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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Aug 26. 2017

13. 동유럽의 시작 프라하

햇빛이 내려앉는 프라하의 첫인상

독일을 떠나는 마음은 사실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컸다. 이제서야 재밌는 추억으로 꺼내보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 당시 독일에서 숙소상실은 낯선 곳에서 느낀 최대의 공포였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마냥 기분이 좋았다.


독일의 다음 여행지는 프라하였다.


독일에서 프라하로 넘아가기 위해 아침일찍 일어나 짐을싸고 준비를 시작했다.

드디어 서유럽을 벗어나 동유럽으로 가는 첫번째 출입구였다.

db버스 타는 곳을 대충 알아봤다. 그래도 헤맬 우리들이기에 버스시간보다 1시간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db기차와 db버스 타는 곳이 다르다는 것은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버스 정류장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길이 없어 역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인터넷에서 찾는 것보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빠른 방법이 아닌가!


첫번째 직원에게 대답 듣는 것은 실패였다. 굉장히 쎈 독일억양과 우리의 비루한 영어 실력으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두번째 역무원은 손짓과 몸짓을 총 동원해 일단 나가서  왼쪽으로 꺾어 쭉 가라는데까지 정보가 입력되었다. 당케를 외치며 역을 나왔지만 정류장은 보이지 않았다.

텅빈 도로 보도에서 덩그러니 서 있으니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직원이 가르쳐 준 대로 갔는데 어떤 표지판 안내판도 없어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 때 주위를 둘러보니 여행자의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나의 직감이 말했다. 그를 따라가면 길이 보일지니


역시 그를 따라가니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큰 버스대합실을 발견했다. 크고 어두운 대합실 안에 여러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뮌헨에서 프라하로 가는 버스를 발견했다.

db버스는 매우 쾌적하고 안락했다. 가는 내내 편안했고 안전한 승차감을 느꼈다.

운전하는 운전기사님과 표를 검사하는 검표원 둘이 버스에 탄 직원이었는데 매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시골버스의 편안함도 느껴졌다.  옆 자리 아저씨와 검표원 아저씨는 수다를 떨었고 나는 그 모습을 구경했다.




-프라하다!

5시간 쯤 달렸을까 내리 창밖 넘어 보이던 평야가 도시와 사람들로 바뀌어있었다.

프라하에 도착한 것이다.



프라하의 첫 인상

프라하에 발을 내딛는 순간 느낀 것은 내가 이제까지 상상해온 유럽의 이미지가 프라하에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거쳐온 나라들은 잘 닦인 도시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프라하는 중세유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었다. 전차가 다니는 길과 중세건축물들의 느낌이 물씬 났다. 도로와 건물들이 빈 공간이 있다면 남겨놓지 않고 바짝 붙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작은 곳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또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짐을 대충 숙소에 던져놓고 나왔다.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다.

숙소 사장님께 추천받은 가게들 가운데 한 곳에 와서 맥주와 음식을 시켜먹었다. 배도 고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는 내내 목이 말랐다. 유럽의 화장실은 우리나라처럼 편하게 공짜로 그리고 아무 곳에서나 갈 수있는 곳이 아니므로 우리는 될수있으면 물마시는 것을 자제했기에 화장실의 다급함에서는 벗어날 수있어도 타들어가는 갈증은 (특히 더운나라로 갈 수록) 여행내내 짊어지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숙명과 같았다.

앉자마자 맥주를 시켰고 나온 맥주를 단숨에 꿀떡꿀떡 들이켰다. 식도와 위를 감싸는 청량함에 내 소화기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독일 맥주가 최고라고 외친 것을 취소해야할만큼 강력한 쾌재였다.



- 노을빛의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옆을 조금만 틀어 카렐교에 먼저 도착했다. 구불구불한 작은 길과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 사람들로 가득한 곳 카를교의 입구가 보였다.


햇빛이 내려앉아 반짝이는 프라하 성이 저 멀리서 보였다. 누가 이 노을빛을 담아두기위해 연출했다고해도 믿을만큼 프라하를 따뜻한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카렐교의 백조무리들

카렐교를 천천히 걸으며 사람들을 보고 건물들을 보고 하늘을 봤다.

다리에 팔을 걸치고 물위를 떠다니는 배들과 나뭇잎들과 백조들과 물결들을 관찰했다. 이 모든 걸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이 풍경들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너무나도 여유로웠고 아름다웠고 편안했다.

내가 이곳에 있다니

내 눈에 보이는 이게 진짜라니

아 이걸보려고 그 먼길을 내가 왔구나

유럽에 온 진짜 이유가 여기 있었다.



-구시가지의 야경

카렐교를 돌아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프라하성이 보이는 야경지도 유명하지만 이 곳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천문시계탑에 올라 야경을 보기로 했다.


천문시계탑

가까이에서는 너무 긴 시계탑을 다 담을 수 없었다. 반짝반짝빛나는 시계의 금테와 거뭇한 건축돌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천문시계탑의 선택은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천문시계탑의 전망대는 파리의 전망대와는 달리 세월이 느껴지는 모습이라 손만 대면 무너질까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밑을 내려다보니 숨이 막히는 풍경이었다.

전망대에서의 세찬바람이 내눈을 때려서인지 황홀한 풍경에 대한 감동에 의해서인지 눈물이 찔끔나왔다.

하늘은 분홍색으로 물들어있고 이 아름다운 건축물에는 가만가만 노을빛이 내려 앉고 있었다.

해가 내려가 하늘이 청색으로,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을 본 후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이 곳에 영영 눈을 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과 소피가 처음 만난 장면이 생각났다. 중세유럽의 벽돌색 지붕과 테라스의 꽃들이 아름다운곳을 하늘에서 내려보며 걷는 소피의 벅찬 얼굴도 생각났다.

천문대에서 내려와 숙소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오다니!


프라하의 첫 인상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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