접 옮기고 설치해야 한다.

값비싼 세탁기를 구매하든, 냉장고를 구매하든 배송기사는 그저 ‘배송’만 해준다. 몇 시에 오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물건이 도착하면 스스로 상자를 분해시켜 옮기고 설치하는 과정까지 해야 한다. 전기만 꽂는 냉장고는 괜찮지만 수도를 연결해야 하는 세탁기의 경우는 플럼버(배관공)를 불러 연결해달라고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혹자의 말로는 하루 종일 무거운 것을 배송해야 하는 사람이 설치까지 감당하기엔 노동법에 위반된다며 설치는 개인의 몫이라고 한다. 가전제품을 사면 원하는 위치에 깔끔하게 설치해주고 작동까지 확인해주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 은행에서 계좌를 열기 위해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번호표만 뽑고 앉아서 기다리면 계좌가 열리지 않는다. 필요한 서류를 완벽히 준비해 가서 방문예약을 잡아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물론 카카오 뱅크 같은 레볼 루트(영국)나 n26(독일)은 온라인 어플로도 쉽게 개설이 가능하지만 현지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까다롭다.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인지라 계좌 유지비 또한 분기별로 나가니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서류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약조차 잡지 못했다)


3. 카페는 저녁 전에 문을 닫는다.

지점마다 다르지만 스타벅스도 7시에 닫는 곳이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는 4시부터 6시 사이에 거의 문을 닫아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침 7-8시 사이에 문을 여는 카페들이 많고, 카페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 저녁보다는 아침에 커피를 많이 즐기는 그들의 생활패턴을 알아볼 수 있다.


4. 버스에서는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요즘엔 여러 나라에서 잔돈이 없는 버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잔돈이 없을 때마다 버스비를 6천 원 정도 낸 경험이 있다. 돈을 내면 영수증은 나오지만 환불은 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돈은 버스회사 기금에 기부된다고 하는데 확실히 알 길이 없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손을 들지 않으면 버스는 그냥 지나간다. 첫 출근날 버스기사와 눈 맞춤만 하고 그냥 보낸 적이 있다...


5. 모든 과정이 우편을 통해 진행된다.

이민국에 가서 비자를 받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카드는 일주일 뒤 우편으로 받았다. 사이트의 첫 임시 비밀번호마저 우편으로 받으면서 모든 것이 정착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게 온라인화 된 세상에서 우편을 고집하는 이유는 ‘보안’때문이라고 하는데, 관리 안돼서 활짝 열린 우편함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심란하다. 한 번은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우편으로 접수하고 한 달 뒤에 우편으로 답장을 받았다. 그것도 잘못된 주소로. 이미 온라인으로 대체하여 처리가 완료된 시점에서 우편을 받았을 땐 허탈한 웃음이 밀려왔다.



이곳의 모든 것이 기다림의 일상이다. 그들은 보채지도 않고 보챔을 당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서로 보채고 몰아치는 것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방법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빠른 배송과 빠른 처리는 우리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절대 당연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당연함 속엔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과 쉬지 않고 무거운 것을 옮기는 숨은 영웅들이 존재한다. 그동안 유럽에서 불편했던 과정에서 손님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라 느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일하는 노동자에게 좀 더 나은 업무환경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그들을 보채지 않고 싶다. 나 또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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