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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Jul 30. 2017

11.맥주 그 첫 한 모금

탈출하고 싶던 독일을 사랑하는 독일로 

누군가 날 흔들어 깨우는 걸 느꼈다.

친구가 로비에 나와 쇼파에서 졸고 있는 나를 깨웠다.

시간은 아침 여덟 시.

드디어 날이 밝았다.



친구와 로비에서 만나 밤 중 안부를 묻고 너무 배가 고파져 역 근처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에 갔다.

간단한 아침거리를 사기 위해 돌아다닌 중앙역은 어제의 밤에 느꼈던 것과 다르게 고요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는 길에 큰 드럭스토어를 발견하여 구경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공산품 천국이라는 독일의 명성답게 여러 가지 제품들이 있었고, 

확실히 저렴했다.

각자 샌드위치 하나씩 사 숙소 로비로 돌아왔다.

숙소 로비는 깔끔하고 편히 쉬기에 안락한 쇼파와 해먹들이 있었다.

 


역 근처 샌드위치 집에서 먹은 아침

아침을 먹던 중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메시지가 왔다.

어제 겪었던 긴장감과 고됨이 생각나 엄마에게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투정 부리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핀잔 들어가며 온 여행에서 안 좋은 얘기 해봐야 도움될게 뭐람


대충 아침을 먹고 믹스룸에 올라갔다. 5명의 '보이'들은 떠나고 없었다.

믹스룸의 짐을 가져와 원래 묵으려고 했던 여자 숙소에 내 짐을 풀었다.

깔끔한 공간과 상쾌한 향기에 새삼 감동하며 짐을 정리하고 씻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고,

둘 다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일단 잠을 좀 자두기로 했다.



오후가 되어 눈이 떠졌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일정은 물거품이 되었고, 

맥주마시며 요기라고 할 생각으로 근처 레스토랑을 찾았다.

마침 역 근처에 양조장 겸 비어가든이 하나 있다길래 그곳으로 가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아스팔트 거리가 아닌 독일 길

아침에도 잠깐 봤지만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밝은 독일의 거리는 어느 나라보다 평온해 보였다.

아스팔트가 아닌 울퉁불퉁 길이 새로웠다.

발 밑을 보니 왜 어제 캐리어를 끌기 힘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돌이 알알이 박혀 있는 저런 길거리에서 어제 이리 뛰고 저리 뛴 생각을 하니 스스로가 대견했다.




근처 비어 가든에 도착했다.



중앙역 바로 뒤켠에 있는 Augustiner -Keller

입구에 들어서자 가게 바깥의 좌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고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독일의 3대 양조장 중 하나이며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많은 페이지의 메뉴판과 알 수 없는 독일어로 메뉴판을 덮고 직원의 추천을 받았다.

아우구스티너의 대표 맥주 Edelstoff 한잔과 독일식 라거 맥주 Dunkel 한잔 그리고 학센 하나를 시켰다.

원래 가기로 했던 곳은 한국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호프브로이하우스였는데 오히려 가지 못한 것이 행운일 정도로 이 곳의 맥주와 학센은 최고였다.

학센은 우리나라 족발과 비슷한 것이라고 듣고 갔는데 족발과는 다른 풍미와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었다.


'야 누가 독일 음식 맛없대!!!'


맛있는 음식과 맥주는 어제의 아찔한 기억도 사라지게 할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맥주를 마셔서 적당히 오른 취기에 흥도 나고 학센 한입과 감탄 한 번을 하는 우리의 반응이 좋았던지 직원들이 이리저리 말을 걸었고 우리는 평소보다 업된 말투로 대답했다.

흥나게 얘기하고 직원과 같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 사진을 확인하고는 배를 잡고 웃었다.

이 비어가든의 커다란 벽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던 액자에 인물들은 콩알만 하게 걸쳐져 있었다.

직원의 대단한 애사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워 WeiBhier도 시켜 마셨는데 어떤 맥주가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이 메뉴의 모든 맥주를 다 마실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할 정도로 훌륭했다.

  


독일은 프라하로 가는 도중의 잠시 쉬었다가는 징검다리로만 생각해서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고, 또 어제 있었던 숙소 사건으로 힘들었던 터라 빨리 이 독일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안 좋은 독일의 첫인상도 독일의 맥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한 모금 맥주를 마시는 순간에 다시 와야 할 나라 리스트에 독일을 추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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