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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Oct 13. 2016

보물같은 나의 영화들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 

중학교 때 참 특이했던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깡마른 몸매에 부스스한 머리카락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 외모는 지극히 평범한 분이셨는데 어느 날 수업시간, 

쉬는 시간 그 짧은 시간에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노느라 흥분이 가시지 않은 우리 반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어 선생님은 짧은 썰을 시작하셨다. 급식시간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느냐 맨 나중에 먹느냐가 그 썰이었다. 


"너네 그거 아니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어야 해 

상상을 해봐 네가 좋아하는 반찬을 맨 마지막에 먹기 위해서 네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자제와 절제와 인내를 마치고 그 반찬을 집어 드려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길 줄 누가 아니 

탐욕스러운 아이가 그 반찬을 홀라당 뺏어먹을 수도 있고 

반찬을 집어 든 순간 어떤 연유로 네가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어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좋아하는 것을 먼저 집어야 해"


실제로 급식시간에 가장 먹고 싶고 좋아하는 반찬을 맨 마지막에 먹던 나로서는 머리에 뭔가를 맞는 충격을 느꼈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그 이후 몇 주동 안은 급식시간에 가장 먹고 싶은 반찬을 누구보다 빠르게 집어먹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좋아하는 것을 아껴두고 저축하던 소녀가 그 날 이후로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었고, 그 나이의 곱절이 넘게 여전히 그대로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아끼는 마음은 비단 먹는 것뿐만 아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한 후로 주목적은 여행 이야기를 적는 것이었지만, 다른 생각으로는 내가 본 영화 이야기를 써야지 하는 생각이 컸다. 처음 브런치를 접하게 된 것도 영화 이야기를 쓴 다른 작가의 글을 우연히 읽어 본 게 계기였었다. 

하지만 막상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쓰려고 시작한 영화 이야기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좀 더 다듬어서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써야지 한 게 임시저장에 글만 쌓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가 그 영화의 이야기를 망쳐버릴까 봐 두려운 마음에 미루게 된 것도 큰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요즘 좋은 영화를 많이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보면서 끝내는 건 아쉬우니 앞으로는 영화 이야기를 더 자주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 글을 읽고 마음에 들어 영화한편, 책 한권 찾아보는 독자들이 계신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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