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녀석 이상하다

by 큐휘

고꾸꾸는 묘한 고양이다.


내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때, 이런저런 일을 할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면 고꾸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냥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가 연구 대상을 관찰하듯 예리한 눈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려가며 나를 관찰하는 듯하다. 그 녀석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내 행위 너머 심리에까지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실수로 오일파스텔을 떨어뜨리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녀석은 나보다 더 깜짝 놀라 달려온다. 책을 읽다가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어느새 내게 다가와 코뽀뽀를 해준다. 내가 겪고 있는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함께 겪을 정도로 나를 깊이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녀석의 기묘한 면모는 또 있다. 가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밤, 녀석은 해탈한 듯 여유로운 자태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뭐든 나에게 말해봐. 내가 다 들어줄테니...' 그러면 나는 미심쩍어하다가 이러쿵저러쿵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신기하다. 녀석이 내 말을 정말 다 알아듣는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난 고양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인생살이의 별별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후련해져 버린다.



여느 고양이가 그렇듯 고꾸꾸도 새침하고 앙큼한 면모를 자랑한다. 새침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녀석 앞에 서면 나는 어린애가 되어 장난을 치고 애교를 떨게 되는데, 이럴 때 녀석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가볍게 날 무시해 준다. 그래서 나 자신도 흠칫할 정도로 더 과격하게 귀여움을 부려버린다. 그러면 녀석은 육식동물의 공격성을 한껏 발휘하여 손방망이로 나를 처벌한다. 한 대 맞고 난 나는 토라진 척 말한다. "흥! 고꾸꾸 미워! 미워! 아주 미워!" 그러면 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까칠한 혓바닥으로 내 보드라운 피부를 핥아준다. 그러면 나는 금방 황송해지곤 한다.


아무래도 요 녀석은 나보다 몇 수 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그거 아니, 고꾸꾸? 하루하루 너와 함께여서 나는 더 나다워지고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단다.