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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Jul 30. 2017

12. 뮌헨의 주말

온 도시가 조용한 휴일의 여행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 이틀을 보내고 오늘은 푹 자고 일어났다.

침대도 일층 침대에다 쾌적한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이 작은 것 하나에도 하루의 시작이 상쾌했다.


늦게 일어나 늦게 준비하고 어딜 갈까 하다가 중앙역에서 걸어 10분 내외라는 마리엔느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길이 너무 한적하고 모든 상점들이 하나같이 다 문을 닫아 무슨 일이지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모든 상점들의 문이 닫은 것.

거리에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당연히 아무것도 사 먹을 수도 구경할 수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주말이어도 웬만한 가게들은 다 문을 열었던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한적한 거리가 주말이기 때문이라는 상상은 못했던 것이다.

칼 같이 주말에 쉬는 독일의 자영업자들을 보니 쉬는 날을 보장받는 독일이 부럽기도 했지만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도 했다.




광장은 정말 가까웠다.

광장 근처로 영국의 소호거리 같이 상점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다 문을 닫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광장에 있는 시청사를 구경하러 갔다. 

역시나 관광지여서 그런지 그곳만큼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곧 배가 고파져서 근처에 거의 유일하게 문을 연 가게로 갔다. 

탐스러운 베이커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안은 어디에도 갈 곳 없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파리에서는 그 어떤 베이커리도 사 먹을 수 없는 물가였다면 그에 비해 독일은 정말 천국이었다. 

베이커리 진열대에 코를 박고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사와 시청사의 움직이는 인형을 볼 겸 북적이는 가게를 나와 광장에서 케익들을 손으로 들고 먹었다.



주말의 뮌헨은 정말 휑 해도 너무 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뭘 사 먹을 까 해도 문을 연 곳이 없으니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멀리 나갈 생각도 없었던 우리는 그 근처만 맴돌았다.


길을 걷다 놀라운 풍경을 하나를 발견했다.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배는 산처럼 솟아오른 한 몸집 큰 할아버지가 등 뒤에 큰 트럼통을 매고 호스를 연결해 가지고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 드럼통의 정체는 맥주통이었고 우리는 저걸 팔기라도 하려는 건가 역시 맥주의 나라 아이디어가 독특해 라며  온갖 상상을 했다.

하지만 호스를 직접 입에 가져가 맥주를 분사하는 그를 보며 

그 드럼통은 온전히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게 터덜터덜 인근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빅투알리엔 시장. 

마리엔느 광장 근처에 위치한 야외 시장으로 채소들과 과일들을 살 수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 일요일은 휴무.

텅텅 빈 그곳에서 뭐라도 좋으니 문을 연 곳 하나만 있어라 는 심정으로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텅 빈 그곳에서 유독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발견했다. 

예상대로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이 있었다.

볼 것도 없이 그 가게로 달려갔다.

맥주와 소시지와 프리첼 등 간단한 안주들을 파는 곳이었다. 

야외에 기다린 테이블과 기다린 의자들이 붙어있었고, 머리 위에는 커다란 나뭇잎들이 빽빽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음식이 뭐든 저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면 천국일 것임은 자명해 보였다.

나는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의 햇빛을 보고 앉았고,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소시지와 맥주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묵직한 맥주잔을 잡고 한 모금 들이켰다.

목구멍에는 시원하고 톡쏘는 맥주가 넘어가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와 닿았다.

맥주광고를 찍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감탄을 내 밷고 맥주잔을 테이블위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나뭇잎에 달려있는 작은 꽃봉오리들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잽싸게 냅킨으로 맥주컵 위를 가렸다.

독일에 와서 가장 평화롭고 한적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짧게 머물렀던 독일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기억이 강렬해서 인지 독일은 잊을 수 없는 유독 잊을 수 없는 여행지다. 

하지만 어쩐지 독일에서의 지치고 안 좋은 경험 뒤 다독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잽싸게 좋은 사람과 음식들이 독일에 대한 내 기억을 채워줬다.

그리고 마무리는 언제나 맥주.

별 다를 것 없는 2일 이었지만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꼈다.



매일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게 여행이지만 또 실망만이 계속되지도 않았던게 나의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뮌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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