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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Sep 04. 2022

10년 뒤 소멸이 목표, 이상한 기업 베어베터

베어베터의 비지니스 모델을 분석하며

여기 이상한 기업이 있습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이 기업은 앞으로의 20주년에 사라지는 것이 목표라 말합니다.

심지어 대표는 어떠한 임금도, 지원도 받지 않고 일을 합니다.

우리 회사의 노하우를 모두 알려줄 테니, 따라만 하라는 기업. 대체 어떤 곳일까요?




베어베터는 2012년 설립된 회사로, 발달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직원 5명이 인쇄업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2022년인 지금은 240명의 발달장애인 분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인쇄업에서부터 화훼, 커피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으로 확장하였습니다.


단순히 장애인 고용을 위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의 고용부담금을 덜어주는 것이 큰 비지니스 모델입니다.


여기에는 기업과 정부,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되는데요. 일단 글로 설명하긴 복잡하니, 스스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전에 그려뒀던 비지니스 모델 구조를 보며 설명해드릴게요.


1.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한 윈윈 전략(기업)

우리나라의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기업은 법정 의무고용률에 따른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100명 이상 고용 사업주는 이를 미이행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합니다.


이때 베어베터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거래를 하고, 그 거래금액의 절반까지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합니다.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물건을 납품할 수 있는 판로를 마련하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면서 고용부담금까지 감면받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지요. (물론 제품의 품질과 브랜딩은 빠지지 않습니다)


2. 장애인식개선(소비자)

베어베터는 단순 물품만을 판매하지 않고 사내 카페나 사내 매점(편의점)을 운영합니다. 이 과정에서 직장인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만드는 커피나, 판매하는 물건을 구매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장애인을 만나게 되면서 단순히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3. 사회적 문제 개선(정부, 사회적 기업)

장애인 고용유지를 부담스러워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은 일시적 고용 혹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선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설 자리가 거의 없고, 대부분 장애인 고용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들에서 그들만의 사회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이마저도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겐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을 설립하여 장애인의 적극적인 직업훈련과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정보소외계층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어베터는 장애인 고용문제 해결방법의 좋은 사례가 됩니다.


‘직업을 가지고 가족·이웃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발달장애인의 소망 실현을 목표로 하는 기업’인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의 고용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더 이상 회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하우를 가져가 다른 기업들이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지요.  



지난 22년 6월, 베어베터는 10주년을 맞이하여 성수동에 작은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장애사원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보여주고, 우리만의 리듬으로 10년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사원들 인터뷰를 전시하고, 아주 귀여운 굿즈들도 판매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착한 기업만이 아니라, 좋은 브랜딩과 품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는 베어베터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변화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10년 후 베어베터는 목표대로 사라지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그전에 우리가 장애인을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 또는 직장동료로 인정하는 일과 누구나 갑자기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주제로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요? 스스로 고민하며 우리 사회 안에서 우영우의 동료인 '봄날의 햇살'이 가득해진다면, 분명 베어베터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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