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지 Jun 26. 2020

휴식시간마저 잘 해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잘’해야만 하는 휴식이 있나요?


휴식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는 것으로서, 권태감이나 피로를 예방하기 위해 편안한 자세로 있거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 등을 행하는 것. - 농업용어사전, 농촌진흥청


휴식은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를 편안하게 이르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할지 계획을 세우던 나는 갑작스레 주어진 시간에 오늘은 평소 취하지 못했던 휴식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쉬는 날엔 일하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느라 평소보다 항상 바쁘게 지내왔다. 분명 쉬는 날인데 더 많은 일을 했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하기, 동네 카페가기, 여행가기, 앞으로의 계획세우기, 생각하기. 남는 시간도 아깝지 않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휴식마저 '잘'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짧은 쉬는 시간 10분이 주어져도 그 안에 무언가를 해내려고 노력했다.


최근 "휴식은 여백의 시간이며 일상의 일부가 아니라 일상에서 분리되어 나와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이 글을 읽자마자 내가 제대로 된 휴식을 언제 가졌지?라는 생각부터 들만큼 쉼 없이 달려왔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렇다. 지금의 나는 아직 온전한 휴식을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냥 헛되이 보내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항상 다급해졌다. (경쟁사회의 폐해인가)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날의 나는 항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고 싶어서 아등바등 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무리하면서 일을 진행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욕심이 내 인생에서 무엇을 시작하는데 원동력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도 욕심이 나에게 부정적인 것보단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한다)


워킹홀리데이로 해외에서 생활하는 동안 무엇인가는 남기고 가야지, 해내야지 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게 되고 부담감으로 자리 잡게 된듯하다. 짧은 시간도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해! 일기를 써야 해!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해! 이렇게 아등바등 지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느라 지친 마음을 나 스스로 충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기 있는 시간을 되돌아보면 반드시 그리워할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해내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을 때도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졌고 나를 더 채찍질 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내 마음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렇게 주의력을 기르면 마음이 산만해지는 빈도가 낮아지고, 불편한 감정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지금도 낭비하는 시간 없이 뜻깊은 시간으로 후회 없이 지내고 가려는 마음과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답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공존하면서 수없이 다툰다.


잘해야만 하는 휴식의 정답은 없다.

누군가에겐 잠을 충분히 자는 것, 맛있는 것을 잔뜩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각자만의 방식이 있다.

지금 나에게 휴식이란, 온전히 나로서 보내는 시간을 의미한다.
내 기준에 맞게 쉬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개인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